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작년 여름으로 돌아가야 한다
히로는 사내 녀석치고 이런저런 저런 이야기를 부모에게 많이 하는 편이다
좋게 포장해서 말하자면 아들 녀석과 꽤 친하게 잘 지내는 가족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스무 살이 되던 작년까지 15년 가까이를 매년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생일 파티를 해 주었고
매년 두어 번 정도는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바비큐 파티를 해 주었다
일본인들이 원래 남에게 자기 집을 개방을 잘하지 않는 편이라
우리 집처럼 아들 친구들에게 언제나 현관문을 열어젖히고 월컴을 외치는 집이 흔하지 않다 보니
히로 친구들은 우리 집에 꽤 자주 놀러 오는편이고 나와 우리집 자기야를 친구 부모인데도 꽤 편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우리집에 오면 자기야와 니와도 꽤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우리집에 오는 친구들 중에는 고교 때부터의 여사친들도 몇 명 있다
너무 친하게 지내서 히로에게 " 너 맘 있는 거 아냐?"라고 물으면 대답은 단호하다
말 그대로여. 사, 친 이란다
주제에서 벗어나 또다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다 ( 삼천포로 빠졌다 돌아오는 건 나의 특기 ㅋㅋㅋ)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작년 여름쯤인가 히로에게 들은 이야기!
히로는 현재 코스트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보통 바쁜 시즌에 2개월짜리 단기 아르바이트를 채용을 하는 편인데
히로는 매니저 마음에 들었는지 현재 학생 아르바이트로 졸업 때까지 장기 고용 상태이다
학기 중엔 주 1, 2회 정도 방학 때는 주 3일 정도라 크게 시간을 뺏기지 않아서 게다가 시급도 1500엔이라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꽤 높아서 아주 운이 좋았다 싶다
코스트코에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 중 눈이 아주 이쁜 여학생이 있단다
마스크를 하고 있어서 잘은 모르지만 눈만 보면 엄청 미인이란다
코스트코에 쇼핑 온 남자 손님들이 그녀에게 반해서 다른 직원에게 자기 전화번호를 적어서 건네주며
그녀에게 대신 전해 달라는 일이 종종 있을 정도로 단연 이쁜 학생이란다
(물론 쪽지를 받은 직원은 규정상 그럴 수 없다고 정중히 거절을 한다고...)
도대체 얼마나 이쁘면 손님이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대시를 받는지 궁금해지더라는...
그 여학생과 히로는 몇 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 정도의 친분이란다
여기서부터는 그 여학생에게 들은 말을 히로가 나에게 전한 내용이다
어느 날 아르바이트 중 어떤 남학생이 (그 남학생도 아르바이트생)
" 저기요 이거 떨어 뜨렸는데요 " 하면서 종이 한 장을 건네주었단다
내가 떨어 뜨린 게 아닌데 싶었지만 근무 중이었고 해서 얼떨결에 받아 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고백 내용의 쪽지였단다
그냥 평범하게 친구 하고 싶으니까 인스타 주소 알려 달라고 하면 알려 줄수도 있었는데
방법이 너무 기분 나쁘다고 불쾌해했다고 한다
그래서 히로가 어떤 쪽지인데 한번 보여 달라고 하니
그 여학생이 자기는 필요 없으니 히로에게 가져 라며 주더란다
게다가 히로가 그 쪽지를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져왔더라는..
여기서 내가 촉이 딱하니 왔다
아니 이야기를 들어주면 그만이지 왜 쪽지를 보여 달라고 했어?라고 물으니 그냥 궁금해서라고..
아니야 이건 뭔가 있어
내 아들인데 내가 이 놈 속을 모를까..
히로는 진짜 진짜 얼빠다
히로 본인은 부정하지만 첫째 조건은 무조건 얼굴이란 게 나뿐만 아니라 우리 집 자기야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렇게 이쁘다니 분명 히로도 흑심을 품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나와 자기야의 결론!
게다가 그 쪽지를 왜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냐고?
히로가 집으로 가져온 그녀가 받은 쪽지다
내용은 " 당신이 떨어 뜨린건 내 마음입니다 (종이를 떨어 뜨렸다며 건네준 쪽지라서 이렇게 표현한 듯)
너무너무 제 타이프입니다
영어로 원더풀 어쩌고 저쩌고..
내 인스타입니다. 마음이 내키면 추가해 주세요
나는 오늘이 아르바이트 마지막날이니까 이 종이 한 장에 모든 걸 걸겠습니다
닿아라! 내 마음!
하하하
구 세대인 내가 봤을 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데 그 여학생도 히로도 요즘에도
이런 방법을 쓰는 게 믿을 수가 없단다
여기까지 봤을 때 그녀야 워낙 이쁘고 인기가 많다니까 히로는 눈에도 안 들어올 테고
히로는 분명 맘이 있는 거!
그리고 두어 달이 지난 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올 시간인데 서너 시간 늦게 (밤 12시가 다 되어서)
집에 돌아왔었다
왜 이렇게 늦었냐니까 그 여학생이랑 아르바이트 마치고 이야기를 하다가 늦었단다
" 너 헛물켜지마 그렇게 이쁘다는데 당연히 남자 친구가 있겠지 "라고 하니
남자 친구와는 헤어지고 지금은 솔로란다
그리고 또 몇 달이 흐르고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히로가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와도 되냐고 물었다
자기 방에서 게임을 하면서 놀 거라고..
히로랑 고교 때부터 절친인 이치도 군은 히로와 같이 코스트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치도 군이 아르바이트하는 날이라 마치고 저녁에 다른 아르바이트 친구랑 그렇게 셋이서 히로 방에서
게임을 하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 온 게 이치도 군과 그 여학생이었다
사전에 그 여학생이라 듣지 않았기에 헐...이었다
사실은 히로와 절친인 이치도 군이랑 집에 가서 게임하고 놀 거라니까 그 여학생이 먼저
자기도 가도 되냐고 물었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여학생도 단기 아르바이트라 봄 방학과 여름방학 그리고 겨울 방학 때만 만날 수 있는데
그녀가 아르바이트르 하지 않을 때도 가끔씩 밥도 먹고 하면서 만나며 연락을 하고 있었단다
그랬단 말이지....
지난번엔 사실 난 그 여학생을 보지 못했었다
그때는 한창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내가 엄청 바쁘고 피곤할 때라 나는 일찍 잠이 들었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집 자기야는 만나서 인사를 했다고 하는데 내가 진짜 이쁘더냐고 물으니
" 마스크를 하고 있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키도 크고 이쁜 것 같았어.."
음.. 이쁘단 말이지.
얼빠인 히로가 이쁘다고 했지만 우리 집 자기야도 이쁘다니 이쁘긴 한가 보다
히로에게 들은 그녀의 정보
나이가 히로보다 3살이 많다
명문 사립대를 졸업하고 카메라맨이 되고 싶어서 다시 전문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란다
그리고 어제 히로가 내일 저녁에 집에 친구가 놀러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오늘 친구 둘이 오기로 했는데 절친인 이치도 군은 아르바이트로 못 오게 되어서 한 명만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항상 어울려 다니는 고등학교 친구들 중 한 명이려니 했었다
나는 커피와 과일을 준비해 주고 방에 들어와 쉬고 있었다
그런데 히로가 친구가 엄마에게 인사를 하겠다고 하면서 친구를 데리고 들어 오는데
어머나 세상에 여자다
보는 순간 그 여학생이구나 싶었다
오늘은 마스크를 하지 않았는데 이쁘긴 이쁘네..
일단 엄마 입장에서 얼굴은 접어 두고 부모에게 인사를 하겠다고 하는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당연한 것 같지만 요즘 애들이 의외로 잘 안 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우리 회사의 아르바이트 생을 봐도 느끼는 게 요즘은 진짜 인사도 제대로 못하는 애들이 많다는 거다
아르바이트로 일 하러 와서 인사도 안 하는 그런 애들이 의외로 많다
지금도 히로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나는 바로 옆방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들리지 않지만 재미있게
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근데 여기서 잠깐!
이치도군은 진짜 오늘 갑자기 못 온거 맞아?
처음부터 계획 된거 아냐? 라는 의심이 살짝 든다 ㅎㅎ
현재 내가 내린 상황을 종합해 판단을 해 보면
1년 넘게 그 여학생과 히로는 가끔 만나서 밥도 먹었고 우리 집에 두 번이나 왔다
여기까지의 스토리를 보면 둘이서 친구라는 건 인정!
히로는 분명 마음에 있다
꼬시고 싶다
하지만 히로는 확신이 없는 한 절대로 고백을 하는 타입이 아니다
그래서 친구로 남아 계속 기회를 보며 공을 들이고 있는 단계인 것 같고
그 여학생은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친구 아니 말이 잘 통하는 동생으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다
히로야 너 지금 헛 물 키고 있는거 같은데 어쩌면 좋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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