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수상하다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기말 고사 기간이었다
평소엔 공부를 하지 않던 아들녀석도
기말고사를 앞두곤 공부란걸 한다
시험기간 중엔 늦게까지 공부를 하니 아무래도 잠이 부족하다
이 날 아침도 1분이라도 더 자라고 조금 늦게 깨웠고
일어나서도 히로가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라고
신속하게 아침밥 차려 대령해 먹이고
히로가 학교 갈 준비를 하는데
그런데 ....
히로 학교는 교복이 없다
사복 .. 자율복이다
중학교때는 교복이었는데 교복이 좋았던 점도
사복이 좋은점도 있다
히로는 사내녀석치고는 꽤 옷 차림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부카츠(특별 활동)인 테니스가 있는 날은
테니스복이나 아님 운동복으로 학교에 가긴 하지만
부카츠가 없는 날은 나름 멋을 부려 차려 입을때도 있다
그런데 시험치는 아침날
학교 가는 준비를 하는 히로를 보니 기가 딱 막힌다
비가 오는데 하얀 바지를 입는다
히로 비 오는데 무슨 하얀바지야
오늘은 하얀 바지 안 입는게 좋을것 같은데 ...
엄마가 뭐라 하던 말던 바지는 흰 바지로 정한것 같다
그리고 처음엔 청쟈켓을 입고 거울을 보더니
다시 2층 자기 방으로 올라가
이번엔 검은 쟈켓을 입는다
그리곤 다시 거울을 보더니 이번엔 쟈켓안에
쉐타를 바꿔 입는다
그러더니 결국 다시 청쟈켓으로 바꿔 입는다
그런 히로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기가 막힌다
히로 ! 딴 날이면 모를까 시험 치는날
무슨 멋을 그리 내니?
너 오늘 어디 딴게 가니?
엄마가 뭐라 하던가 말던가 자기 맘에 흡족할때까지
몇 번을 갈아 입고 나서야 학교로 ...
시험날 1분이라도 먼저 학교에 가서
단어라도 하나 더 볼것이지
사내 녀석이 무슨 멋을 그리 부리는지 ..
아들 녀석이 참말로 맘에 안 든다 ....
저녁에 퇴근 하고 돌아온 우리집 자기야에게
히로가 아침에 한 짓을 그래도 일러 바쳤다
히로는 바로 옆 거실에서 다음날 시험 공부중이었다
한국말을 잘 못하는 히로지만 자기 이야기는 귀신같이 알아 듣는다
그래도 일본말 보다는 히로가 잘 모르는 한국어로
조용 조용 히로가 들리지 않도록 자기야에게
아침에 있었던 히로의 패션쇼를
아침에 몇 번이나 옷을 갈아 입고
거울을 보고 난리를 쳤던 것을 자기야에게 다 일러 바쳤다
쟤 수상하지 않아?
응 수상하네
그치? 여자 친구 생겼나?
여자 친구가 생겼거나 아님
신경 쓰이는 여자애가 있거나 ..
..... 역시 수상하다 ..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인지라 히로에게 돌직구로 물었다
히로 너 여자 친구 생겼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나오는 대답
아니 없어 .
그럼 맘에 드는 여자 애 있나?
그런거 없는데 ... 왜?
아침에 나 옷 입는것 보고 그러는거야?
아침부터 그것도 어디 놀러 갈 것도 아니고
시험기간중에 뭔 멋을 그렇게 부리니 ?
수상쩍게시리 ..
엄마 그 정도는 다들 입어
히로가 아니라 딱 잡아떼니 더 이상 이야기 해 봐야
결론은 여자 친구 없다
다른애들도 다 그 정도는 한다 라는데 ...
그런데 사실 히로에게 여자 친구 있는 듯한 느낌은 전혀 없다
고작 아침의 패션쇼 정도가 유일한 의심점이기 한데
히로 말을 믿어야 하나?
시험기간중인 히로는 집에서 공부중이고
나는 쇼핑을 하다가 며칠전 히로가 위에 걸칠 옷이 필요하다고
했던 말이 떠 올랐고
마침 세일 중이기도 했고 그래서
몇개 사진을 찍어 히로에게 보냈다
마음에 드냐고 물어 봤더니 아래쪽 사진의 옷이 맘에 든단다
히로랑 나랑 취향이 별로 안 맞다
난 아주 깔끔하고 깨끗한 스타일이 좋은데
히로는 히로 나름 자기 취향이 있다
내가 아무리 맘에 들어도 자기 맘에 안들면
절대로 안 입고 옷장 안에 고이 고이 모셔 두기만 한다는걸
잘 알기에 내 맘대로 히로 옷을 사지는 않는다
아침에 몇 번이나 옷을 갈아 입고 거울을 보고 한게
어쩜 한창 멋 부릴 나이인 히로의
의미 없는 패션쇼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
역시 수상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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