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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상 /사람들..

우연히 만난 어느 일본 할아버지

by 동경 미짱 2018.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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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달 만에 알고 지내는 한국 언니를 만났다 

오래간만이니 밀린 이야기도 많고 

또 오래간만에 한국말로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에 

히로 학교 보내자 마자  일치감치  언니를  만나러  집을 나섰다


이른  오전에 만나면 딱히 갈데가 별로 없다 

런치하러 가기엔 너무 이른시간이고 그렇다고 

이른 아침에 문을 여는 카페는 거의 없고 

이럴때 만만한게 맥도날드다 

런치 가기전에 맥도널드에서 커피 한잔 시켜 놓고 수다 떠는게

이 한국 언니를 만날때의  정해진 코스이다 





맥도널드 카페라떼를 앞에 두고  간만에 만난 언니랑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수다라는걸 떨려고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한지 10분도 안되었을때

갑자기 옆 테이블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던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다가오시더니 


 저기 이야기하는데  방해해서 정말 미안한데 ....


순간 난 긴장을 하고 ....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우리 목소리가 너무 컸나?

아닌데 일본에  오래 살다보니 원래 큰 목소리였던 나도 

밖에 나오면 조용 조용 이야기 하는게 습관이 되어 버렸는데 

목소리가 크지 않았을텐데 ....


아니지 . ... 정말 언니가 넘 반가워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나 ?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 사람들은 정말 필요힐 떄 아니면 

이렇게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그것도 혼자 있는것도 아니고 

두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는데 방해 해 가면서까지 말을 걸어 오지 않을텐데 ...

짧은 시간 별의 별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갔다 


할아버지가 정말로 두툼한 책 한권을 꺼내 우리에게 보여주시며 

(얼핏 보니 사전이었다 )

  내가 사실은 한 5년전부터 한류 드라마에 빠져서 

혼자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한국말이 들려서 

너무 반가운 마음에 방해가 되는줄 알지만 

내가 이렇게 드라마가 아니고 직접 한국사람이 말하는 한국어를 듣는게 

흔한 일이  아니라서 ...

내가 한국 말을 혼자로 공부를 하고 있어서 전혀 못 알아 듣는데 

그냥 옆 테이블에서 두 사람의 한국어 들어도 될까 싶어서...

정말 실례인줄 아는데 한국어 듣는게 넘 신기해서 ...


일단 안도의 한숨 ...

내 목소리가 방해가 되어서 그런게 아니었구나 ...


그런데 사실 일본에서 살면서 가끔 내가 한국 사람인줄 알고 

"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말을 공부 하고 있습니다 ..."

등등 한국말로 말을 걸어 오는 사람들은 있어도 

이렇게 한국말을 그냥 듣고만 있고  싶다는 사람을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한류 드라마에 빠졌다는 사람은 

보통은 일본 아줌마들 할머니들 등등 여자들이 대부분인데 

얼핏 70은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한류 드라마에 빠져 

한국어 공부 한다는 분도 처음 만났다 


한국언니랑 나랑 뭐 큰 비밀 이야기 하는것도 아니고 

그냥 여자들의 수다인데  그리고 우리 테이블로 오는것도 아니고 

옆 테이블에  앉아 없는듯  가만히 듣기만 하겠다는데 

"뭐 그러세요 "  하고  언니랑 폭풍  수다를 떨었다


처음엔 식품  알레르기 이야기 부터 시작을 해서 

얼마후 내가 한국  가는얘기..

아이들 학교 얘기 ...

뭐 정말 쓰잘데 없는  수다를 거의 2시간을 떨었다 

있는 듯 없는듯 정말 조용히 우리 이야기를 듣기만 계시던 할아버지 


 정말 실례를 했습니다 

내가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정말 궁금한것도 넘 많고 

이것 저것 물어 보고 싶은걸 정리 하다보면 

끝이 없이 많은데 몇가지만 물어 봐도 될까요 ?


뭐 그러시지요 


 한국 드라마를 보면  자기 부인에게  00엄마라고 부르는걸 자주 보는데

아이가 하나라면 괜찮지만 아이가 둘이나 셋이면 

누구 이름을 부르느냐?

한국 드라마르 보면 오빠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오빠의 부르는 범위가 어떻게 되나 ?

난 또 되게 어려운거 물어 보실줄 알았네 ..


한국 드라마를 보면 나이든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주연이나 조연이나 정말 연기를 너무 잘한다 

물론 연기다 보니 과장한 표현이 있긴 하지만 

예를 들어 화가 나면  책상위에 있는 책같은걸 

다 쓸어 바닥에 떨어 뜨린다거나 ....

감정 표현을 아주 적극적으로 하는것 같다 


옆에서 두사람이 이야기 하는걸 지켜보아도 

얼굴 표정이나 손동작이나 몸짓을 해 가며 아주 적극적인 표현을 하는것 같다

일본 사람들은 조용 조용 그냥 입만 움직이며 이야기 하지 

그렇게 손동작이나  몸짓 표현을  크게 하지 않는데 

역시 한국 사람들은 드라마에서도 그렇지만 

표현력이 대단한것 같다 

난 한류 드라마를 보기시작하면서 5년동안 일본 드라마는 안 봤다 

일본 드라마는 영 아니다 

한국 배우들의 연기력은 정말 엄청난걱 같다 

일본은 정치도 그렇고 드라마나 방송도 그렇고 일본은 안된다

70넘으신 일본 할아버지 처음본 한국 언니야들 앞에서 

급기야 일본 정치이야기까지 들먹이시며 

한국 찬양을 한참을 하셨다 


 언제가 또 인연이 되면 만날수 있겠지요 

오늘 넘 감사했습니다 


할아버지랑 결국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후 

그렇게 할아버지랑 바이 바이 ...



연세가 드신 할아버지

정확한 나이는 알수 없지만 적어도 70은 훌쩍 넘으셨을것 같은 할아버지가 

한국어를 공부하시고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의 

말씀만 듬뿍 해 주시고 홀연히 사라지신 할아버지 


간만에 언니를 만나 수다를 떨어서이기도 하고 

또 그 할아버지와의 우연한 만남도 기분이 좋았다 


이른 아침 70이 넘으신 할아버지가 

찻집도 아닌 맥도날드에서 혼자 커피를 드시며 한국어 공부를 하시고 

계실줄 누가 알았을까 

많고 많은 테이블 중 하필 우리 옆자리에 앉으실줄 

그래서 우리가 한국말로 이야기 할줄 누가 알았을까?

우연히 만난 통성명도 하지 않아 이름도 성도 모르는 

그 할아버지와의 잠깐 스쳐 지나간  인연이 

참 기분이 좋다 


정말 한류의 힘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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