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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상 /사람들..

사람 인연이란게 참 알수가 없다

by 동경 미짱 2017.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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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본에서 참 좋아 하는 한국 언니야가 있다

이 언니야 하고는 뭔 인연이 그리 깊은지 

20년도 훨씬 전에 한국에서부터 알던 언니야다 


그러다  어찌 어찌 연락이 끊겼는데 

우연히도   언니야가 일본 산다는 소식을 들었고 

어찌 어찌 수소문해서 한국도 아닌 일본 땅에서

그 언니야를  다시 만났다 

같은 동경도에 살고 있지만  자주는 못 만난다 



왜냐하면 동경이란 곳이 생각 보다 꽤 넓다 

언니야를 만날려면  맘먹고 계획해서 

하루종일 스케쥴을 비워야 한다 


 언니야의 시댁은  땅 값비싼 동경에서

땅 부자집 맏며느리이다 

언니야 집은 손바닥 만한 우리집이랑 달리 

골목에서 저쪽까지 보이는 곳이 다 그 언니야집 담장이다 

그 큰집 살림의 맏 며느리인데다가 

아이가 셋이다 

워킹맘인 나 보다 집에서 살림하는 언니야가 더 바쁘다 

그러다 보니 넘 좋아하는 언니야지만 

두어달에 한번 겨우 만날까 말까다 


오늘이 바로 그 언니야 만나는 날이다 

깐깐한 시어머님에 아이 셋 

큰 살림 사느라 바쁜 언니야가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 허비하기보다 조금이라도 더 수다를 떨기 위해 

대개는 내가 언니야 동네까지 가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엔 언니야가 울 동네로 오기로 했다 


언니야랑 약속을 잡고는 울 동네 맛집 몇군데 

후보지로 올려두고 언니야 마중을 갔다 


언니야가 우리집에 올려면 전철을 3번이나 갈아 타야 한다 

시간 절약상 2번째 갈아 타는 곳 까지 

차로 마중을 나갔다 


언니야 만나서 울 동네로 이동하는 차안에서 


 언니 뭐 먹고 싶어?

언니 먹고 싶은거로 먹게 


 아무거면 어때

먹는거 보다 미짱이랑 수다 떠는게 목적인데 ..

아무데나 미짱 가고 싶은대로 가자 


운전을 하면서 잠시 고민 


 그냥 우리집으로 갈까 ?

아무것도 없지만 언니 말 대로 

 수다 떠는게 목적이니까 ㅎㅎ


 나야 좋지만 

집에 가면 미짱이 귀찮지 않겠어 


 귀찮긴 뭐..

있는 거 대충 챙겨 먹지 뭐 

언니 말대로 수다가 목적이잖아 ㅎㅎ


그렇게  동네 맛집으로 갈 예정이었던 것이 

우리집으로 목적지가 바뀌어 버렸다 


갑자기지만 

 그렇게 언니를 우리집으로 데려 갈 수 있는 이유는 

언니야는 격식이 갖추지 않아도

내가 좀 부족해도 이쁘게 봐 줄 언니야란걸 아니까



집에 도착해선  우리집은 대면식 부엌인지라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언니야는 식탁에 앉고 

난 부엌에서 뭔가를 만들면서

얼국 마주보며 그렇게 언니야랑 폭풍 수다를 ..







마침 오늘 아침 자기야랑 히로 도시락이 

김밥 도시락이었다 

김밥 재료가 남아 있어서 김밥 두줄 말고 

또 어제 저녁에 만들어 먹고 남은  닭강정이 있어서 

닭강정 데펴내고 

후다닥 떡복이도 한접시 만들었다 

미나리부침이랑 달래 부침 각각 

한장씩 부쳤다 


수다 떨면서 움직이는 손이라  집중을 못 해서인지 

부침개가 너무 뚜껍게 부쳐졌다 

얄팍하니 부쳐야 제 맛인데 말이지 

  









언니야는  뭐든 맛있다면서 

폭풍 흡입을 해 주었다


그도 그럴것이 언니야는 시어머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 

게다가 그 시어머님이 전형적인 일본의 부자집 마나님이시니 

먹는 음식 또한 완전 일본식 

그러니 언니야가 매운  떡뽁이나 닭강정을 

만들어 먹을수가 있겠냐고 ..


게다가 게다가 주부란건 말이지 

내 손이 안 가고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것을

가만히 앉아서 받아 먹는게 

제일 맛나다는 진실 ..


언니야가 넘 좋아 해서 

동네 맛집이 아닌 우리집으로 노선을 바꾸길 

정말로 잘 했다 싶었다 


이 언니야갸 바로 작년 가을에 내가 만든 미나리 장아찌를  먹고  

그 맛을 못 있겠다고 하는 바로 그 언니야다 


그래서 언니야 가는 길에 

며칠전에 만들어 두었던 미나리 장아찌 아낌없이 

담아 주었다 

그리고 깨끗하게 손질한 달래도 한줌 




참 사람 인연이란게 아무도 모른다 

나랑 언니야랑 처음 만난게 1993년 한국의 서울에서였다 

20년도 훨씬 전이다 

2017년 일본의 동경에서 

이렇게 마주 앉아 떡뽁이에 부침개 부쳐 먹고 있을줄이야 


자주는 만날수 없지만 고작 두어달에 한번이지만 

이렇게 만나 함께 할 수 있는것이  

너무나 신기하고 또 고맙고 그렇다 


지금에야 말이지만 20년 전에 내가 이 언니야를 

울 오빠에게 소개 시켜 줄려고 했었던 언니야다 

오빠에게 소개 시켜 주고 싶을 만큼 좋아했던 언니야다 

그런 언니야이니까

 언니야랑 나랑은 참 편한 사이다 

때론 신랑 흉도 보고 시어머님 흉도 함께 볼 수 있는 

별로 알리고 싶지 않는 치부까지 

함께 나눌수 있는 언니야다 


이런 언니야를 그것도 이국땅에서 

비록 두어달에 한번이지만 만날수 있다는 것

이것 또한 내 복이 아닌가 싶다 


오늘은 언니야를 만나는 날이라 

참 행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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