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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닝

수확 그리고 추억 속으로 ..

by 동경 미짱 2017.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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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푸르고 드높고 

바람은 시원하고 햇살은 너무 따사롭고 

딱 내가 좋아하는 가을이다 

요즘 일본은 계속 비 비 비 ...비의 연속이었다 

2, 3일 햇살이 얼굴을 비추나 했더니 

다시 태풍이 상륙중이고 내일부터 다시 주말 내내 비가 온단다 


비 때문에 며칠간 마당을 나가지 않았다 

내일부터 다시 비가 온다니 기회는 오늘뿐 ! 



이런 이런 역시나 내 예상대로 

아까운 석류가 여기저기 떨어져 뒹굴고 있다 

에고 아까워라 ....



입을 쩍쩍 벌리고 새빨간  보석같은 알알이 석류 알 

난 석류를 보면 어릴적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집 마당엔 커다란 석류나무가 있었다 

가을마다 가지가 휠 정도로 석류가 주렁 주렁 열렸었다 




난 석류만 보면 어린시절과 울 할머니가 떠오른다 

왜 할머니가 떠오를까 ?


일본에 와서 단독주택을 산 후 

마당에 이것 저것 심어볼까? 뭘 심을까? 


고민 할 필요없이 제일 먼저 떠오른건 석류 나무 였다

주변 꽂집이랑 나무 파는 가게 몇군데를 돌아 다녔다

그런데 석류 나무를  파는데가 없다

석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자기야에게 부탁해 

인터넷 검색으로 석류 나무를 발견 

멀리 가고시마에서 우리집으로 배달 되어 온 석류나무다 




석류 나무를 심어두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림 

한해가 지나고 두해가 지나고 그리고 3년이 지나고 

석류는 커녕 꽃도 안 핀다 

이거 불량품?

꽃도 피지 않으면서 나무는 무럭 무럭 얼마나 잘 자라는지 

좁은 우리집 마당을 석류가 다 차지 할 기세다 

꽃도 피우지 못하는 불량품 주제에  자리만 차지하고 

또 늦가을엔  많은 잎들이 낙엽이 되어 우리집 마당을 점령하고

진짜 말 그대로 우리집 애물 단지가 되어 버렸던 석류나무 

그리고 또 한해가 흐르고 또 한 해가 흐르고 

내 인내에 한계가 왔다 


"열매는 무신 꽃도 안 피는 자리만 차지하고  겨울이면 낙엽만 소복히 쌓이는 

이 불량품을 내가 당장 베어 버리고 말리라 "


나무도 귀가 있나 보다 

내가  베어 버린다 하자 바로 그 해 꽃을 피우는 게 아닌가

나무를 심은지 7년만에 ...

그리고 그 해 부터 매년 매년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


커다란 석류나무가 있는 마당 

내 어릴적 내가 살았던 내 어린 추억속의 그 집 ...

 




처음에 석루를 수확할때 

얼룩 덜룩 너무나 더러운 석류이 표면을 보고 얘가 왜 이러지 

무슨 병???

그런데 아니었다 

석류나무에 장미 가시는 저리 가라할 정도로 

커다랗고 뽀족하고 단단한 가시가 수없이 많다는 걸 그때까지 몰랐었다 

바람이 불때 마다 가지가 흔들리고 

가지가 흔들리면서 가시들이 석류 나무에 부딪히고 

그렇게 자기 가시에 찔려서 표면이 상처 투성이다 



상처 투성이 석류 껍질속에 알알이 이쁜 보석들 

새콤 달콤 그 옛날 할머니까 따 주셔서 맛보던 

바로 그 때 그 석류 맛 이다 




석류 따는 김에 가지 치기를 해 주었다 

석류나무의 성장은 너무나 빠르다 

매년 이렇게 두번의 가지 치기를 해주고 있다


가지 치기를 할때마다 가시에 손이 찔리고 

팔이 찔리고 .. 아무리 조심해도 

무수한 가시에 상처 투성이다 



올해도 수확을 넘 많이 했다 

오늘은 입이 쩍쩍 벌어진 아이들만 수확을 했다

아직 입을 벌리지 않은 아이들은 그대로 나무에 데롱  데롱 

이춧 사촌들이랑 회사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눠 주어야겠다


너무나 잘 자라는 석류나무 

1년에 두번하는 가지치기가 정말 보통일이 아니지만 

석류나무가 있어서 난 행복하다 

어쩌면 외로울수도 있는 외국 타향 살이 

석류 나무가 있는 마당이 있기에  어릴적 그 향수에 가끔 빠지며

마치 고향 집에 있는듯한 느낌 이랄까....


여름이면 시원한 석류나무 아래에서

음악을 들으며 차 한잔 마시는 생활이 난  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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