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그것도 꽤 많이
주말이라 자기랑이랑 벚꽃 구경이라도 갈까 했었는데 결국 집콕이었다는
그래서 미루고 미루었던 집안 정리를 하기로 했다
전부터 필요없는 것들 안 쓰는 것들 구석구석 쳐 박혀 있지만 잊혀지고 있었던 것들을
정리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출근 날은 출근이라 감히 엄두가 안 나고
쉬는 날은 아이고 어디서 부터 손을 대야하나 ..
귀찮으니까 다음에 다음에 하다가 자꾸만 미루기만 했었다
오늘 하루 만에 다 해 치우지는 못하겠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시작 하다 보면 어찌 되겠지 싶어
큰맘 먹고 일을 벌였다
일단 오늘은 2층 복도에 있는 벽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일단 물건들을 다 꺼내 놓고 필요없는 것 , 필요한 것 , 조금 고민해야 할 것
이렇게 3가지로 구분을 했다
드러다 발견한 작은 상자 하나
우리 집 자기야 거다
"자기야 이거 정리 좀 하지.."
잊고 있었던 우리 집 자기야의 추억의 물건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유물이라면 유물인 현상한 필름
우리 집 자기야의 대학 시절 취미 중 하나는 사진 찍기였다
1년 정도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으며 여행을 했었었다
그때 찍었던 사진의 일부분이다
94년도 95년도 사진들이다
거의 30여 년 전 사진들
우리 집 자기야가 제일 빛 나던 청춘의 기록들을 보면서 사진 정리하기 시작했다
꽤 오랜 시간을
그리곤 버리겠단다
버려도 괜찮겠냐니까
뭐 상관없단다
머릿속에 기억된 기억만으로도 충분하다면서
그래도 아쉬웠던지 남겨둘 사진을 골랐는데
뭔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흑백사진을 찍은 미국 차들의 넘버들
이건 남기고 싶단다
흑백사진이 역시 멋있다면서 각 주를 돌아다니며 찍은 차 넘버들이라 이건 남기겠단다
그리고 미국의 일반 시민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도 몇 장 골랐다
그래도 한국 사람이라고 LG 간판이 눈에 확 들어왔다
" 어 LG 다!"
라고 했더니 " 어 여긴 뉴욕이네 " 라며 바로 답이 나왔다
30여 년 전 미국 땅에서 그때는 우리 집 자기야가 한국 여자랑 결혼할 거란 걸 꿈에도 생각 못했을 때
뉴욕에서 찍은 사진이다
나 : 이건 뭐야?
자기야 : 필름이야 . 좀 비싼 필름
나 : 비싼 건데 버려도 되는 거야?
자기야 : 사용한 거라서 못 써
버리겠다고 박스에 담아 둔 미국에서의 사진과 필름들..
히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사진들이다
아빠가 버리겠다고 내놓은 사진들을 히로는 보면서 아빠의 20대 초반 지금의 히로 또래의
사진을 보면서 아빠에게 되게 촌스럽다며 깔깔깔
자기야가 사진 한 장을 보며
자기야 : 포레스트 검프에서 톰 행크스가 달리다가 달리기를 그만두던 곳이 이곳이야
나 : 알아. 히로 어렸을 때 미국 여행 갔을 때 갔었잖아
히로 너도 포로스트 검프 알지?
히로 : 들어는 본 것 같은데 몰라
나 : 아무리 시대가 달라도 포레스트 검프 같은 영화는 봐야지
그걸 모른다고?
진짜 세대 차이 느낀다
히로 : 아빠 이걸 왜 버려. 추억인데 그냥 두지
자기야 : 이 사진 존재조차도 잊고 있었는데 뭐.. 어차피 아빠 죽으면 니가 다 버려야 할 거잖아
히로 : 그때 버리면 되지
나 : 진짜 버릴 거야?
자기야 : 기념으로 몇 장 골라 두었으니까 괜찮아
하긴 먗년전에도 집 정리를 할 때 상자에 넣어 두고선 그 후로 단 한 번도 보지 않았던 사진이다
몇 년 후에 또다시 꺼내 보며 추억에 잠길 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기회에 정리하겠단다
근데 아깝다 싶을 정도로 잘 찍은 멋진 사진들도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정리하기로 했다
우리 집 자기야의 찬란했던 그 시절
그 추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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