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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상

10여년만의 노래방

by 동경 미짱 2022.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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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여행 중 묵었던 호텔에 노래방이 있었다
노래방이라 …
노래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 또한 노래는 엄청 좋아한다
단 부르는게 아니라 듣는 거 ㅎㅎ
난 예전부터 학교에서나 어디 모임에서 사람들이 둘러앉으면 겁부터 났다
왜냐? 노래 시킬까 봐
듣는 건 엄청 좋아하지만 음치에 가까운지라 누가 노래하라고 할까 겁이 난다 ㅠㅠ
우리 집 자기야는 한국 사람들은 전부 다 노래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나를 보고선” 한국 사람도 노래를 못 하는 사람이 있구나 …”라는 큰 깨달음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마지막으로 가라오케에 간 건 히로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였던 것 같다
물론 우리집 자기야는 회사에서 회식 때 가끔 갔던 것 같고 히로는 친구들을 만나면 자주 노래방에 가는 것 같다
히로는 길게는 5시간을 노래방에서 노래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다 들 가는데 나만 노래방 안가 ㅠㅠ

내가 노래를 부르지 않으니 일부러라면 가족끼리 노래방 갈 일이 없는데 호텔에 노래방이 있으니 게다가 시간 예약을 하면 무료라고 하니 정말 10여 년 만에 노래방 체험(? 내 입장에선 정말 체험이다 ㅎㅎ)을 하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난후 노래방으로 고! 고!

널찍한 노래방..
우리 가족 셋이서 놀기엔 너무 커서 부담스러웠다
노래방에 자주 간다는 히로는 들어서자마자 예약을 수두룩..
얼마나 자주 다니는지 노래 찾는데  망설임이 없다

짜잔
탬버린이 아니라 이런 게 있었다
내가 노래는 못 해도 흥 하나는 끝내주는 여자인지라
흔들 준비 완료!
노래는 너네가 불러나 난 흔들어 주마

히로 처음엔 내가 알만한 노래 ( 물론 일본 노래고 발라드)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진짜 노래방이 너무 큼..
그래서 분위기
잡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뒤늦게 우리 집 자기야도 합류
뭘 부를까 고르기 시작하고
난 노래 부를 맘이 눈곱만큼도 없으니까 사진이나 찍고
탬버린이 아닌 그게 뭐지 어쨌든 흔들며 분위기 조성하고

나 보고도 한곡 부르라고 한국 노래도 있다고 책자를 내미는데 내가 부를 리 만무하고..
그래도 호기심에 책을 뒤적여 봤더니 꽤 오래된 노래들이 꽤 있었다 ( 70, 80 노래들..)
노래방 자주 가는 히로 말로는 한국 최신곡이 꽤 많다는데 여기는 호텔에 있는 무료 노래방이라서인지 좀 오래된 버전으로 최신 노래는 없었다
하긴 최신 한국 노래가 있다고 해도 어차피 노래를 안 부를 거니까 나랑은 별 상관이 없지만 …

저녁 식사시간에 생맥주 2잔 마신 이 아저씨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나 보나
제대로 아저씨 포스가 나오는 걸 보니

나는 노래 대신 요걸 흔들며 분위기만 업!
히로 : 엄마도 부르지?
: 나한테 너무 많은걸 바라지 마!
다칠 수가 있어 ㅋㅋㅋ

10여 년 만의 노래방
결국 난 한 곡도 부르지 않았지만 우리 집 두 남자의 노래를 들으며 신나게 흔들었다 ㅎㅎㅎ
우리집 자기야 노래야 예전부터 자주 들었지만 히로는 어릴 적엔 물론 들었지만 다 커서 집에서 흥얼거리는 게 아닌 제대로 부르는 건 처음 듣는 것 같다


: 자기야 히로 노래 어때?
잘 부르는 거야 못 부르는거야
자기야 : 못 부르진 않고 그냥 그냥 하네

1시간의 예약시간이 너무 빨리 끝이 나 버렸다
히로가 조금 더 하고 싶다 아쉬워했지만 다음팀이 예약이 되어 있어서 더 연장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 집 자기야가 여행 마치고 집에 가면 언제 날 잡아서 가족끼리 노래방 가자고 제안을 하니 히로도 좋다고 한다
한국 노래도 많으니까 그때는 엄마도 꼭 부르라는데
“ 얘가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 노래는 그렇게 아무 때나 간단히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아니야 “

노래라 …
고교 시절이 생각난다
고 1 때 학교에서 1박 2일 캠프를 갔었다  
갑자기 팀 별로 장기 자랑을 하라는데..
우리 팀 4명이서 “모닥불” 을 노래했다
우리팀 4명은 드물게도 전부 음치 ㅠㅠㅠ
한국 사람들은 다 들 노래를 잘하는데 이렇게 음치만 모아 놓기도 어려운데 그 어려운걸 우리가 해 냈다 ㅋㅋ
모닥불 피워 놓고 마주 앉아서 …
자신이 없으니 모기 같은 작은 소리로 노래를 하는데 심사 위원이었던 수학 선생님이 “ 안 들린다 크게 불러라 “ 그래서 용기를 내서 음치의 진수를 보여주며 엉망진창 노래를 마쳤었다
그때 우리 학교에 아주 유명한 교내 가수가 있었다
진짜 걔는 가수를 안 하면 누가 가수를 하냐고 할 정도로..
그런 쟁쟁한 팀들 앞에서 쪽 팔리게 존재감 없이 ( 아니 어쩌면 음치라서 존재감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모기만 한 소리로 노래를 불렀었는데 장기자랑 결과가 세상에나 음치인 우리 팀이 1등이었다
아무도 인정 못 한다는 분위기 속에 심사 위원인 수학 선생님 심사평이 “ 노래가 분위기에 잘 맞았고 ( 진짜 모닥불을 피워놓고 모여 앉아서 한 장기 자랑이었다)
아주 잘하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 해서 열심히 해서 ….”1등으로 뽑았다고 하셨다
그렇게 난 인생 두 번 다시없을 단 한 번의  노래로 1등을 해 본 여자가 되었다

나 아무리 음치라도 이래 봬도 노래로 1등 상 먹어 본 적 있는 여자야 이거 왜 이래 ㅋㅋㅋ

10여 년 만의 노래방 체험으로 기억도 가물가물한  35
년 전쯤 그 시절로 추억 소환을 해 본다
나에게도 그런 여고 시절이 있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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