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노을이 참 아름답다
매주 하던 마당 BBQ를 3주간 하지 않았다
북해도 가족 여행 가느라 못 했고
그다음 주는 태풍이 오네 마네 그러면서 비가 와서 못 했고 그리고 지나주엔 건강 검진이 있어서 며칠이라도 식단 관리하는 척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안 했고
그리고 오늘 …
평소에는 우리집 두 남자가 BBQ 하자고 난리고 나는 “또 해? 넘 자주 하는 거 아니야?” 하면서 시큰둥하면서 못 이기는 척 동참하는 정도인데 오늘의 BBQ는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준비를 했다
이유가 있어서 …
사실 금요일 저녁 히로랑 싸웠다
원인은 아주 사소했다
“내일이 토요일이니까 친구집에 자러 간다
하지만 일단 집으로 오겠다 ”
라는 라인이 왔었다
마침 운전중에 라인이 왔단 알림이 있었고 신호 대기 중 히로가 보낸 라인 내용을 확인했다
하지만 운전중이라 답을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니 히로는 집에 와 있던 상태였고
히로 : 엄마는 라인을 보고선 왜 답을 안 해?
나 : 왜 엄마에게만 라인을 보냈냐? 아빠에게는 외박 허락 안 받아도 된다는 거냐? 이런 내용은 엄마에게만 보내지 말고 가족 단체방으로 보내서 엄마 아빠 두 사람에게 다 알리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히로 : 그게 답을 안 한 이유냐?
라인을 보냈는데 읽었다는 표시는 있는데 답이 없으면 엄마가 화가 났나 등등 나는 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내가 보낸 라인에 답이 없이 무시하는 거냐
이게 싸움의 발단이었다
내가 미안하다 운전중이라 연락 못했다고 했으면 아무 문제없는 일이었는데 왜 자기 라인에 답을 안 하냐고 묻는 히로의 태도가 아주 싹수가 없어 보였고 ( 어디까지나 나의 시선에서 본 입장) 개강 첫날 학교에서 돌아 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라인으로 외박을 알리는 게 맘에 안 들었다
친구 집에서 자고 와도 되냐는 허락을 구하는 게 아니라 친구 집에 자러 가겠다는 통보였으니까 …
그렇게 한 바탕 하고 히로는 결국 친구 집으로 외박!
그러면서 가족 단체방에 장문의 라인을 보내왔었다
자기가 잘못했다 그런 내용이 아닌 엄마에 대한 불만 가득한 자기 주장과 아빠에게는 전후 사정 모르면서 무조건 엄마 편만 들지 말라는 …
그리고 토요일 서로 얼굴 맞대지 않고 하루를 보냈고 그리고 오늘
사실 나는 내가 잘못 했다 생각지 않는다
서로의 입장이 다른거고 서로의 생각이 다른 거지..
어제 그리고 오늘 하루 우리 집 자기야는 이번 사태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나에게 내가 잘못했다고도 하지 않았고 히로에게도 아무 말도 않는 듯하다
그저 중립만 지킬뿐 …
그래 인정!
난 고집이 좀 아니 많이 센 편이다
그리고 상당히 보수적이다
나는 소위 착한 애였다
그래서 히로에게도 보수적인 내 사고를 따라 주길 바랬었고 또 그래야 되는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의 나였다면 절대로 히로에게 지지 않는다
아니 져 줄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많이 생각을 했다
고모가 생각났다
나에게 있어서 울 막내 고모는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고 고모가 결혼 하기 전까지 한 집에 살았기 때문에 고모이지만 언니 같은 고모다
친언니보다도 난 조카이지만 고모랑 더 많이 닮았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자기가 잘 난 줄 알고 자기가 다 맞는 줄 알고 ( 어째 고모를 디스 하는 거처럼 보이네 …나는 척하는 거고 우리 고모는 잘났다 ㅎㅎ)
게다가 고모부도 우리 집 자기야 자기 마누라가 제일 이쁜 줄 알고 어화둥둥 모시고 사는 남편들이고
고모는 딸 하나고 난 아들 하나고
고모는 딸이 하나니 모든 걸 다 들어주면서 딸을 이겨 먹으려고 하고 나 또한 마찬가지..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고모랑 나랑 닮은 구석도 많지만 ( 외모도 성격도) 살아가는 삶도 비슷한 것 같다
그런 고모가 예전에 나에게 한 말이 있었다
“ 너무 히로를 닥달하지 말고 조금은 자유롭게 키워.
말은 이렇게 하는데 난 그렇게 못했거든.. 그게 후회가 된다. 가만 둬도 다 알아서 잘 크니까 너무 니 틀에 맞추려고 하지 마. 나도 엄마가 처음이어서 그걸 잘 못 한 거 같아. 그래서 사춘기 때는 ㅈㅇ이랑 갈등도 많았는데 딸이라서 그런 건지 아님 속이 깊은 건지 대견스럽게도 엄마를 이해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 줄 모르겠어. 아무리 애라지만 지기 나름대로 생각이 다 있어. 내 딸이지만 ㅈㅇ이는 괜찮은 딸이야”
50 평생 내 고집대로 살아온 내가 그리고 히로랑 사소 한 다툼이 있을 때마다 히로가 먼저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해 온 경우가 더 많았었다
그런데 이젠 히로가 엄마 눈치나 보는 애기도 아니고 나이 스물이 넘었으니 자기 고집 지 생각이 강한 애가 엄마에게 예전처럼 무조건 자기가 잘못했다고 할리 만무하고
히로가 보내온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늘 오전이 우연히 본 유튜브에서
“ 내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 줘라
내 아이의 자존감을 낮추는 건 남이 아니다. 바로 엄마 아빠다. 가족의 한 마디 한마디가 아이의 자존감을 낮춘다 ”
음 …..
하루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시작은 참 사소했다
그냥 솔직하게 “ 엄마가 운전 중이라 연락 못 했어. 미안해 ” 하면 될 것 울 그 미안해란 말이 하기 싫었다
( 구차하지만 갱년기라 내 기분이 들쑥날쑥 이란 핑계를 다 본다)
지금까지 사소한 다툼이 있을 때 히로가 미안하다는 말을 더 많이 했으니 오늘은 내가 먼저 사과의 제스처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 자식 간에 자존심이 뭐가 필요하다고 …
그래도 뜬금없이 미안하다는 말이 쉽게 나올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BBQ를 하자고 자기에게 제인을 했고 아르바이트 중인 히로에게 라인을 보냈다
만 하루 동안 말을 섞지 않았는데 전후 설명 없이 용건만 간단히
“오늘 BBQ 할 거니까 아르바이트 끝나면 바로 집에 오라고 ”
히로의 답 또한 간단하다
“ 하이 ”
저녁노을은 아름다운데 내 맘은 복잡하다
뭔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
고기를 준비하고 숯불을 피우고 만반의 준비가 끝난 후 알바를 마치고 집에 온 히로가 바로 마당으로 나와 의자에 앉자마자
무심하게 툭 하나 던진 나의 한마디
나 : 히로 미안해!
짧은 나의 한마디에 히로의 답
히로 ; 응..
나는 한 마디 더 보탰다
나 : 엄마가 엄마 입장에서만 생각한 거 같아
니 입장 생각하지 않은 거 미안해
그리곤 화기애애하게 고기를 구워 먹었다
참 간단하다
이 간단한 한마디가 뭐가 그리 어렵다고 ….
아이를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건 엄마다 …
이 간단한 걸 …
나이 오십을 넘기면서 느는 건 고집과 쓰잘데 없는 자존심
아니
좋게 말해 고집이요 정확히 말하자면 아집이겠지
인정!
난 내가 틀리다고 생각지 않았다
그래서 히로는 내가 생각하는 틀에 맞추려고 했던 것 같다
나이 스물 넘은 아들 녀석이 이제는 내 맘대로 안 된다는 걸 인정하고 한 발 물러서서 지켜 봐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사람이 그리 쉽게 변하지 않을 터
작심 삼일로 끝날지 모르겠지만 그럼 삼일 뒤에 또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작심삼일을 삼일 간격으로 하지 뭐 …
어제 하루 살 얼음 판 같았던 우리 집 분위기가 나의 미안해라는 한마디로 화기애애 한 저녁 시간이 되었다
BBQ가 끝난 후 우리 집 자기야가 나에게
자기야 : 자기 오늘 멋있었어
라며 칭찬을 해 줬다
자기야의 칭찬에 그냥 아무 소리 안 하면 될 것은 사람 쉽기 안 변한다고 난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나 : 아니 내가 잘못했다는 건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히로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은 거에 대한 미안 해이지 내가 잘못해서 한 미안이 아니야
그 말이 그 말인데 도대체 뭔 말인지 …
내가 말하고도 왜 이리 없어 보이는 건지
자기야 : 알아 알지! 그래도 오늘 자기가 잘했어
그렇게 우리 집엔 평화가 찾아왔다
엄마가 처음이라서 너무 어렵다
그런데 솔직히 두 번 해도 잘할 자신은 없다
애 키우는 데 있어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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