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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상 /사람들..

환갑 넘어서 하는 시집살이

by 동경 미짱 2022.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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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장마는 어째 비가 그다지 많이 오지 않았던 것 같다 비가 온 날 보다 안 온 날이 더 많았던 장마 같지 않았던 장마도 이제 끝이 날려고 하고 있다
그래도 며칠 비가 오락 가락 해서인지 우리 집 마당에 꽃들이 쌩쌩하다

향기가 정말 끝내주는 재스민
바람이 불때마다 진한 재스민 향이 …

비랑 정말 잘 어울리는 수국
비를 머금은 수국은 정말 이쁘다

6월의 우리집 마당 꽃 구경은 여기까지 …

오늘의 미짱의 수다는 내 블로그에 예전에 자주 등장했던 직장 동료인 언니 미치꼬 상의 근황이다
오늘 어떤분이 언니 미치꼬 상의 근황을 물어보셨다
예전에 자주 등장하던 언니 미치꼬상 얘기가 최근에 아예 없으니 혹 회사를 그만두었나 아님 다툼이 있어서 사이가 멀어졌나 …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전하는 언니 미치꼬 상의 근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언니 미치꼬상은 퇴사를 하지도 않았고 나랑 사이가 소원해 지지도 않았고 잘 지내고 있다
얼마전 고사리에 관한 글을 올렸었는데 그 고사리도 미치꼬상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여전히 회사에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http://michan1027.tistory.com/1929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일본식 고사리 나물

요즘 고사리가 제철이다 일본도 한국처럼 이 맘 때만 되면 고사리를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일본에서도 고사리는 꽤 즐겨 먹는 봄 나물이다 일본은 봄이면 생 고사리를 살 수가 있고 그 외엔

michan1027.tistory.com

고사리에 관한 글에 마에다 상이라고 했는데 마에다는 성이고 미치꼬는 이름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자주 등장하던 미치꼬상이 내 블로그에서 사라졌을까?
그건 미치꼬상이 요즘  고된 시집살이 하느라 나랑 놀 시간이 없어서다

미치꼬상은 환갑을 넘긴 나이다
올해 63살이다
내가 미치꼬상을 처음 만난건 13년 전쯤인 것 같다
그때가 미치꼬상이 50살이었나 보다
남편은 헤어진건지 사별인지 모르겠지만 미치꼬상 혼자였고 딸 둘에 아들 하나
미치꼬상도 결혼이 빨랐고 딸도 결혼이 빨랐는지 50살에 손주가  둘이나 있었다 ( 그 당시 손주는 유치원 생과 초등 1년생)
그러다 55세에 10살 어린 45세 초혼인 남성을 만나 사귀다 혼인신고를 했었다
그때가  큰 손주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미혼인 서른이 넘은 아들과 둘이서 살고 있었다
언니 미치꼬상과 남편의 만남은 시부모님 될 사람의 소개였다
예전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그때 단골손님이었던 시부모님이 노총각인 자기 아들을 소개했고 그렇게 만나 사귀다 혼인신고를 하게 되었다

나랑 동생 미치꼬는 언니 미치꼬의 결혼을 축하를 하면서도 걱정도 되었다
물론 언니 미치꼬에게 말하지 못하고
나랑 동생 미치꼬 둘이서 하는 오지랖이었다

“ 그냥 연애만 하지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
“ 그니까 결혼을 한 번도 안 해 봤으면 모를까 편하게 연애를 하지 할머니 할아버지 건강도 별로 안 좋은 것 같던데 결혼하자마자 병간호하게 생겼는데 나 같음 그냥 연애만 할거 같은데 …”
“ 가끔 손주들도 봐줘야 한다던데 시부모님 모시면 자기 손주 봐주러 간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

남이야 연애를 하건 결혼을 하건 말건 웬 오지랖


하지만 친한 언니이기에 걱정이 되었다
55살에 신혼도 없이 건강치 않는 80을 넘긴 시부모님과의 동거를 해야 했다
게다가 시누이도 바로 이웃에 살고 있어서 하루가 멀다 하고 놀러 온다고 하고
솔직히 내 친언니면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었다

그렇게 재혼을 한지 벌써 7년째이고 미치꼬상은 현재 63살이 되었다 ( 일본은 만 나이)
그 사이 시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니 혼자 남은 시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집착은 점점 심해져 갔다
문제는 그 아들이 참으로 효자다
시 어머니는 80 중반에 거동이 많이 불편하시다
하지만 아들 며느리가 어디 간다 하면 반드시 따라가야 하고 아들 며느리 둘이서 외출은 꿈도 못 꾼다
당신 몸이 불편해서 못 따라가는 곳이라면 아들 며느리도 그 외출은 포기를 해야 한다  
항상 어디를 가던 셋이서 세트로 다녀야 한다
한 번은 남편이 어머니랑 부인에게 신발을 사 준다고 해서 가게에 갔는데 우선 어머니 신발을 먼저 골랐다고 한다. 이것도 신어 보고 저것도 신어보고 시간을 들여서 겨우 어머니 마음이 드는 신발을 고른 후 다음으로 미치꼬 상이 신발을 골랐는데  시어머니가 “ 미치꼬가 고른 신발이 내 맘에도 드는데 나도 같은 걸로 사고 싶은데 나랑 같은 거 신으면 싫어?”라고 묻는데 차마 싫다 소리는 못하고 결국 같은 신발을 사 왔다고 한다
미치꼬상 말이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80대 어머니랑 커플 신발 신고 싶겠어?”였다
한 번은 며느리가 신고 있는 양말을 보고 “ 그 양말 어디서 샀니? 이쁘네 “
그래서 미치꼬상이 똑같은 양말을 사다 드렸다고 한다
기초 화장품도 며느리가 쓰는 화장품을 똑같은 거로 사다 달라진다고 …
아무래도 당신 아들이 사랑하는 며느리를 질투하시는 게 아닌가 싶다


환갑이 지난 지금도 미치꼬상은 파트타임으로 근무를 하고 있는데 근무 시프트가 나오면 시어머니가 알려 달라고 하고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왜 늦었냐고 난 하루 종일 너만 기다리는데 … 라며 며느리 근무시간까지 간섭을 하시는데
그래도 예전엔 가끔 우리랑 점심 먹고 온다거나 하면 그러라 하셨고 그래서 미치꼬상이랑 런치도 하고 가끔 놀기도 하고 했는데 해가 가면 갈수록 어머니의 간섭이 심해져서 이젠 점심 한 끼 함께 할 수가 없다
그게 내 블로그에 언니 미치꼬상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다

미치꼬상은 워낙 무던한 사람이라 지금껏 시부모님 모시고 나름 잘 살았는데 요즘엔 지치는지 가끔 불만을 토하기도 한다
아들이 워낙 효자라서 며느리가 워낙 효부라서 할머니 요구를 다 들어주니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어리광이 심해지시고 억지를 부리시니 퇴근 후 동료랑 차 한잔 마실 여유가 없는 시집살이를 하고 있다
요즘엔 총알 퇴근이다
퇴근길이 마트에 들러 장을 보러 가도 먼저 알려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 동료들은 미치꼬상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할머니보다 미치꼬상이 먼저 쓰러지겠다고 …
그런데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났다
작년 12월 출근 준비를 하던 그녀가 갑자기 등줄기에 알 수 없는 극심한 통증으로 움직일 수가 없어서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가는 일이 생겼다
그 길로 바로 입원
여러 검사를 했지만 원인 불명
보조 장치가 없이는 걷지도 못할 정도인데 원인 불명이란다
그래서 한 달간 입원
두 달간 재활 치료  그렇게 3개월 휴직을 하고 3월에 복직을 했다
지금은 몸 상태가 괜찮다고 하는데  환갑을 넘긴 나이에 일 하랴 집에 가서 시집 살이 하랴
시어머니가 출퇴근 시간까지 체크를 하며 며느리를 구속하니  몸도 몸이지만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또 언제 원인불명이라는 병마가 미치꼬상에게 올까 걱정이다
그래도 부부 사이는 좋다 

남편을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사람이 참 선하다
얼굴에 " 나 착한 사람" 이라고 써 붙여 놓은것 같은 푸근한 인상이다
남의 삶에 이러쿵저러쿵 쓰잘데 없는 걱정이긴 하지만 나 같았으면 손주 재롱 보며 연애만 했을 것 같다

환갑 넘은 나이에 고된 시집살이를 하느라 미치꼬 상은 우리랑 놀아 줄 시간이 없고 그게 내 블로그에 언니 미치꼬상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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