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말 그대로 폭염이다
동경은 어제도 최고 기온이 38도였고 오늘도 38도
밖에 나가면 그냥 숨이 턱턱 막히고 뜨거운 햇살이 닿는 피부는 따갑다
집 밖은 정말 정말 위험하다
매일 매일 폭염 주의보가 내려 지고 있는 동경이다
비라도 한줄기 쏟아 지면 좋을련만 일주일치 일기 예보를 보아도 비 소식은 아예 없다
폭염이 계속되면 제일 걱정되는 건 우리 집 초록이들이다
마당에 자리 잡은 아이들은 어찌 어찌 견디는데 문제는 화분에 심어진 아이들이다
하루만 물을 안 주면 축 처져 나 죽네라고 아우성이고 2,3일 정도 물을 안 주면 그냥 저 세상으로 가 버린다
이제 겨울 7월인데 8월을 어찌 견딜지 ..
이 기회에 화분 수를 확 줄여야 할까 보다
그런데 오늘 화분에 물을 줄려고 집 밖에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
집 앞아스팔트 사이로 꽃이 피어 있는 게 아닌가
어제까지 전혀 존재 자체를 몰랐는데 페튜니아 꽃이 피어 있었다
헐...
진짜 헐이다
며칠째 38도를 오락 가락 하는 이 폭염 속에서 그것도 뜨끈뜨끈 잘 달궈진 아스팔트 사이에서
어찌 저리도 이쁘게 피어 있는지..
집 앞에 매년 1년 초 꽃을 하다 심는다
내가 선호하는 1년초 꽃은 페튜니아다
꽃이 화려한 데다가 피고 지고 또 피니까 봄에 사다 심어 두면 관리만 잘하면 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어서다
작년에도 페튜니아를 사다 심었었는데 아마도 씨가 떨어졌나 보다
우연히 아스팔트 사이의 작은 흙 사이에 떨어진 씨가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1년을 잘 버티다가
이 폭염 속에서 피어 난 작은 기적
진짜 말도 안 된다
어찌 저기에서 살아남았을까
어제도 38도 오늘도 38도인데 어찌 살아 남았을까
저렇게 작으니 어제 까지 내가 못 본 게 당연했다 싶다
꽃이 피고 나서야 이게 페튜니아 한걸 알 정도로 작고 여린 피튜니아가 자기 몸 보다도
훨씬 큰 꽃을 피우고 나서야 그 존재를 알았다
어째 내가 매일 물을 주고 정성을 들이는 화분의 꽃 보다 더 튼튼하게 보인다
이 폭염 속에 살아보겠다고 꽃을 피웠는데 워낙 틈이 좁아서 옮겨 심을 수도 없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물을 주는 정도밖에 없었다
믈을 줬더니 저녁에 한 송이가 더 폈다
그리고 꽃 봉오리가 하나 더 있다
이 폭염 속에서 이건 진짜 기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옮겨 심을 수 없으니 매일매일 물을 주며 이 아이의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잘 돌봐 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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