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적에 살았던 집 마당 한구석에 커다란 석류 나무가 있었다
가을이 되면 말그대로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많은 석류가
주렁 주렁 달렸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우리집은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그 후 줄곧 아파트 생활이었다
나에게 석류는 어릴적 추억의 나무이다
일본에서 단독주택을 짓고 이사를 하고 마당을 꾸미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바로 석류나무 심기였다
아무리 변두리라지만 명색이 동경이다 보니 근처 가게에선
석류나무를 구할수가 없어서 인터넷으로 찾아서
겨우 겨우 주문을 해서 심은 나무가 석류나무다
그렇게 우리집 마당에 작은 석류나무가 심어져고
그리고 1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작았던 석류나무가 이젠 작은 마당이 감당이 안될정도로
존재감이 엄청난 큰 나무로 성장을 했다
오늘 마당에 나갔다가 잘 익어서 입을 쩍 하니 벌린
석류가 눈에 들어왔다
석류 나무를 키워보면 좋은점 보다 안좋은게 더 많은것 같다
그 첫째는 가시
장미 가시 저리 가라할 정도로 뽀족하고 튼튼한 가시
석류나무에 가시가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가지 치기 하면서 얼마나 많이 찔렸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다
가시하면 떠오르는게 장미인데
장미는 명함도 내 밀수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석류나무의 가시..
둘째는 늦가을 떨어지는 낙엽들 ...
잎이 크지 않고 작아서 쓸어 담기도 어렵다
쓸어 담고 나면 또 떨어지고
다음날 쓸어 담고 나면 또 떨어지고
마당 청소하기 정말로 힘들게 하는 무수히 많이 떨어지는 작은 석류 잎들..
솔직히 청소하기 귀찮을 정도다
셋째는 너무 잘 자란다
쑥 쑥 큰다
마당이 작은 우리집은 자라는 대로 둘수가 없어서
틈만 나면 가지 치기를 해 준다
원래 나무는 가지 치기를 해 주는 시기가 있는걸로 아는데
난 그런거 모른다
성장기 뭐 그런거 상관없이 1년에 서너번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싹뚝 싹뚝 잘라준다
그래도 너무나 잘 자라는 석류 나무다
커다란 시골 마당이라면 모를까
도시의 작은 마당에서 키우기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석류 나무다
그래도 내가 석류 나무를 뽑아 버리지 않고 키우는 이유
제일 큰 이유는 바로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나무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내 나라를 떠나 외국에서 사는 입장에선
어릴적 추억이란게 참 소중하다
석류나무를 보면 어릴적 할머니랑 석류나무 그늘 아래에
놓여 있던 살피청( 정확한 이름을 모르겠다
왜 드라마 같은걸 보면 옥탑방 앞에 꼭 놓여져 있는
나무로 만든 건데 그 위에 누워 하늘의 별 쳐다보고
하는 그거.. 이름 모르겠다
평상이라고 하나??
어릴적 사투리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살피청이라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것도 정확한지 자신이 없을 정도로 내 기억은 가물 가물 하다 )
살피청 위에 앉아 계신 할머니의 무릎을 베개삼아 누우면 울 할머니는
내 머리를 쓰담 쓰담 해 주셨고
난 그대로 잠이 들고 ...
머리를 쓰담 쓰담하면 정말 잠이 솔솔 쏟아진다
난 지금도 누가 내 머리를 쓰담 쓰담 해 주는걸 좋아한다
뭐 이런 기억들이 있다
그래서 난 석루나무를 보면 어린 시절이 떠 오르고
또 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울 할머니는 나를 참 많이도 이뻐하셨다
아버지가 장남이셨고 그래서 우리집에서 함께 살았다
많은 손자 손녀들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함께 사는
장남의 손자 손녀들
그 중에서도 철 딱서니 없고 애교 넘치는 막내인 나를 이뻐 하셨던것 같다
게다가 내가 할머니를 제일 많이 닮았다
손자 손녀들 중 안 이쁜 애가 어디있을까
다 똑 같이 이쁘지 ...
하지만 아무래도 당신을 제일 많이 빼다 박은 막내 손녀를
더 많이 이뻐 하셨을꺼라는
어쩌면 나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할머니 껌딱지라
할머니랑 제일 많이 붙어 다녔던
나를 할머니는 참으로 이뻐 하셨다는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게 믿고 싶은거지만 ㅎㅎ)
초등학교때 친구들이 우리집에 놀러 왔다가
할머니가 우리 엄마인줄 알았던 친구들도 있었다
엄마보다도 외모는 할머니를 더 많이 닮았으니까
나는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도 식성도 여러모로 할머니를
제일 많이 닮은 손녀다
석류를 봐서인지 아님 어제 저녁 엄마랑 전화 통화중
그저께 아빠랑 엄마랑 둘이서 할머니 산소에 다녀 왔다는 얘기를 들어서인지
오늘 따라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결론 ! 석류는 곧 나에겐 오래 오래 기억하고픈 어릴적 소중한 추억이다
새빨간 보석같은 알알이 속을 다 드러낸 석류를 하나 땄다
한알을 따다 입안에 넣으니
새콤 달콤 참으로 맛난다
일본에 살면서 석류나무가 있는 마당이라 ...
별것 아닌 아주 소소한 것이지만
지금 이순간이 내 입안 가득 퍼져나는
석류의 향만큼이나 만족스럽고 아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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