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일본에 살다 보면 벚꽃이 피면 아! 봄이구나 싶고
또 마트에서 유채나물과 죽순을 팔기 시작하면 아! 봄이구나 싶다
그만큼 일본 사람들은 죽순을 많이 먹고 또 좋아한다
1년 중 어린 대나무인 죽순을 맛볼 수 있는 게 딱 이맘때뿐이다
솔직히 한국에서 죽순을 먹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일본에 오래 살다보니 죽순을 매년 먹게 된다
지금은 매년 먹고 죽순이지만 단 한 번도 마트에서 사 본 적은 없다
왜냐하면 지인중 대나무 밭이 있는 일본인 지인이 있고 그 지인 집에 가서
직접 죽순을 캐 오기 때문이다
너무나 따사로운 오후 지인으로 부터 죽순 캐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죽순 2개를 캐 왔다
많이 캐 오면 좋을텐데 죽순을 달랑 2 개만 캐 온 이유
죽순은 캐서 바로 손질을 하는게 제일 맛있다
캐서 오래 두면 그 만큼 맛이 떨어진다
내가 죽순을 캐 온 곳은 차로 가면 5분밖에 안 걸리는 가까운 곳이라
일단 오늘은 2개만 캐 오고 주말에 다시 가서 한번 더 캐 오기로 했다
죽순이 꽤 커서 겉 껍질을 벗겨서 삶았다
작은 죽순이라면 껍칠채 삶은 후 나중에 껍질을 벗겨도 된다
죽순은 그냥 삶으면 아릿한 맛이 남아서 먹기가 어렵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죽순을 삶을 때 쌀겨에다가 넣고 삶는다
쌀겨가 없다면 쌀뜨물에 삶아도 된다
죽순은 삶는 시간이 꽤 길다 40분이상 대충 1시간 정도는 푹푹 삶아 주어야 한다
잘 삶아지는 죽순은 옥수수 삶는 듯한 그런 비슷한 냄새가 난다
1시간쯤 삶다가 젓가락으로 푹 찔러 보면 젓가락이 쑤욱 들어가면 잘 삶아진 것이다
삶고 나서도 찬물이나 쌀 뜨물에 한나절 정도 담가 두면
죽순 특유의 아릿한 맛이 없이 맛있는 죽순이 된다
솔직히 죽순 삶는 과정이 꽤 시간이 길어서 귀찮지만 맛있는 죽순을 먹을 수 있다면
이 정도 귀찮음 쯤이야 감수 해야 한다
일본 사람들은 죽순을 참 좋아하고 그래서 1년 내내 죽순 요리를 해 먹지만
보통은 위에서 설명한 저런 과정을 다 거친후 가공을 해서 팔고 있다
생 죽순을 사다 먹을수 있는 건 딱 이 시기뿐이다
일본의 죽순요리의 대표적인 건 위의 사진처럼 다른 재료 등이랑 조려 먹는 게 대표적이다
그리고 죽순밥
또 생소한게 죽순 사시미(죽순 회)이다
죽순 사시미는 조리된 죽순이 아닌 어린 죽순을 직접 삶아서
신선한 죽순으로만 먹을 수 있어서 일 년 중 이맘때 밖에 먹을 수 없다
죽순을 사시미(회)로 먹는다고???
사시미는 보통 생선이라고들 생각하는데 일본에서는 생선만을 사시미라 하지 않는다
그냥 잘 삶아진 신선한 죽순을 이렇게 얇게 저미면 이게 바로 죽순 사시미란 요리다
생선 사시미처럼 간장이랑 와사비에 찍어 먹는다
그리고 또 하나 죽순하면 죽순 영양밥이다
그래서 우리집오늘 저녁 메뉴는 죽순 영양밥이다
찹쌀이랑 멥쌀을 반반 섞어서 죽순이랑 버섯 당근(죽순 외 재료는 자유.. )을 넣고
밥물에 미링 , 요리술, 간장, 설탕을 넣고 밥을 지으면 된다
죽순밥이면 반찬은 크게 없어도 밥 맛으로도 한그릇 뚝딱이다
찹쌀이 들어가서인지 압력밥솥으로 밥을 해서인지 윤기가 좌르르
지인이 주말에 또 죽순 캐러 오라고 했지만
오늘 죽순 2개나 캐 왔으니 주말은 안 가야지 했는데
너무 맛있게 잘 먹어서 주말에도 죽순 캐러 갈까 보다
주말엔 죽순 사시미 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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