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나는 오늘도 운동을 간다
도보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지만 항상 차로 다녔다
이유는 다양하다
시간이 없어서, 피곤해서, 귀찮아서, 더우니까, 추우니까, 오늘은 바람이 부니까..
10월 어느 토요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스포츠 센터까지 걸어서 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날
걷다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아서
어차피 운동을 하러 가는 건데 30여분 걷는 건 준비 운동으로 좋은 것 같아서
평일엔 여전히 차로 다니지만 주말엔 걸어서 운동을 가고 있다
추워지면 또 줍다고 차로 가겠지만 현재 한 달째 (그래 봐야 4번) 걸어서 가고 있다
같은 길이지만 지난주와는 다른 풍경!
지난주 보다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다
하긴 12월이니까...
위 사진은 지난주 찍은 사진이다
겨우 1주가 지났을 뿐인데
오늘은 단풍이 더 곱게 물들어 있었다
빨갛게 물든 단풍에 끌려 사진을 찍으니 마침 지나가시던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왔다
저 밑에 가면 더 이쁘다고
80쯤 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 혼자 어디를 가시는 건지 아니면 아니면 산책을 하시는 건지
잘 차려입으시고 멋진 중절모까지 쓰신걸 보니 게다가 역으로 향하는 길인걸 보니 외출을 하시는 거라 짐작이 된다
일본 사람들은 자기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말을 잘 걸지 않는다 (요즘 한국도 그렇겠지..)
일본에서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는 건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
아니면 유치원생쯤 되는 꼬마들 뿐이다
저 아래쪽이 단풍이 더 이쁘다는 할아버지의 말에 대답을 해 드렸더니
나의 걸음에 맞추시며 계속 말을 걸어오셨다
할아버지 :저쪽 단지 입구엔 지금 은행이 아주 예뻐
나 : 진짜요? 돌아오는 길에 가 볼게요 평소에 이 길을 잘 걷지 않아서 은행나무가 잇는 줄도 몰랐네요
할아버지 :집이 멀어?
나 : 아뇨 저기 00 근처요
할아버지 : 아! 거기면 뒤에 센차미찌 거기 정밀 좋은데
나 : 네 거긴 강아지 산책 겸 가끔 가는데 정말 좋은 산책길이죠
할아버지 : 강아지 키워?
처음 보는 모르는 할아버지랑 15분여를 동행을 했다
아마도 할아버지는 대화 상대가 필요하셨을 거다
보통 그렇게 말을 상대는 몇 마디 대답을 하거나 " 아리가토 고자이마스"라고 짧게 답을 하고는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화를 이어가는 상대를 만났으니
할아버지는 쉽게 내 곁을 떠나지 않으셨다
어차피 같은 방향으로 가는데 굳이 피할 이유가 없어서
딱히 서둘러 갈 필요도 없어서 할아버지와 걸음을 맞추며 동행을 했다
할아버지와 헤어질 시간
은행나무 알려주셔서 감사하다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모르는 할아버지와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5분여의 동행
단풍이나 경치를 구경하며 혼자 걷는 것도 좋지만 오늘처럼 모르는 할아버지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것도 좋았다
문득 생각을 해 본 게 다음에 내가 먼저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말을 걸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그런데 글쎄다
내가 그럴 용기가 있으려나...
의외로 낯 가림을 하는 편이라서 그럴 용기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근처에 대학교가 있다
대학 축제가 있나 보다
연습을 하는 학생들....
젋음...
내가 저 나이 때는 생각도 못했다
나의 50대의 모습을..
그리고 조금 전에 만난 80대의 할아버지 같은 나이의 나를 지금은 상상도 하지 않고 있다
12월이지만 낮 기온 14도로 따사롭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백꽃이 이쁘다..
하늘도 쳐다보고 땅도 쳐다보고 걷다가 작고 앙증맞고 고운 색의 낙엽을 발견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집어 들었다.
참 평화로운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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