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3년 만에 한국에 갔다
미리 계획한 한국행이 아닌 어쩌다 보니 1주일 만에 급히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후다닥 다녀 온 한국행이었다
공항에 도착해 보니 언니와 엄마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나의 한국행 마중은 100% 아빠가 나오신다
언니가 운전을 했다 하더라도 당연히 있어야 할 아빠가 안 보인다
나를 태우고 언니가 향한 곳은 병원
세상에나 아빠가 입원을 하셨단다
입원 5일째라고 ...
막내딸 한국 온다는 연락을 받고 바로 동창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셨단다
감기로 열도 있고 건강 상태가 별로였지만 그래서 엄마는 가지 않았으면 싶으셨단다
하지만 동창들과 다 함께 가는 간만의 여행인지라 아빠는 가고 싶어 하셨고
그래서 엄마도 크게 반대를 하지 못했단다
제주도 다녀오신 후 다음 날 갑자기 온몸을 떠시며 이상 증세가 있어서 병원으로 갔지만
워낙 몸을 떠시니까 동네 병원에서는 받아 주지를 않았다고 한다
엄마가 혼자서 감당이 안 되어서 언니에게 전화를 했고 언니는 바로 달려와 큰 병원으로 모셔갔다고 한다
결론은 콩팥에 염증이 많단다
1주일 입원을 결정!
그렇게 막내딸 오기를 기다리셨건만 마중을 오지 못하고 병원 신세..
아직은 코로나 때문에 면회를 오래 할 수 없다고 해서 인사만 하고 아빠 혼자 병원에 남겨 두고 집으로
와야만 했다
집에 도착한 후 1시간쯤 지났을까 아빠에게서 카톡으로 사진 한 장이 날아왔다
5시에 벌써 저녁을 드시나 보다
막내딸은 집에 왔는데 혼자 병원에 계시니 이렇게라도 소통을 하고 싶으셨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집은 엄마보다 아빠가 나에게 더 애틋하시다
내가 한국 나갈 때마다 공항 마중부터 돌아오는 날 배웅까지 울 아빠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신다
친척에게 인사를 갈 때도 쇼핑을 할 때도 은행 업무를 볼 때도 혼자 가도 된다고 피곤하시니 집에서
쉬시라고 해도 내가 입국 후 출국할 때까지 거의 대부분을 수행 비서처럼 따라다니신다
그런 울 아빠인데 병원에 계셔야 하니 얼마나 집에 오고 싶으실까 안 봐도 비디오다
내가 한국에 가고 2일 밤을 더 병원에서 보내시고 퇴원을 하셨다
12시쯤 퇴원 수속을 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오전에 엄마와 함께 은행에 가서 은행 업무를 보고 있는데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벌써 퇴원 수속을 하고 병원 밖으로 나오셨다고..
기다리시면 우리가 모시러 갈 텐데 그걸 못 참으시고 혼자 퇴원 수속 다 하고 집으로 향하신다 하니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가 삐졌을까 봐 걱정을 하시고...
빨리 집에 오고 싶으신 마음은 알겠다마는 울 아빠 정말 못 말림 ㅎㅎ
다행히 일주일 만에 무사히 퇴원은 하셨지만 힘이 없으신 것 같다
하긴 3년 만에 보니 그 새 쇠약해지신 건지 아님 이번 입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약해지신 아빠를 보니 맘이 짠하다
지난번 한국에 왔을 땐 엄마가 허리 수술로 병원에 입원 중이었었다
한 번씩 만날 때마다 부모님이 약해져 가시는 게 눈에 보인다
사실 이번 봄에 부모님을 일본으로 모시려고 했었다
내가 아무리 오시라 졸라도 끄떡도 하지 않으셨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이젠 두 분이서 일본 오는 게 자신이 없으신 게 아닌가 싶다
괜히 외국 나가서 여기저기 아프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으신 것 같고...
아빠가 퇴원을 하신 후로는 함께 장도 보러 가고 고모네 인사도 같이 다니고 했었다
내가 보기엔 괜찮아 보이셨지만 힘들걸 표 안내며 참으셨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때문에 3년간 만나지 못했던 엄마 아빠
비록 아빠의 입원으로 걱정도 있었지만 그래서 아빠랑은 3일밖에 함께 하지 못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일본에서 친하게 지내는 한국 언니가 나에게 그랬다
" 미짱은 좋겠다 엄마 아빠가 살아 계셔서.. 난 엄마 죽고 나니까 친정이 없어지더라
한국 가도 친정이 없으니 오빠 집이나 여동 생 집에 가는데 하루 지나면 올케랑 제부 눈치가 보여
그래서 불편해서 한국에도 잘 안 가게 되고 가더라도 애들 다 데리고는 못 가겠어 "
그니까 난 좋다
아직 엄마 아빠가 있어서
한국 가도 맘 편히 지낼 친정이 있어서...
https://michan1027.tistory.com/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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