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광석 거리에 있는 울 언니야의 비밀스런 놀이터를 소개할까 한다
가자마자 내 맘에 쏘옥 들었던 내가 늘 꿈꿔왔던 그런 공간이었다
일본에 돌아 와서도 자꾸만 생각나는 그런 놀이터였다
마당 한 구석에 커다란 대추나무가 있는 전면 유리창으로 된 나무로 지은 작은 단층 구조다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이쁘게 핀 달맞이꽃은 언니가 사다 심었다고 한다
나무 문이랑 너무 잘 어울렸는데 꽃을 좋아하는 내 맘에 쏘옥 !
SHOP이라 쓰여 있지만 SHOP이 아니다
예전에 쓰던 사람이 가죽 공방을 했었다는데 그냥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보이는 정면 모습
소파에 놓여 있는 십자수도 쿠션의 그림도 전부 언니 솜씨
울 언니는 손 재주는 엄청 좋은데 정리 정돈은 쫌..
하긴 사람이 뭐든 다 잘하면 너무 인간미가 없으니까 정리 못 하는 건 봐주기로 ㅎㅎ
소파 쪽에서 바라본 창가
여기가 내 놀이터라면 마당 가득 사시사철 이쁜 꽃을 가득 심어 두고
저 창가에 턱을 괴고 앉아 하루종일 멍 때리고 앉아 있을 것 같다
기둥을 중심으로 중간에 유리 테이블이랑 의자들이 있고
전면 유리창 앞에는 키가 크고 길다란 유리 테이블과 그 테이블 높이에 맞춰
다리가 긴 의자가 넷
정리를 안 해서 쫌 그렇다마는 약간 카페 같은 느낌이었다
사진 속 저 여인은 두 살 터울 울 언니야다
두살 터울이라 어릴 땐 진짜 많이 싸우면서 컸었다 ㅋㅋ
오른쪽 하얀 천이 드리워진 곳은 화장실
왼쪽 커다란 창호지 문이 있는 곳은 주방
저 주방에서 떡 케이크도 만들고 한과도 만들고 도라지 정과 같은 것도 만들고 이것저것 만든단다
가끔 지인들이 만들어 달라고 주문이 들어오면 만들어서 판매도 한단다
지금까지의 공간은 출입문을 중심으로 왼쪽 공간이고
다음 공간은 사진 오른쪽 공간
이 쪽도 전면 창인데 마치 숍처럼 진열대를 놓고 언니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가게라 착각을 할 것 같긴 하다
울 언니네 해피!
해피는 나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이 가시나 꽤 성깔 있다
아무래도 울 언니 닮은 듯
안에서 본모습
진짜 무슨 숍 같다
옷에다가 이렇게 그림을 그려 넣고
천에다가도 그림을 그리고 한단다
중간에 있는 하얀 가방
저거 내가 들고 왔다 ㅋㅋ
흰색은 때가 잘 타서 싫다고 남색은 없냐고 했더니 그럼 다음에 만들어 주겠다고 하길래
다음에 줄지 안 줄지도 모르니까 맘 바뀌기 전에 얼른 흰 가방을 들고 왔다
뭐 어딘가에서 출품해서 상을 받은 작품이란다
글씨 연습도 하고 있단다
언니의 놀이터에서 내가 찜해서 일본까지 들고 온 것들이다
욕심 내서 이것저것 다 들고 왔다가 그냥 처 박아 두고 싶지 않아서 이건 여기에 저건 저기에
생각을 해 가며 골랐다
진한 보랏빛 손 타월 2개는 각각 1, 2층 화장실에 두고 녹색 쿠션은 차에다 두고
둥그런 진한 감색은 밥솥 덮개로 갈색은 우리 집 자기야 커피 포트 덮개로 그리고
하얀색은 화병 밑받침으로 쓸 생각이다
욕심내서 많이 가져 온다고 좋은가 ..
난 다 계획이 있는 여자다
내가 가져가겠다고 찜 한 것들을 언니가 다림질을 하고 있다
저렇게 한번 다려 줘야 그림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울 언니 : 같이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작품인데 그냥 주는 거 아니라던데..
나 : 그건 남한테는 그러는 거지 동생에게는 그냥 다 주는 거야
그건 그렇고 여기 그냥 놀이터로만 쓰기엔 너무 아깝다
울 언니야 : 그니까 네가 영업하고 내가 만들어서 팔면 딱인데 말이야
나 : 그럼 나 한국에 올까?
울 언니야 : 전 서방이랑 히로는 어쩌고 한국엘 와
나 : 이혼하고 오지 뭐 ㅋㅋ
울 언니야 : 헐.... 그냥 오지 마!
오래간만에 언니야랑 이런 쓰잘떼기 없는 농담이지만 주절주절 떠는 수다가 참 좋았다
울 오빠야랑 언니야가 가끔 하는 말
" 형제라고 많기나 하나 달랑 셋인데 뭐 하려고 일본까지 가서는..."
엄마랑 아빠랑 오빠야랑 언니야에게 내가 미안한 건 딱 하나다
내가 일본 와서 사는 거....
나에게 이런 놀이터가 있다면 매일매일 와서 놀겠는데 언니는 가끔 심심하면 와서 노는 놀이터란다
50대 아줌마의 이런 비밀스러운 놀이터...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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