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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자기야 이야기

마누라는 제대로 뿔났다

by 동경 미짱 2022.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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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날이 추워지니 뜨끈한 게 생각난다 

퇴근길에 마트에 장을 봐 왔다

오늘 장 본걸로 만든 건

뜨끈뜨끈 얼큰한 알탕 

가끔씩 명태 알을 판다

명태 알만 사다가 집에 있는 채소들로 대충 알탕을 끓였다

쑥갓이 있었으면 완벽했을 텐데 쑥갓을 사는걸 깜박했다 

아니 깜빡했다기보다 워낙 오래간만에 끓이는 알탕인지라  쑥갓을 넣을  생각도 못했다

쌀쌀한 날의 완벽한 저녁 메뉴!

이렇게 완벽한 메뉴인 알탕을 아쉽게도  나 홀로 혼밥을 했다 

 

12월 연말이 되니 우리 집 자기야의 회식이 많아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 덕분에 회식을 전혀 하지 못했는데 올 해는 코로나고 뭐고 상관없이 

회식 일정을 줄줄이 잡고 있는 우리집 자기야다 

 

이번 주도 목요일 금요일 저녁이 필요 없다고 한다 

즉 회식을 하고 오겠다는 말이다 

그것도 이틀 연속으로.. 

여기까지 아직은 12월 초순인데 연말 회식이 좀 이른 감이 없진 않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 

남자가 사회생활하는데 이 정도는 이해 해야지 

명색이 나도 사회 생활 하는 여자인데..

 

그런데.... 난 제대로 뿔이 나 버렸다 

 

오전에 오늘이랑 내일 저녁 필요 없다는 메시지가 왔었다 

오늘은 늦겠구나 하고 혼자서 알탕을 맛나게 끓여 먹고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11시 15분에 전철역에 도착한다는 메세지가 왔다 

역에 도착하는 시간을 알려 주는 건 전철역까지 차로 마중 나와 달라는 말이다

파티시에 일이 직업인 나는 12월은 진짜 바쁘다 

정해진 시간에 업무 양도 부쩍 늘어서 육체적으로도 피곤하지만 

팀의 리더로서 20여 명의 아르바이트생 교육을 하면서 후배들 업무 지시도 해 가면서 

내 업무는 업무대로 해야 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최고치인 12월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다 

그런데 마중을 나오라고?

아마도 내일(금요일)이 내가 비번이니까 쉬는 걸 알고 마중을 나오라고 했을 것이다 

내일 쉬니까 뭐 마중 나가는 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그래 내가 대인배처럼 마중 나가 준다....

 

그런데 우리 집 자기야는 내일 내가 쉬니까 마중을 부탁해도 되겠다 싶었겠지만 

내 입장에선 오늘 근무를 하고 왔으니 피곤하다 

차라리 다음날 근무라도  전날이 쉬는 날인 게 더 여유가 있다 

왜냐면 오늘 하루 푹 쉬었으니까....

 

대인배처럼 쿨하니 마중 나가 주기로 했는데 그런데 11시 15분이 지나도 우리 집 자기야가 나오지 않는다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 ㅠㅠㅠ

우리 집 자기야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 다음 역까지 가 버렸다고....

회식하며 술도 마셨으니 졸다가 역을 지나쳤다 

이런 일이 종종 있다 

그러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때는 12월이니 갑자기 확 짜증이 났다 

마누라가 12월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예민하다는 걸 알면서 

마중을 나오라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마중 나간 마누라를 기다리게 하다니 

 

게다가 내일 또 회식이잖아?

물론 내일은 마중 나가지 않을 테지만 (토요일 난 출근이다) 그래도 늦게 들어와서 부스럭 대면 

내가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으니까 나로서는 짜증이 난다 

 

차에 타면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 

어떻게 내릴 역을 지나칠 정도로 마시냐고 내가 한 소리 했더니 얼마 안 마셨다고 하는데 

그 말이 난 더 짜증이 났다 

아니 차 안에 술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얼마 안 마셨다니...

나 : 회식하는 건 좋은데 12월엔 마중 나오란 소리 안 해야 하는 거 아냐?

자기야 : 내일 자기 쉬니까..

나 : 쉬는 건 내일이지. 난 오늘 근무했으니까 너무 피곤해서 빨리 쉬고 싶단 말이야 

      미안하지만 회식하고 늦게 오는 건 좋은데 마중 나오란 소린 하지 마  

      12월엔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 왜 그래?

자기야 : 미안합니다 

 

 

3년간 회식 다운 회식 송년회 다운 송년회를 못  했으니까 

참고 참았던 만큼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을 테고 그러다 보니 회식이다 송년회다 

하고 싶은 마음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오늘 하루 일본은 127,090명이 코로나 감염자가 나왔다 

내 업무상 12월에 쉰다는 건  회사에 엄청난 민폐다 

12월이 내겐 바쁘고 힘든 시기인 것도 있지만 코로나에 걸려서도 안 되는 시기인데 

마누라의 그런 입장 미처 생각을 못 하는 우리 집 자기야에게 난 제대로 뿔이 났다 

불금 

오늘도 우리집 자기야는 회식이다 

덩달아 히로까지 오늘은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고 온다고 한다 

마누라는 절대로 12월엔 코로나 아니 감기도 걸리면 안 되는데 

우리집 두 남자는 밖으로 나 돌고 ㅠㅠㅠㅠㅠ

 

 

 

글로 나마 남편 흉보고 나니 조금 후련해지는 것 같다

내가 대인배 답게 용서 해 준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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