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스무 살 우리 아들 녀석이 드디어 운전면허를 따기로 했다
히로의 대학 입학 선물로 운전 면허증 취득을 위한 경비를 대 주겠노라 약속을 했었다
경비 문제 해결 되었겠다 당장 면허를 딸줄 알았다
그런데 여름 방학때 라더니 겨울 방학으로 미루다 그러다 해를 넘기도
그리고 또 한번의 봄 방학과 여름 방학을 넘기고 이제 드디어 면허를 따겠다고 한다
2년 동안 내가 한 잔소리는 한 바가지를 넘어 세 바가지는 될 것 같다
히로가 운전 면허 취득을 2년이나 미룬 이유는 친구 때문이다
처음 여름 방학때 친구와 함께 등록을 한다더니 친구가 돈이 없다고 미루고
그래서 겨울 방학때 가자고 하더니 또 친구가 돈이 없다고 미루고
또 봄방학 또 여름 방학...
결론은 친구랑 같이 등록하려는데 친구가 돈이 없어서 자꾸자꾸 미루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에서다
일본은 면허 취득을 하기 위해선 당연히 운전면허 학원을 다녀야 하는데
일본의 운전 면허 학원은 통학을 하는 운전 면허 학원과 합숙을 하는 학원이 있다
히로는 통학이 아닌 합숙 학원에 친구와 같이 갈려고 하다 보니 자꾸만 미루게 되었다
우리 집에서 2킬로라는 가까운 거리에 꽤 크고 유명한 통학 운전면허 학원이 있다
그곳에 등록을 하면 될 텐데 히로는 통학하는 일반 학원이 아닌 합숙 학원을 고집했다
보통 합숙 학원은 도심이 아닌 땅 넓고 경치 좋은 시골 쪽에 있다
그래서 타지방까지 가서 합숙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학원이 있는데 왜 굳이 2주라는 시간을 내서 합숙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어서
몇 번이나 그냥 가까운 통학 학원에 등록을 해라고 했지만 고집 센 히로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2년간의 계속된 엄마의 잔소리에 히로의 설명은 이러했다
통학을 하는 학원에 등록을 하면 한번씩 갈 때마다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
그 예약을 잡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란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시간대로 들이면서 1년이나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학교 수업이다 아르바이트다 어쩌다 저쩌다 하다보면 학원 갈수 있는 시간에
예약을 잡는게 하늘의 별 따기 정도로 어렵단다
내가 시간이 있을 때 갈 수 있는게 아니라 100% 사전 예약이라서 특히 주말엔 예약을 하는건
거의 불가능이기 때문에 합숙이 더 현실적이란다
합숙 학원의 경우 2주간 매일매일 수강을 하게 되고 거의 대부분이 2주 기간 동안 합격을 하게 되니
무조건 합숙 학원을 가겠다며 미루고 또 미룬 것이다
이번 2월의 합숙을 위해 9월에 미리 예약을 하고 10월에 수강료를 송금했었다
일본인이 아닌 나로선 운전면허를 합숙까지 하면서 딴다는 게 도통 이해가 안 되었지만
우리 집 자기야도 대학시절 합숙소에 입소를 해서 면허를 땄다며 합숙을 권 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드디어 드디어 오늘 히로는 떠났다
아침 출근 전 히로를 역까지 데려다주었다
히로가 선택한 합숙소는 비교적 가까운 곳인 이즈 반도의 아타미였다
친구와 함께 2주간 휴양지로 유명한 아타미의 바닷가에서의 합숙이니 여행 가는 기분으로 정말 신났다
친구랑 2주간 먹고 자고 함께 한다는게 더 신나 보였다
놀러 가는 건지 면허를 따러 가는건지 ...
합숙의 경우 봄 방학이나 여름 방학 때는 대학생들로 항상 꽉 찬다고 한다
그래서 늦게 신청을 하게 되면 가까운 곳에 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작년에 히로의 아르바이트 친구는 동경에서 자그마치 790킬로나 떨어진 히로시마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합숙을 하고 왔었다
헐... 그냥 다음에 가면 될 것을 면허를 따기 위해 그 먼 곳 까지...
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가까운곳엔 만원이라서 어쩔수 없이 멀고 먼 히로시마까지 갔다는
그 친구의 경험담을 듣고는 히로는 미리 9월에 합숙소를 알아봤고
그래서 비교적 가까운 아타미로 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5개월 전에 미리 예약을 하고 4개월 전에 38만 엔을 전액 입금을 했었다
그런데 히로가 가게 된 아타미 합숙 학원은 2월엔 대학생만 등록이 가능하다고 한다
2월은 방학이니까 일반인이 아닌 대학생만 대상이라고 하는데
(일반인이 합숙소에 가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은데...)
2월은 그래서 평소보다 조금 더 비싸단다
아니 대학생이면 돈도 없는데 더 싸게 해야지 왜 더 비싸지?
보통은 대학생 할인 같은 거 있는 거 아닌가?
그러나 방학 때 학생들 수요가 많으니 대학생 할인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비싸단다 ㅠㅠ
히로는 수동이 아닌 자동 면허코스라서 그나마 38만 엔 인 것이고
수동이라면 더 비싸다고 한다
2주간의 합숙이니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낯선 곳에서 2주란 시간을 보낼 순 없고
그래서 친구와 함께 가야 했고 교습비가 38만 엔쯤 하니 (380만 원 정도)
당연히 부모가 도와주지 않는 한 대학생이 감당하기엔 버겁고 그러다 보니
친구들은 다음에 다음에 라면서 자꾸만 미루게 된 것이었다
사실 2년간 미루면서 같이 갈려고 했던 친구가 이번에도 못 가게 되었다
하지만 엄마가 워낙 잔소리를 하니 이번에 다른 친구를 꼬셔서 함께 합숙을 하러 가게 된 것이었다
다른 이유라면 모를까 운전면허를 따고 싶은데 친구 사정으로 2년간 미루는 걸 보며
전부 대학생들만 온다는데 2주면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좋잖아 왜 꼭 그 친구와 같이 갈려고 하는지..
어쨌든 드디어 오늘 떠났다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인
운전면허를 따기 위한 합숙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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