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한 주말
여유롭고 한가한 주말이 아닌 바쁘고 분답스런 주말이었다
겨우 손바닥 만한 우리집 마당에 십여명이 복작 복작 거리며
BBQ란 이름하에 모였다
9월 우리집 마당에서 BBQ 모임을 가지기 시작한
첫 모임이 언제였는지 하도 오래 되어서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히로가 유치원때부터니 적어도 13년..
아닌 좀 더 되었나 15년 ..
모르겠다 어쨌든 너무 너무 오래된 연중 행사이다
일시 : 매년 9월 3연휴중 하루( 오전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장소 : 동경 변두리 우리집 좁은 마당
참석대상 ; 우리집 자기야의 회사 동료 (전, 현직)
참석인원 : 매년 변동이 있지만 10여명 전후
어렵다면 어려운 남편의 회사 동료들이 십수년째
매년 이어져 오고 있는 BBQ이다
참석인원 십여명중 첫모임부터 지금까지
계속 참석하는 사람 3명 나머지는 그 해 그해 조금씩 변동이 있다
자기 회사 동료이니 마누라에게 최대한 부담이 가지 않도록
장보기부터 해서 전날 돼지 등갈비를 양념에 재우기 등등 ..
자기야가 미리 미리 준비를 했다
말이 BBQ이지 솔직히 마시는 모임이다
매년 그렇듯 올해도 생맥주 서버 20리터를 준비했다
일본은 생맥주 서버를 빌려 주는 곳이 있어서
집에서도 캠핑 같은 야외에서도 쉽게 생맥주를 즐길수 있다
처음 빌릴때 보증금이 필요하긴 하지만
서버를 반납할때 보증금은 돌려 받을수 있으니
맥주 가격만 볼때 캔 맥주보다 크게 비싸지 않다
물론 빌리러 가고 설치하고 반납하러 가고 하는게
귀찮다면 귀찮지만 집에서 시원한 생맥을 즐길수 있어서
많은 인원이 모일때는 종종 생맥주 서버를 빌리는 편이다
생맥 20리터이다가 와인 3병
그리고 호로요이를 비롯한 캔맥주도 다량으로 준비를 했다
일본 사람들 안 그럴것 같은데 우리집에 오는 자기야 회사 동료들을 보면
죽기 살기로 마시더라는 ..
울 모꼬짱도 마당에 나가 한자리 차지 하고 앉았다
오늘 모임에 참석한 모든이들의 사랑을 독차지 할 아이 ..
역시나 이 사람이 귀엽다고 안고 쓰담 쓰담
저 사람이 안고 쓰담 쓰담
누구보다도 피곤한 하루를 보낸 모꼬짱이다
어찌된 모임인지
참석한 회사 동료 10명중 2명이 남자고 8명이 여자다
이 아저씨가 회사에서 여자들하고만 노는지
매년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은데 올해는 유독 더 심한것 같다
10명중 3명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전직을 한 사람인데
올해도 여전히 BBQ에 참석을 했다
첫 모임에서부터 십수년간 한번도 빠짐없이 참석한 3인은
여자 둘 남자 하나
두 명의 여직원은 현재 다른회사로 이직을 했는데도 여전히 참석중이다
이제는 자기야의 친구이기도 하지만 내 친구이기도 하다
이 오래된 두 명의 여직원은
모두가 밖에서 BBQ를 즐기는 동안 거실에서
나랑 셋이서 따로 한참을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주제는 갱년기
한 여직원이 (40대 중후반의 미혼) 현재 갱년기를 겪고 있는것 같다
아무에게도 말 하지 못하고 자기 몸의 변화를 이해 받지 못하고
그래서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
새로 이직을 한 회사는 남직원이 더 많아서 이해 받기가 어렵다고
자기 고민을 터 놓고 나랑 또 한명의 여직원의
자기 경험과 주변인들이 겪고 있는 갱년기의 예를 들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홀로 너무 외로이 갱년기와 싸우며 고민 하던 그녀는
갱년기를 시작하고나서 처음으로 숨김없이 이야기를 터 놓다보니
안심이 되는건지 마음의 위안이 되는건지
눈물까지 흘리고 ...
몸은 힘들고 무엇보다 무력감 ...
무력감에 빠져 아무것도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해서 ...
괜찮다고 ..
나도 그렇고 다들 그렇다고 ..
주변인들에게 숨기지 말고 힘들면 힘들다 말 하고
도움을 청 하라고 ..
어깨를 토닥 토닥 해 줬더니 울다가 웃다가 ..
오랜시간 거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여자 3명이 걱정되는지
울 자기야 들여다 보며 셋이서 뭐 하냐고?
알 것 없어
많이 알려고 하지마
알면 다쳐
엉덩이 무거운 남편의 직장 동료들
https://michan1027.tistory.com/690
남편의 직장 동료 태풍속 BBQ이건 아니지 싶다
https://michan1027.tistory.com/350
울집에 집합한 남편 회사 동료들
https://michan1027.tistory.com/123
오전 11시에 시작한 모임인데 다들 엉덩이가 얼마나 무거운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바와 사이타마에서 온 친구들도 있는데 집에 갈려면
2시간 반이나 걸리는 사람도 있다는데 ...
술도 떨어지고 어두워지고 주변 이웃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도록
회식 장소를 집 안으로 옮겼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일어서는 그들 ...
진짜 엉덩이 한번 무겁다
헤어지면서 항상 나에게 하는 인사말
" 올해도 신세를 졌어요
내년에도 꼭 불러 주세요 ..."
이러니 이 모임을 중단 할수도 없고
앞으로 몇년이나 더 이 모임이 계속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회사를 그만 두고도 이 모임에 참가를 하는 이가 4명이라 ..
아마도 은퇴를 하고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도
우리집에서 BBQ 하자고 할것 같다
매년 이렇게 푸짐하니 먹고 마시고 하는데
그 경비를 다 어떻게 하냐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올해는 생맥주 서버를 비롯 총경비가 5만엔(50만원 ) 조금 더 나왔다
우리집이 갑부도 아니고 이 경비는 참석자가
인원수대로 똑 같이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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