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과 간단 부침으로 맞이한 설

 

한국은 오늘이 설이란다
일본은 양력설을 지내서 누가 알려 주지 않으면 언제가 설 인지도 모르고 지나갈 때가 있다
다행히(?) 올해는 며칠 전에 부모님이랑 통화를 하면서 오늘이 설이란 걸 알았었고 또 한국에서 지인들이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메시지를 보내와서 설인 줄 알고 맞이했다
오늘도 연차로 집에서 놀고 있는 나 …
노니까  할 일은 없고 어차피 노는거 떡국이라도 끓여 먹을까 싶었다
떡국만 끓이기엔 조금 허전해서 전도 몇 개 부쳤다
어차피 제대로 된 한국전을 부칠수도 없을 테고 흉내만 낼 거니까 따로 장을 보지 않았다
냉파라고 하던가 냉장고를 뒤져서 보니 있는 재료로 몇 가지 부칠 수 있을 것 같다

냉파로 만든  첫번째 전.
팽이버섯에 게맛살(샐러드용으로 상비 중인 재료다)을 넣고 부쳤다  
두 번째 전.
어제저녁 반찬인 소고기 민치 소보로가 있어서 연근 구멍마다 소고기 민치를 채워 넣고  부쳤다

세 번째 전.
잘 익은 김치가 있어서 냉동 새우살을 넣고 김치 새우전을
네 번째 전.
냉동 조갯살을 넣고 파전을 부쳤다

다섯 번째 전.
고구마 부침은 내가 좋아하는 부침이다
그래서 순전히 나를 위해 고구마도 부쳤다

냉파만으로 다섯 가지 전을 부치고 떡국도 끓였다

다섯가지 전이 있으니 조금 설 같은 느낌이 들긴 했다
원래 설에는 마늘이나 고춧가루가 들어가는 건 상에 안 올린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난 김치도 상에 내놨다
몇 가지 전 만으로 조금 허전하고 또 떡국에 잘 익은 김치가 먹고 싶어서 …

떡국은 깔끔하게 닭 육수를 우려서 끓였다
우리 집 두 남자는 소고기 육수를 더 좋아하겠지만
오늘은 한국 설이고 우리 집 두 남자를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 밥상을 차렸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닭 육수로 끓였다

어설프게나마  설 상차림을 차려 먹고 나니 한국 갈 수 없는 허전한 마음이 조금은 채워지는 것 같다

밥상을 물리고 나서 한국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요즘은 전화를 하면 화젯거리는 대부분 코로나에 대한 얘기다
서로가 서로에게 조심하라는 당부를 하는데
뭘 어떻게 조심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한 집에서 같이 먹고 자도 안 걸리는 사람은 안 걸리고
마스크 낀 채로 5분 대화하고도 걸리는 사람은 걸린다는데 조심하라는 말이 무의미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조심하라는 말로 시작해 조심하라는 말로 끝을 맺게 된다
뭐 어쨌든 조심하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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