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호박 한 덩어리를 잘랐더니 호박씨가 엄청 많이 나왔다
평소에 단호박을 자주 사다 먹는 편인데 단호박에서 나오는 호박씨는 그냥 버렸었다
근데 늙은 호박이라면 달라진다
일본에 살면서 처음 손에 많은 호박씨다
이번엔 어쩌다 한국인 동생 덕분에 이 귀한 늙은 호박을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어쩌면 내가 일본에 사는 한 두 번 다시 늙은 호박을 손이 넣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호박씨 하나도 그냥 버릴 수가 없었다
https://michan1027.tistory.com/1715
정말 이럴게나 많은 씨가 나올 줄은 몰랐다
호박씨를 며칠간 햇살에 잘 말려 두었다
호박씨를 말린후 몇 날 며칠을 그냥 방치
이걸 다 까야 하는건가….
엄두가 안 나서 바라보기만 며칠
애써 말려 놓고 버릴 순 없으니 까긴 해야겠지
근데 말려서인지 넘 얇고 빈약하다
오동통한 씨를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얇을 줄이야
깔 수 있으려나
호박씨 까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ㅠㅠㅠ
단호박 씨는 크고 통통한데 늙은 호박씨는 작고 얇아서 씨를 까는데 꽤 고생을 했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일 도중에 포기할 순 없으니까
까고 까고 또 깠다
허리가 다 아플 지경이다
한참을 깠는데 에게게 겨우 요거ㅠㅠ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는 건지
까도 까도 끝이 나지 않는 호박씨 까기
호박씨 까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일 줄야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 까다 보니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결리고 그래서 첫날은 중도 포기
다음날 또다시 호박씨 까기 도전!
처음엔 내가 왜 그랬을까 그냥 버릴까 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무념무상으로 까다 보니 마지막까지 까야지 하는 목표만이 남았다
아직 이 만큼이나 남았네에서 이제 요것밖에 안 남았네로 생각을 바꾸고 나니 이젠 조금 재미있으려고 까지 …
역시 생각하니 나름이다
이틀에 걸쳐 도대체 몇 시간을 깠는지 모르겠다
통통하니 살이 오른 씨라면 까기가 조금은 수월 했을 거 같은데 생각보다 얇고 너무 빈약해서 ….
하지만 중도 포기란 없다
도전! 호박씨 까기!
엄청 무지 많아 보였던 호박씨였는데 막상 다 까고 보니
한 줌밖에 안된다
에게게
이틀간 고생 고생한 결과가 겨우 이것밖에 안된다니 …
그래도 숙제 같았던 호박씨 까기를 끝내고 나니 어째 뿌듯하다
과정은 분명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면 그 힘들었던 과정은 잊히고 남아진 결과의 기쁨이 더 큰 것 같다
힘들었던 과정을 잊고 나니 머리가 복잡할 때 생각이 많을 때 뭔가 고민이 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호박씨 까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늙은 호박씨는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버렸었던 단호박 씨
어쩌면 다음번에 단호박 씨를 말리고 단 호박씨를 까는 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틀간 고생하며 깐 결과물이 겨우 한 줌이었지만
이 한줌이 주는 만족감이 생각보다 크다
아마도 힘들게 깐 결과라서 그런 게 아닐까 ㅎㅎ
난 하루도 아닌 이틀씩이나 호박씨를 까는 여자였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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