일요일
우리 집 자기야가 자그마치 7시간 테니스를 하고 왔다
아침 7시에 테니스를 한다고 나간 남자가 오후가 되고 4가 되어도 돌아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가족 공용 일정 어플을 보니 오늘 테니스는 아침 8시부터 11시까지 3시간 예정인데 …
평소처럼 점심을 함께 먹고 오나? 그렇다해도 너무 늦어 ..
점심도 먹고 쇼핑이라고 하고 오나? 그래도 그렇지 연락도 없어
평소라면 예정보다 늦어지면 연락이 오는데 오늘은 연락도 없이 4시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이 남자
…
누구에게 납치라도 된건가 아님 자발적 가출 ㅋㅋㅋ
더 이상 못 참고 4시쯤에 자기야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안 받으면 어쩌나 했는데 바로 전화를 받는다
나 : 어디야?
자기야 : 곧 집에 도착해
곧 도착한다니 운전중일테니 바로 전화를 끊었다
집에 온 자기야 : 우리 다음 팀이 예약 취소가 되어서 테니스 코트가 남아서 그대로 테니스를 했어
히로 : 도대체 몇시간을 한 거야?
자기야 : 7시간
히로 : 헐 … 제정신이 아니네 7시간이라고?
나 : 7 시간이건 10 시간이건 왜 연락을 안 해
자기야 : 미안 진짜 미안 테니스 하느라 깜빡했어
아니 이 남자 깜빡할게 따로 있지
마누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이 남자
자기야 : 미안 진짜 미안 저녁에 야끼도리(닭 고치) 라도 구워 먹을래? 자기는 집에 있어 내가 장 봐 올께
짜증이 났지만 닭꼬치를 구우면 내가 저녁 준비를 안 해도 된다는 거니까 게다가 장 까지 자기가 본다고 하니 난 가만히 있다 먹기만 하면 되니까 오늘의 잔소리는 그만 하기로 했다
이 남자는 마누라 기분 푸는 방법을 아는 진짜 여우 같은 남자다
자기야가 마트 가서 장을 보고 닭을 손질하고 대파 랑 함께 꼬치에 끼우고 숯불도 피우고..
말이 7 시간 테니스지 체력 소비가 장난이 아니었을 텐데 모든 준비를 자기야가 다 했다
요즘 해가 정말 짧아졌다
5시가 넘으면 어둑어둑 해 지는 것 같다
북해도 출장에서 돌아온지 이틀 만에 내일은 와카야마 출장이다
아침 7 시 비행기라 5시쯤엔 공항버스를 타러 집을 나서야 해서 6시라는 조금 이른 시간이 닭꼬치를 굽기 시작했다
오늘은 가볍게 와인 한잔으로 건배!
근데 닭꼬치랑 와인이 어울리나?
뭐 안 어울리면 어때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내일은 나도 이른 출근 자기야도 출장이니 더도 말고 딱 한잔만 …
맛있는 냄새와 함께 지지직 하며 숯불에 굽혀져 가는 음향까지 더 해 져서 군침이 막 돈다
그리고 한 입 아앙 ㅎㅎㅎ
음 ….. 고기가 이상하다
평소라면 고기즙이 쫘악 흘러나오며 보들보들 부드러운 고기 살이 씹혀야 하는데 음 … 고기가 질기다
나 : 자기야 이거 モモ肉(닭다리살) 이 아니라 가슴살 아냐?
자기야 : 그렇지? 가슴살 같지?
나 : 딱 봐도 가슴살이네
자기야 : 내가 가슴살을 산거 같아..
나 : 안 보고 샀어? 딱 보면 가슴살이랑 다리살이 다른 거 알 텐데 …
자기야 : 그니까 ㅎㅎㅎ
이럴 수가 ㅠㅠㅠㅠ
내가 귀찮아서 편하려고 장 보기를 맡기는 게 아니었다 ㅠㅠㅠ
원래 이 남자 장보기는 소질이 없다
우유를 살 때도 날짜 확인을 않고 제일 앞 쪽에 진열된 걸 사 오는 남자인데 ….
가슴살이긴 했지만 다리살에 비하면 질기고 다소 퍽퍽하긴 했지만 대파랑 함께 끼워 숯불에 구우니 어찌어찌 먹을 만 하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 실망이다
가만히 있음 밉지나 않지 이 남자가 한마디 더한다
자기야 : 요즘 자기 살찌는 것 같다고 했잖아
가슴살이까 다이어트용 닭꼬치로 좋잖아
가슴살이니까 맘 놓고 많이 먹어
아이고 …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진짜 오늘의 우리 집 자기야는 안 쁘다 진짜로 ....
저녁에는 꽤 쌀쌀하다
무릎덮개까지 하고 하는 마당에서의 바비큐
11 웰엔 추워서 못 하겠지
워낙 마당에서 고기 구워 먹는가 좋아하는 우리 집 두 남자는 아마도 11월이 되면 저녁은 추우니 햇살이 따시로운 낮에 마당에서 고기 굽자고 할것 같다
우리집 마당 바베큐장은 올해는 언제 폐장을 할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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