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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자기야 이야기

자전거 도둑 맞았다 ㅠㅠ

by 동경 미짱 2019.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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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자기야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내 눈치를 슬금 슬금 보더니 꺼내는 말 

 자전거 도둑 맞았어

 열쇠 했는데 도둑 맞은거야?

 아니 오늘 아침에 시간이 촉박해서 열쇠 안 했어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그렇지 자전거 열쇠 할 시간이 없어?


우리집은 역까지 도보 15분 정도의 거리이다 

자전거 천국인 일본답게 역앞에서 주륜장이 널찍하니 잘 되어 있고 

관리인도 있다 

하루에 주륜장 요금은 100엔  한달이면 주말을 빼더라도 

주륜비만 2000엔(2만원)을 훌쩍 넘는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주륜장요금 2만원도 절약할겸 

걸어가라고 해도 아침출근 시간 5분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 5분을 포기할수 없다며 자전거로 역까지 가고 있다 

평소엔 절대로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아니 딱히 탈 일이 없다 

오직 아침저녁 출퇴근때 타는 3,4분이 전부이다 

언덕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 3,4분의 거리이니 

사실 좋은 자전거는 필요없다(이건 내 기준 내 생각)

10만원 짜리 자전거로도 충분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자기야의 자전거 이야기를 할려니  히로 이야기를 안 할수가 없다 

재작년 고등학교에 입학을 한 히로가 

학교에 자전거 통학을 하겠다고 했다 

편도 10키로 왕복 20키로이니 꽤 먼거리이지만 

히로는 자전거 통학을 하겠다고 하고 

자기야도 테니스를 하는 히로가 자전거 통학을 하면 

하체운동은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며 적극 자전거 통학을 권유했다 

비가 온다거나 아주 날씨가 덥다거나 

그런 날은 버스를 이용하고 평소엔 자전거 통학을 하기로 하고 

왕복 20키로이니 좀 괜찮은 자전거를 사 주기로 했다 

내 기준 괜찮은 자전거는 3만엔대(30만원) 정도의 5단 기어가 

달린 자전거이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자전거 전문점에서 히로가 딱 꽂혀버린 자전거는 

내 예산을 두배이상 뛰어넘는 프랑스제인 

루이가노라는 자전거 메이커였다 

이런저런 부대비용 해서 8만엔(80만엔) 짜리 자전거를 사겠다는 히로 

난 조금만 낮추자 고딩이 타기엔 너무 좋은 자전거다 ..

히로를 설득했지만 한번 꽃혀버리니 다른 자전거가 눈에 안 들어 오는 히로 

꽤 비싸다 싶었지만 교통비 비싼 일본이라 

학교까지 버스로 통학을 하면 

한달에 15000엔 (15만원) 정도 버스비가 든다 

당장 나가는 돈은 8만엔 (80만원)이지만  버스비 생각하면 

싸다 싶기도 하고 고딩 입학선물이라 생각하면 

못 사줄것도 없다 싶어서   프랑스제인 루이가노인지 뭔지

하는 자전거를 사 주었다 


(재작년 자전거점에서 열심히 살펴보는 히로)


그때 자기야는 3만엔대(30만원)의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그런데 히로가 루이가노를 사주더니 

자기도 루이가노 자전거를 사 달라고 졸라대는게 아닌가 

애도 아니고 이 남자가 왜 이러나 ..

히로야 입학 선물겸이고 그리고 왕복 20키로를 달려야 하니 

좋은 자전거가 필요하다치더라도 

우리집 자기야는 겨우 역까지 3,4분을 타기 위해 저 비싼 자전거를 

사 달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게다가 지금 타는 자전거도 꽤 괜찮은 자전거인데 

이 남자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네 하고 처음엔 들은척도 않했는데 

마지막 결정적인 자기야의 말 한마디 


 매일 매일 출근해서 열심히 돈 벌어 오는데 

이 정도 사치는 해도 되잖아 


 나는 돈 안 벌어 . 나도 자기랑 똑 같이 돈 벌잖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도박을 하는것도 아니고 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니고 

그래 그 정도 사치는 해 줘도 되겠지 싶어 

자기야 생일에 맞춰 루이가노인지 뭔지 하는 자전거를 사 주었다 

같은 메이커지만 히로 자전거 보다 1만엔(10만원) 싼 

7만엔 (70만원) 자리 자전거로 ..



그렇게 2년 조금 더 탄 자전거인데 

그 비싼 자전거를 무슨 배짱으로 역 앞에 열쇠도 안 채우고 

세워 두었는지 ...

이미 엎질러진 물 어쩌겠나 


 자기는 이번엔 자전거 사지 마 

지난번 타던 자전거 있으니까 그걸로 타면 되잖아 

평소에 타면 모를까

역까지 겨우 3,4분 타기 위해 7만엔(70만원) 짜리 자전거 

다시 사 줄수 없어 

게다가 열쇠를 안 한다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훔친 사람도 나쁘지만 이건 순전히 자기가 잘못한거야


자기 잘못인걸 아니까  끽 소리 못하는 우리집 자기야 

순순히 전에 타던 자전거를 타겠다고 ...

(당연하지만 ...)


일본은 자전거를 살때 방범 등록을 한다 

그래서 자전거 마다 고유번호가 다 있다 

그럼 도난 당했을때  쉽게 찾을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자전거가 워낙 많으니 일일이 다 조사 할수도 없고 

경찰이 그리 한가하지도 않고 

어쩌다 경찰눈에 띄는 자전거 

예를 들면 저녁에 라이트를 켜지 않고 타는 자전거나 

이어폰을 끼고 타는 자전거나 

한대의 자전거에 두사람이 타고 있는 자전거처럼 

위반 사항이나 수상하다 싶거나 위험하다 싶으면 경찰이 세워서 

무전으로 등록번호랑 실 소유자 이름을 확인하는 정도다 

정말 운이 좋아야만 찾을수 있다 

게다가 한국처럼 방범 카메라가 여기저기 막 달려 있지않다 

건물안이나 역사 같은 실내 공공장소나 

사람들이 많은 큰 거리가 아닌  동경 변두리 역인

울 동네 자전거 주륜장엔  방범 카메라가 달려 있지 않았다 

뭐 어쩌겠나 아깝다 생각해도 어쩔수 없고  ..

액땜 했다 생각하고 포기할수 밖에 ..


그런데 저 비싼 자전거에 열쇠를 채우지 않는건 자기야 뿐만이 아니다 

부전자전인지 

히로도 자전거 열쇠를  잘 채우지 않는다 

예전에 그 사실을 우연히 안 내가 

히로에게 열쇠를 꼭 채우라 했을때 히로의 반응은 


엄마 괜찮아. 학교 안인데 어때 


 야! 학교라고 열쇠를 안 하면 안되지 

게다가 그게 습관이 되면 역이나 다른곳에서도 

열쇠를 안 하게 되잖아 

반드시 열쇠를 채우도록 해 


 학교는 괜찮다니까 .


라며 엄마말을 쉽게 듣지 않던 히로 

내가 일장 연설을 해서 겨우 "알았다 열쇠 채우겠다"

는 대답을 했지만 글쎄 지금은 열쇠를 잘 채우는지 어쩐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오늘 자기야가  열쇠를 하지 않아 자전거를 잃어버렸으니

잘 되었다 싶어 히로에게 일장 연설을 했다 


히로 너 요즘 자전거 열쇠 잘 채우고 있어 


 ... 어? 응..


대답하는 폼이 어째 수상하다 


오늘 아빠 자전거 잃어 버렸어 

열쇠 안 채웠다 


에? 거짓말 


거짓말 아냐? 

히로는 히로 자건거가 그냥 그런 자전거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80만원이면 좋은 자전거야 

열쇠를 안 한다는건 내 자전거 그냥 가져 가세요 하고 

하는 거랑 마찬가지야 

너 꼭 자전거 열쇠 채울도록 해 

자전거 잃어 버리면 다시 안 사줄꺼니까..


 아빠는 내일부터 어떻게 해 ?


 엄마가 탈려고 둔 예전 자전거 있잖아 

어차피 엄마는 안 타니까 그거 타야지 

새 자전거 안 사 줄꺼야 


역 앞에 자전거를 세우면서 열쇠를 안하다니 

도대체가 이해가 안 간다 

어차피 잃어 버린 자전거 어쩔수 없고 

덕분에 히로에게 자전거 열쇠를 꼭 채워야 한다는 

교육을 제대로 한것 같아서  그걸로 위안 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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