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키 작은 코스모스가 피어있었다
뜨겁게 작렬하는 태양아래 이쁘게도 피었다
지난주 갑자기 이 무더운 여름날 남편 친구 아들을 자그마치 5일이나 우리 집에 묵어야 하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있었다
https://michan1027.tistory.com/2271
예정대로라면 오늘 오후에 우리 집에 와서 일본에선 공휴일인 11일 목요일까지 5일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남편 친구 아들이 우리 집에 묵는다는
잠만 자고 샤워만 할 수 있으면 된다는데 말이 쉽지...
그것도 2일에 연락이 왔으니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갑자기였었다
처음엔 친구가 오는 줄 알고 그 친구를 만난 게 23년 전이 마지막이었으니
모처럼 동경에 온다는데 오래간만에 만나고 싶은 마음에 (이때만 해도하루만 무는 줄 알았다
내가 아무리 보살이라도 이 무더운 여름에 친척도 아니고 남편 친구를 5일간 집에 들이는 건 아니지...)
그러라 했는데 라인으로 주고받으며 드러난 사실은 친구가 아닌 그 친구 아들을 5일간 묵게 해 달라는
말이었다
처음에 괜찮다고 했는데 갑자기 안 된다 할 수도 없고 울며 겨자 먹기로 손님을 치러야 하는 상황 ㅠㅠㅠㅠ
http://michan1027.tistory.com/2270
처음 연락이 왔었던 그때는 우리 집 자기야가 여름감기로 (어쩌면 코로나일지도 모른다 생각은 했지만
병원에서 열이 안 나니까 감기라 했었다) 기침과 콧물 그리고 끊임없이 나오는 가래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을 때였다
잘 낫지 않고 호전되지 않는 증상으로 결국 2주간 재택근무를 했다
친구에게 몸 상태를 설명했지만 친구 반응은 " 아직 5일 정도 남았으니 그때까지 빨리 나으라는..."
헐...
우리 집 자기야도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러려니 ㅠㅠㅠ
이런 상황이었지만 난 자기야에게 잔소리는 일절 하지 않았다
왜냐면 나도 나지만 20년 만에 친구 만난다 생각했었다가 뒷 통수 맞은 우리 집 자기야가 더 황당할 것 같아서..
그런데 2일이 지난 금요일에 우리 집 자기야가 근무 중인 나에게 라인을 보내왔다
자기 감기가 히로에게 옮겼다는 이유로 거절하겠단다..
괜찮겠냐고 물으니 자기는 상관없단다...
어떻게 되었는지 상황이 궁금한 나
저녁에 거절했냐고 물으니 안 된다고 딱 부러지게 말은 못 했고 자기 감기가 히로에게 옮겼다고 라인을 보냈단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토요일
친구 아들에게도 옮길지 모르니 안 되겠다는 거절을 했단다
우리 집 자기야는 거짓말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의의 거짓말이란 것조차 잘 못 하는 사람이다
이 거짓말을 위해 모르긴 해도 꽤 고심을 했을게 뻔하다
우리 집 자기야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그래도 괜찮겠냐고?
첫 연락부터 아들이 동경 가는데 며칠 부터 몇일 간 부탁한다고 했으면 모를까
처음엔 자기야도 친구가 하루 정도 묵는다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게
우리 집 자기야 입장에선 친구인 나까가와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하루라면 모를까 5일이라니 출근을 해야 하는 나에게도 너무 미안해서
거짓말을 해서라도 거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그 결과 우리 집은 이번주도 평화로울 예정이다 ㅎㅎㅎ
울 동네
코스모스가 피었다
이 무더운 날에 여름 꽃도 아닌 가을꽃인 코스모스가 피다니..
요즘은 제철이란 게 없는 것 같다
너무 더워서 다들 제정신이 아닌 듯....
'나 여기에 .. > 자기야 이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퇴근후 단촐하게 차린 남편 생일상 (61) | 2024.09.13 |
---|---|
나 만 알고 싶었는데 남편이 이 맛을 알아 버렸다 (11) | 2024.07.08 |
하이킹 하다 쓰레기 줍는 남자 (3) | 2024.06.28 |
토끼 같은 남편에 여유같은 아들 녀석 (4) | 2024.01.13 |
25년차 부부의 싸움 이유는 테니스 (0) | 2023.10.11 |
직장인으로써 코로나 시대로 좋아진 점 (6) | 2023.08.02 |
별로 반갑지 않은 남편의 출장 선물 (1) | 2023.06.25 |
요즘 내가 하고 있는 고민 (5) | 2023.06.03 |
30여년전 남편의 추억 버리기 (7) | 2023.03.27 |
마누라는 제대로 뿔났다 (0) | 2022.12.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