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의 이즈반도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대학생인 아들 녀석 히로가 운전면허를 발급받은 지 3일 만에 떠나는 가족 여행인데
나는 처음부터 연습삼아 히로에게 운전을 시킬 생각이었다
베테랑 운전 경력의 아빠와 엄마와 함께 연습 삼아 운전을 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면허증은 있지만 실제로 히로에게 운전대를 맡겨도 될지 운전 실력도 파악할 겸..
히로 또한 그럴 생각인지라 자기가 운전 할때는 차에 부착할려고 초보자 마크를 챙겨 들고 왔다
(일본은 면허 취둑후 1년동안 차량 앞과 뒤에 초보자 마크 부착이 의무다
자석으로 되어 있어 차에 붙였다 땠다하는게 1초면 끝 ! 너무 간단하다. )
그러나 출발할 때부터 우리 집 자기야가 운전대를 잡더니 좀처럼 히로에게 운전을 시킬 기미가 안 보여서
몇 번이나 내가 히로에게 맡겨 보라고 했지만
들은 척 만 척
아니 도대체 왜?
그럴 거면 면허를 왜 따라고 했냐고?
내가 몇면이나 히로에게 운전을 시키라고 했더니 한참을 생각하더니
오늘은 자기가 운전을 하고 내일 히로에게 운전을 시키겠다고 하길래
내가 한마디 했다
" 오늘 안 시킨다면 내일도 안 되는 거지 오늘은 안 되는데 내일은 된다는 건 도대체 뭔 소리래?
차라리 아예 운전을 시키지 말라"라고 기분 상해 한 마디 던지고 입을 꾹 닫았다
내 성질대로 하자면 계속 꿍시렁거릴 거고 계속 꿍시렁거리다 보면
모처럼 떠난 가족 여행이 서로가 빈정 상해서 싸움 여행이 될 것 같아서 화 딱지 나는 거 꾹꾹 참았다
잠시 휴게실에 들렸을 때 히로랑 둘이 있을 때 맘 껏 자기야 흉을 봤다
나 : 너네 아빠 도대체 뭐니? 쿨 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완전히 꼰대잖아
히로 :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가...
나 : 쓸데없는데 부리는 저 똥고집 진짜 노 이해라니까
할 말이 산더미인데 길어지면 싸울 것 같아서 엄마가 참는 거야
너 엄마 성격에 지금 많이 참고 있다는거 알지?
우리집은 자기야랑 히로가 엄청 사이가 좋다
그래서 평소에는 부자가 한편 먹고 나는 혼자인데
오늘은 평소와는 반대로 나랑 히로가 한편을 먹은 날이다
정말 저 꼰대 아저씨 어쩌면 좋아...
히로에게 운전대를 맡기지 못한 채 달리고 달려 드디어 아타미에 들어섰다
아타미로 말할 것 같으면 히로가 지난주까지 2주 동안 운전 합숙을 하며 매일 2시간씩 시내 주행 연습을
한 곳이고 실제 면하 시험 코스이기도 한 곳인지라
내가 마지막으로 자기야에게 한 마디 ( 나도 진짜 질기다 ㅋㅋ 포기를 모르는 여자 )
" 아타미는 히로가 익숙한 곳이니까 한번 맡겨 봐 .
자기야 진짜 아타미에서 히로에게 운전대 못 맡기면 뭐 끝인거지 안 그래? "
맘 같아선 성질 팍팍 내며 톡 하니 쏘는 듯 말하고 싶었지만 즐거운 가족 여행 망칠 수 없어서
최대한 부드럽게.. (진짜 내 성질 다 죽었다 )
그러자 결심이 선 듯 드디어 자기야가 히로에게
" 히로가 한 번 해 볼래?"
드디어 히로가 은전대를 잡았다
20년 키워서 드디어 아들이 운전하는 첫 주행
법정 속도 지키는 건 기본!
하지만 많이 긴장한 듯 한 첫 운전!
아타미는 동경 근교의 유명 휴양지이기도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히로가 2주간 합숙을 한 곳이라
구석구석 잘 알고 있어서 아타미 관광을 히로에게 맡겼다
멋진 카페가 있다며 히로가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시원한 물소리가 기분 좋은 계곡
작은 폭포와 지저귀는 새소리 마이너스 이온이 넘쳐 나는 곳
계곡만 있는 곳이라면 그냥 그런 흔한 계곡이다 싶은데
이런 멋진 곳에서 차를 마신다면 ㅎㅎ
합숙 기간 중 친구와 왔었는데 멋진 카페가 있다며
카페 순례를 좋아하는 아빠를 위한 추천 코스라고 했다
계곡 따라 이렇게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군데군데 있었다
뒤에는 이끼 잔뜩 낀 자연산 머다란 바위가 앞에는 힘찬 물 줄기의 계곡이 ..
카페의 실내에서 마시는 것보다 날도 좋으니 역시 계곡이 좋을 것 같아서 커피를 사 들고
계곡으로..
우리 집 자기야는 당연히 커피
나는 티라테 (티 라떼 라길래 뭔가 특별한 건가 했더니 밀크 티였다)
히로는 그린 라테(맛챠라떼)를
취향이 제 각각이다
히로가 아빠에게 특별히 추천한 것
아빠는 팥을 엄청 무지 좋아한다
그런 아빠의 취향을 아니까 추천한 앙버터샌드 (팥앙금 버터 샌드)
우리 집 자기야는 팥이니까 무조건 맛있다고 하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만족 스러워 하고
내가 맛본 결과 이름 그대로 빵에 팥이랑 버터를 끼워 넣은
뭐 특별하지도 무지 맛있다고 하기도 애매한 상상의 맛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장소는 딱 내 취향!
이곳이라면 다음에 아타미에 오면 꼭 다시 들리고 싶다
환경은 최고!
여름에 다시 오면 정말 좋을 것 같아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정말 최고의 힐링이었다
아타미 해변 도로를 그리고 꼬불 꼬불 좁은 산길도 히로가 운전을 했다
면허증 발급 3 일째 아들의 운전 실력은 일단 초보니까 안전거리 잘 지키고
속도 잘 지키고 그러니까 기본은 된 것 같고
그런데 조금 오른쪽으로 쏠리는 느낌이다 (일본은 운전석이 한국과 반대로 오른쪽이다 )
히로에게 오른쪽으로 쏠리는 것 같다고 했더니 조수석 쪽의 거리감이 아직 잘 모르겠고
잘 안 보여서 불안해서 잘 보이는 오른쪽으로 쏠리는 것 같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른쪽 쏠림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
또 하나 지적을 하자면 커브를 돌 때 (산길 급 커브라서 어려운 운전이긴 했지만 )
커브를 도는 게 한 탬포 느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자연스럽게 부드럽게 ..
하긴 이즈의 산 길이 꼬불 꼬불 초보자가 운전하기엔 어려운 코스이긴 하지만
이것 또한 지적을 받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드럽게 커브를 도는 것 같은데
가끔 불안한 느낌이 없진 않았다
반나절 운전을 시켜 본 결과 며칠 더 특훈을 하면 괜찮을 것 같다
아! 그리고 주차 연습은 더 시켜야 할 것 같다
합숙 훈련 기간중 주차 연습은 따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운전에 있어서 주차도 중요한 요소인데 왜 주차 연습을 안 시키는지 모르겠다
오늘 하루 정말 감회가 새롭다
엄마 엄마 하면서 자기는 커서 엄마랑 결혼할 거라던 그런 히로에게
엄마는 아빠랑 결혼을 해서 히로랑 결혼을 할 수가 없다고 했더니
왜 엄마는 아빠랑만 결혼하고 자기랑은 결혼 안 해 주냐며 울고 불고 하던
그 어린 꼬맹이가 이제 성인이 되어서 운전을 한다니...
엄마랑 결혼하겠다던 그 귀여웠던 아이가 이젠 자기 딴에는 다 컸다고
더 이상 엄마 잔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건방진 녀석으로 자라서 운전을 한단다 ㅎㅎ
참 세월 한번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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