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금요일이었다
크리스마스 때나 특별할 때가 아니면 절대 잔업이 없는데 오늘은 해도 해도 끝이 안나는 업무 때문에
자그마치 3시간이나 잔업을 했다
총 11시간 근무 ㅠㅠㅠ
바쁘게 일을 할 때는 피곤할 줄도 모른다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그때서야 피곤함을 느끼고 그대로 뻗어 버릴 뿐..
그렇게 쓰러져 잠이 들었나 보다
현관문 여는 소리에 눈을 떴는데 헐 저녁 9시다
아침 일찍부터 학교에 갔다가 그대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온 히로가
점심도 안 먹었다며 배가 고프다는데 오늘따라 밥이 없다
히로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우리 집 자기야도 퇴근해서 돌아오고
그런데 어쩐다나 밥이 없다
나 : 스시로(초밥집) 라도 갈까?
자기야 : 9시인데 안 할걸
히로 : 홈페이지 보니까 持ち帰り(주문하고 직접 가지러 가는 것 )은 한다고 하네
나 : 어차피 밥이 없으니까 가 보자
예전엔 11시까지 영업을 했었는데 요즘엔 코로나 때문에 단축 영업을 하는 추세라서
몇 시까지 영업을 할지 잘 모르겠다
어차피 집엔 밥이 없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일단 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집에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스시로로 간 시간이 9시 5분 아직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持ち帰り(주문하고 직접 가지러 가는 것 )도 9시까지라 안 된다고..
코로나 영향으로 집 근처 식당들은 대부분 9시까지만 영업을 하고 있는듯 하다
갈 때가 없다
히로는 배가 고피 죽겠단다
그래서 마트에서 도시락을 사 먹기로 했다
도시락 문화가 끝내주게 발달했다는 일본에 살면서 난 시판 도시락은 거의 먹어 보지 않았다
1년에 한번 먹을까 말 까다
집밥 아니면 외식을 하지 도시락은 사 먹지 않는다
결혼 22년 차인데 22년간 우리 집 자기야 도시락을 만들어 주고 있고
히로도 중, 고교 6년간 매일 도시락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일본은 초등학교는 급식(그것도 유료)이고 중, 고교는 도시락이다 )
매일매일 우리 집 두 남자의 도시락을 직접 만들어 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편의점 도시락 이나 마트 같은 곳에서 파는 도시락을 사 먹을 일이 없다
9시가 넘어서인지 마트 도시락이 거의 다 팔리고 몇개 남지가 않았다
운이 좋게도 가츠동(돈가스 덮밥)이 딱 2개 남았다
하로랑 자기야는 가츠돈 결정
그 외에 세 개 남은 도시락 중에 내가 선택한 것은 그나마 채소 든것 같아 보이는 중화풍 덮밥
9시가 넘으면 도시락 같은건 싸게 파는것 같은데 도시락이 거의 다 팔리고 몇 개 남지 않아서 인지
정가 판매였다
조금만 늦었다면 사지 못 했을거라 생각하니 이거라도 살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 싶다
히로와 자기야가 돈까츠 덮밥은 맛있다고 하는데
내가 고른 덮밥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그래서 반도 안 먹고 히로에게 넘겼다
그리고 각자 취향대로 라면도 하나씩 골랐다
밤 10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 저녁인지 야식인지 어중간한 식사인데
메뉴 구성이 참 기가 막힌다
돈가스 덮밥이 가볍게 1000kcal 정도고 라면도 400kcal는 넘는데
밤 10시에 이걸 먹겠다고 사 들고 왔다
입가심용으로 조각 수박까지 샀다
평소 잘 먹지 않는 시판 도시락을 이렇게 먹게 될지는 몰랐다
도시락 3개, 라면 3개 그리고 조각 수박으로 구성한 야식 (아니 저녁식사인가??) 은
2000엔 (2만 원) 짜리 구성이다
시판 도시락에 라면!
정말 끝내주는 야식 메뉴다
맛이 끝내주는 게 아니라 음... 우리 집에선 평소에 있을 수 없는 메뉴다
그래도 오늘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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