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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상

주부 파업 첫 날

by 동경 미짱 2022.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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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8일간의 휴가 첫날
나는 주부 파업을 선언했다
이번 휴가 기간은 아주 손을 놓을 수는 없지만 되도록이면 집 안일은 하지 않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보내겠다고 우리집 두 남자에게 선언을 했다
그 첫날
월요일이지만 뭔 상관이래
난 출근 안 해도 되니까 늦잠을 잤다
10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일어나 보니 어제 밤에 내리던 비가 새벽에 눈으로 바뀌었는지 마당에 눈이 소복하니 쌓여 있었다
추웠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따사로워서 점심때쯤엔 눈이 흔적도 없이 다 녹아 버렸지만 …

10시쯤 일어나 보니 우리 집 자기야는
주부 파업 선언하고 늦잠 자는 마누라 깨우지 않고 혼자 모닝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차려 먹고 모니터 앞에 앉아 근무 중이다

: 자기야 히로는 아침 먹었어?
자기야 : 아직 안 내려왔어

히로 또한 늦잠을 자는건지 아님 게임을 하는 건지 ( 설마 공부를 하는 건 아닐 테니까 ㅠㅠ) 아직 2층 자기 방에서 방콕 중이라 한다

오늘은 주부 파업 첫날이니 당연히 점심을
만들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다
각자 알아서들 해결하는 걸로 …
난 11시쯤 아침겸 점심으로 커피와 빵으로 한 끼 해결을 했다
사과도 먹고 디저트도 챙겨 먹었다
이러다 휴가 기간중 살찔 것 같다 ㅠㅠ
12시쯤 되어서야 히로는 배가 고픈지 먹이를 찾아 어슬렁어슬렁 거실로 내려왔다

자기야 : 히로 배 고파? 아빠 1시쯤 먹을건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배달시킬 건데 자기는 먹을 거야?

: 아니 난 이제 먹었는데 뭐
나 신경 쓰지 말고 먹고 싶은 거 시켜 먹어

우리 집 자기야가 점심으로 시킨 건

스시
스시를 좋아하는 히로는 좋아라 하고

스시 하면 미소시루( 일본식 된장 국)인데 간단히 먹겠다고 배달을 시켰는데 미소시루 끓일 리가 없고 어제저녁 먹다 남은 미역국만 데워서 차린 우리 집 두 남자의 점심


우리 집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직접 가서 먹지 배달 음식은 정말 시키지 않는다
1년 가 봐야 한번 시킬까 말까인데 그날이 주부 파업인 오늘이라니..

개인적으로 스시는 직접 가서 금방 만든 걸 먹어야 한다는 파인데 보기엔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난 안 먹었으니 맛은 모르겠고 우리 집 두 남자가 먹을만 하다니 나쁘진 않은가 보다

우리집 두 남자가 배달 스시를 먹는 거 보고 나는 집을 나섰다
이제 곧 춘 3월 봄이 올 텐데
우리 집 현관에 봄 꽃을 심을까 해서 꽃을 사러 홈센터 원예 코너를 다녀왔다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주부 파업을 했지만 마당을 가꾸고 꽃을 심는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우리 집 마당에는 매년 꽃이 피는 다년초나 아님 구근 식물이나 나무로만 가꾸고 있다

현관은 일 년 초를 매년 사다가 심는다
어떤 해는 팬지와 비올라로만 꾸미기도 하고
어떤 해는 페튜니아로만 심을 때도 있고
어떤 해는 이것저것 섞어서 심을 때도 있다
올 해는 프리뮬어로 정했다

형형 색색 많은 것 중에 무슨 색으로 살까 고르고 또 골랐다
이걸로 끝은 아니다
일단 심어 보고 더 필요하다 싶은 건 나중에 또 사러 가야 한다
아마도 봄맞이 꽃을 사러 두어 번은 더 갈 것 같다

꽃도 보고 옷 가게 가서 니트 원피스도 하나 샀다
집에서는 주로 원피스를 입는데 집에서 입을 거라서 ( 간혹 쓰레기 버리러 나가거나 잠깐 마트 정도 나갈 때 입을 수 있는 걸로 ) 무난한 걸로 골랐다
흰색이 이쁘기는 했는데 집에서 입을 건데 혹
김치 국물이라도 묻으면 절단 나니까 흰색은 포기하고
검은색이 있었지만 검정 옷을 너무 많니 가지고 있어서 이번엔 검정도 포기하고 그렇게 고른 색이 요거



집에서 입을 거라 시착도 해 보지 않고 사 왔는데 집에 와서 입어 보니 맘에 든다 어차피 집에서 입을 건데 뭐 …

저녁 …
여전히 난 주부 파업 중이니까
점심은 아빠가 샀으니 저녁은 히로가 차렸다
히로 : 파스타 만들건대 토마토소스랑 알리오 올리오랑 뭐가 좋아?
자기야 : 그럼 오늘은 알리오 올리오
: 난 토마토

레스토랑도 아니고 같은 거 만들면 될 텐데 귀찮게 뭔 주문을 받는다는 건지 …
뭐 만들어 준다니 각자 취향대로 주문하고


히로가 차려 준 파스타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저녁은 히로가 만들었으니 뒷정리는 우리 집 자기야가 ….
삼시 세끼 한 끼도 안 만들고 보니 하루가 엄청 길다
휴가 첫날
아니 주부 파업 첫날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보냈다
평소엔 무수리인데 오늘은 여왕처럼 보냈다
내 성격상 정말 8 일을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ㅋㅋㅋ

아무것도 안 하고 8일간 보내기!
어째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더 힘들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ㅋㅋㅋ

아니야
난 할 수 있어!
8일쯤이야 껌이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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