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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자기야 이야기

마누라 직업이 파티시에 입니다만 ..

by 동경 미짱 2022.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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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케이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보통 파티시에라 하면 제과 제빵을 다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제빵은 하지 않고 케이크가 전문이다 케이크 데코레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한지 벌써 15년이 훌쩍 넘었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케이크만 쳐다보니 집에서 케이크를 만드는 일은 거의 없다
어떨 땐 우리 집 자기야 랑 히로의 생일에도 직접 케이크를 만들지 않고 사다가 줄 때가 있다
우리 집 자기야 와 히로의 생일날이 내가 쉬는 날이라면 가끔 만들기도 하지만 근무일 때는 퇴근 후 생일 밥상을 차리며 케이크까지 만들 시간적 여유도 마음적 여유도 없고 게다가 평소에 회사에서 전문가용 작업도구와 환경에서 편히 ( 실력 없는 목수가 연장 탓한다고 하지만 진짜 연장과 작업 환경은 중요하다는 게 내 생각임 ) 케이크를 만들다가 집에서 가정용으로 만들려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예를 들어 크림을 휘핑하는것도 회사에선 업무용 믹서기 버턴 하나만 누르면 간단한 것을 집에서 핸드 믹서기로 하려면 속이 터진다
그래서 집에서 케이크를 만드는 일은 1년에 서너번 있을까 말까이다
오히려 나 보다 히로가 더 자주 케이크를 만드는 것 같다
히로는 엄마 생일때 그리고 아빠 생일 때 자기가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 준다
사내 녀석이지만 파티쉐 엄마를 닮았는지 쬐께 센스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마누라가 파티쉐이지만 특별한 날이 아니면 마누라가 만든 케이크를 먹지 못하는데 그렇다고 케이크를 내 손으로 사는 편도 아니다
물론 카페 같은데 가면 커피와 함께 조각 케이크를 먹기도 하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카페도 잘 가지 않으니 케이크 안 먹은 지 정말 오래된 것 같다

우리 집 자기야가 오늘 퇴근길에 케이크를 사 들고 왔다
누구 생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축하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뜬금없이 케이크라니 …

 

아빠 생일 케이크를 만든 꽤 괜찮은 아들 녀석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히로가 귀가를 했다  아빠 지금 없지?  응  아빠 생일 성물 살까 했는데 딱히 살 것도 없고 산다고 해서 아빠 맘에 들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케이크 만들려고 .. 그러면서

michan1027.tistory.com

 

아들이 파티쉐 엄마에게 선물한 생일 케이크

24일날 저녁 히로가 저녁에  엄마 오늘은 몇시에 운동 갈거야?  오늘은 안 갈꺼야  왜 안가?  아빠가 오늘은 늦을거라서 안 간대 그래서 나도 오늘은 안 갈래  그래도 가야지  어제도 갔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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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윈 케이크냐고 물으니 회사 근처에 맛 있는 제과점이 있다고 여직원들에게 들어서 사 와 봤다고 한다
자기야가 시온 건 5개
식구는 세명인데 3개가 아니고 아니 두개씩
먹는다 해도  6개가 필요한데 어중간한 5개?
딱히 이유는 없단다
맘에 드는거 고르다 보니 5개가 되었단다
분명 이쁜 케이크를 골라 왔을 텐데 회사가 있는 시부야에서 동경 변두리까지 전철을 타고 올려니 모양새가 좀 찌그러진 것 같다
나는 그러려니 했는데 우리집 자기야가 아쉬워했다
더 이뻤는데 그래서 진짜 맛 있어 보였는데 찌그러져 버려서 맛있게 보이지 않는다고..

우리 집은 언제나 뭔가 순서를 정할 때는 가위 바위 보로 정한다
우리 집에선 가위 바위 보를 하면 내가 제일 강하다
아마 열 번 하면 일곱 번은 내가 이기는 것 같다
우리 집 두 남자는 진짜 가위 바위 보을 못 한다
오늘도 내가 이겼다 ㅎㅎ
갑자기 가위 바위 보를 한 이유는 케이크를 고르는 순서를 정하기 위해서다
내가 이겼으니 제일 먼저 선택권이 있었고 내가 고른 건 망고 타르트

두 번째 승자는 히로였다
물론 각자 케이크를 고르긴 했지만 서로의 케이크를 한 입씩 맛을 보았다
내 직업상 어떤 맛 인지 골고루  다 맛보고 싶어서.. 사실 케이크는 거의 비슷비슷한 맛이다
데코레이션을 어떻게 했냐에 따라서 더 맛있어 보인다 뿐이지 기본은 같으니까 크게 맛의 차이는 없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오늘 자기야가 사 온 타르트는 생각보다 달지 않아서 좋았다
케이크를 만들다 보면 설탕 양을 줄여도 충분히 맛있을 텐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양의 설탕이 들어간다
직접 만들다 보면 이걸 먹으면 얼마나 살이
찔까 걱정이 된다
오래간만에 케이크를 먹으니 히로도 맛있다 하고 나도 사실 맛있었다
좀 찌그러졌지만 …

가끔 우리 집 자기야가 내가 만든 케이크가 먹고 싶다고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매정한 마누라의 대답이
“ 케이크 만드는 건 나에게 일인데 집에서까지 그걸 하라고? 그냥 사 먹어.”
지금 생각해 보니 차갑게도 말했다 싶다
그래도.. 집에서 만들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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