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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밖에서 먹기

24번째 결혼 기념일날에 주절 주절

by 동경 미짱 2022.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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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자기야에게서 라인이 왔다 

오늘 저녁 외식하자고...

갑자기 웬 외식이냐면 29일은 울 부부의 결혼기념일이기 때문이다 

24년을 함께 해 온 오래된 부부다 ㅎㅎㅎ

결혼기념일이지만 겨우 외식밖에 못 한다 

왜냐하면 11월 말부터 연말까지는 난 너무너무 바빠서 휴가를 낼 수도 없을뿐더러 

쉬는 날은 일에 치여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때이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는 내 직업이 케이크를 만드는 일을 할 줄 몰랐다 

결혼기념일뿐만 아니라 생일도 그렇다 

하필 제일 바쁜 11월 말인지..

생일 4일 후가 결혼기념일이란 것 또한 손해 보는 느낌이랄까? 

 

이제 와서 어쩌겠나..

난 이때 태어났고 이때 결혼을 했고 직업이 케이크 만드는 여자고..

생일이라고 결혼기념일이라고 여행은커녕 솔직하게 말하면 외식하러 나가는 것도 귀찮다 

남이 해 주는 밥 먹기만 하면 되는데 뭐가 귀찮냐고 물으신다면..

그래도 명색이 레스토랑인데 티셔츠에 청바지 입고 갈 순 없잖아 

하다 못해 원피스라도 챙겨 입어야겠고

원피스를 입으면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갈 수 도 없으니 하다못해 드라이어라도 해야겠고

구두 정도는 신어 줘야겠으니 그게 귀찮다..

 

나는 기념일이고 뭐고  대충대충 했으면 좋겠는데  우리 집 자기야는 아니다 

집 앞 편의점을 가더라도 반드시 옷을 갈아입고 나가는 게 우리 집 자기야다 

 

나는 혈액형 진단을 그다지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집 자기야도 나도  똑같은 0형이지만 우리는 너무나도 다르다

내가 가끔 농담 삼아 "자기야 랑 나는 같은 혈액형이라고 난 인정하고 싶지 않아"

라고 하면 우리 집 자기야도 웃으며 "그건 그래"

같은 듯 너무 다른 울 부부가 벌써 24년을 함께 했다는 게 느낌이 그다지 오지 않는다 

벌써 24년이라고? 

지나고 보니 뭔가 한 것 같지도 않고 또 그렇게 길게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말이다 

 

오늘은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레스토랑인데 처음 가 봤다 

창작요리 레스토랑이라는데 매달 메뉴를 달리 한다고 한다 

넓은 잔디밭에 테라스석이 있어서 밖이 더 좋을 것 같은 레스토랑이었다 

신록이 이쁜 5월쯤 낮에 다시 한번 방문해 보고 싶은 집이었다

우리 집 자기야는 뭐 가지고 싶은 게 없냐고 묻는데 나에게 제일 곤란한 질문이 바로 그거다 

딱히 가지고 싶은 게 없는게 나의 고민이다

그렇다고 내가 욕심이 없는 여자도 아닌데 난 꽤 욕심이 많은 여자인데 근데 딱히 가지고 싶은게 없다 

자기야의 물음에 내 대답은 " 생각해 볼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자기야 : 그럼 여행이라도 갈까?  

나 : 12월은 어차피 무리니까 1월에..

 

오늘 저녁은 히로에 겐 말하지 않고 우리 집 자기야 랑 나랑 둘 만 외식을 하고 왔다 

외식을 마치고 집에 오니 

히로 ;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아빠 : 넌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니?

히로 : 오늘?...... 아! 결혼기념일이구나. 축하합니다 

나 :  너 딴 건 몰라도 결혼기념일을 잊으면  안 되는 거 아냐?

오늘이 없었으면 넌 이 세상에 없는 거야?

 

괘씸한 녀석 

어떻게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을 잊어버리냐...

 

내가 만약에 24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결혼을 하게 된다면 

세상 무슨 일이 있어도 11월과 12월은 절대로 피할 것이다

케이크 만드는 직업인 여자에게 11월과 12월의 기념일은 아무 의미가 없다 

아무리 우리 집 자기야가 기념일을 챙기고 싶어 해도 난 귀찮기만 하다 

울 부부는 그렇다 

같은 0형이지만 기념일 챙기기 좋아하고 분위기 찾는 감성적인 남편에 

기념일 챙기기 귀찮은 현실적인  나 ㅠㅠㅠ

남을 챙기는 건 좋아하지만 정작 자기 기념일엔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는 여자다 

어찌 보면 내 기념일에 의미를 두지 않고 대충 넘기려고 해도 챙겨주는 남편이 있기에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24년이라... 실감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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