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빠가 병원을 퇴원하시자마자 가신곳이 바로 장터였다
아빠 덕분에 간만에 장터를 구경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먹기 어려운 참외다
일본에서도 옛날엔 먹었다는데 요즘 사람들은 더 달고 맛있는 멜론만 찾아서 참외 농사를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선 참외를 파는 곳이 없다
이번에 한국에 가서는 참외를 원 없이 먹었었다
어릴적에 정말 많이 먹었었던 번데기
번데기를 삶아서 팔면 한 컵 사 먹고 싶었는데 저렇게 되로 파니 그냥 구경만 했다
옛날 과자들
금방 튀겨 낸 튀김들..
다 너무너무 맛있어 보였지만 맘 같아서는 하나씩 더 집어 먹고 싶었지만 눈으로만 구경을 했다
별로 먹은 것 같지도 않은데 한국에선 항상 배가 불러 있었다는...
울 아빠가 퇴원하자마자 장터를 찾은 이유는 바로 이것!
고디를 사기 위해서였다
고디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다슬기를 대구에서는 고디라고 한다
아줌마 옆에 파란 소쿠리에 자연산이라 적혀 있는 저 고디를 전부 다 샀다
1되 반이라는데 엄청난 양이었다
울 엄마 추어탕을 정말 맛있게 잘 끓이시는데 나는 추어탕 보다 고디탕을 더 좋아한다
내가 한국에 온다는 얘기가 나오자마자 내가 오면 고디국 끓여 줘야겠다 말을 했고
울 아빠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엄마의 그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해 두었다가
퇴원하자마자 고디를 사러 장에 온 거였다
장에 가서 고디 사다 놓고 언니랑 둘이서 잠깐 나갔다 왔는데
갔다 와서 같이 하자고 했는데 그 새를 못 참고그 사이 울 엄마는 고디를 씻고 삶고 까고 계시더라는..
벌써 엄마가 절반 정도를 까고 이 만큼만 남아 있었다
고디국 한번 끓이기엔 너무 많은 양이었는데 그 많은 고디를 다 사 온 이유가 있다
큰 고모네랑 작은 고모네에 인사 하러 갈 예정이었는데
올케인 울 엄마가 어차피 끓이는 거 두 시누이도 고디국을 좋아한다며 나눠 주려고 많이 사 온 거였다
큰 고모네 한 냄비 작은 고모네 한 냄비를 따로 챙기는
울 엄마는 정말 좋은 올케임! ㅎㅎ
한참을 깐 것 같은데 에게게 겨우..
한참을 깠건만 내 가 깐 고디는 한 주먹 밖에 안 된다
이걸 언제 다 깐다냐..
수북이 쌓인 고디..
많아도 너무너무 많았다
들깨 가루 듬뿍 넣은 울 엄마표 고디국
그래 바로 이 맛이다
내가 잊을 수 없는 울 엄마표 고디 국...
막내딸이 좋아하는 고디 국을 끓여 먹이겠다고
일주일간 입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 하자마자 장터로 향한 울 아빠
그리고 오랜 시간 고디를 씻고 삶고 까고 국을 끓인 울 엄마..
더 이상 뭔 말이 필요할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 너무 맛있다"를 몇 번씩 말하며 맛있게 먹는 것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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