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동생 디나가 라인으로 몇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디나는 내 블로그 초창기부터 자주 등장하는 친구라
오랜 블친이라면 다 아실것이다
히로가 첫 돌 전부터 3년간 우리집에서 홈스테이를 했었다
히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엄마인 나 보다 더 말그대로 쭉 쭉 빨았었다
시집도 안 간 20대 처자가 히로의 똥 기저귀도 다 갈아 주고
매일 히로의 목욕도 다 시켜 주었었다
홈스테이가 아니라 마치 내가 베이비시터를 들인것 같은 그런 생활이었다
그런 디나를 보면서 디나는 아이를 참 좋아하는 구나 했었다
나중에 디나에게 들은 사연은 내가 생각했던 그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처음 디나가 대만에서 일본에 오기전 홈스테이 가족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고 한다
일본인 아빠 한국인 엄마 그리고 첫 돌이 안 지난 남자 아기 한명
우리 가족 정보를 보고 디나 엄마가
괜찮겠니? 너 아이 너무 싫어 하잖아
학교에 말해서 홈스테이 집을 바꾸는게 좋지 않겠니?
절대 아이와는 한집에 살 자신이 없는 디나는
일단 일본에 와서 보고 학교에다가 홈스테이 집을 바꿀수 있는지
물어 볼 요량으로 일본에 왔다고 한다
처음으로 오는 일본 유학
그리고 아이를 너무 싫어하는 그녀가 굉장한 두려움으로
처음 우리집에 발을 들였다고 한다
워낙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해서 나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디나의 말에 의하면
디나가 우리집에 들어서자 나랑 자기야가 인사를 하고 디나의 짐을
디나가 묵을 방으로 가져 가느라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고 한다
거실 입구에서 어쩔줄 몰라 한 발자욱도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는데
히로가 디나에게 엉금 엉금 기어가서 ( 그 당시 히로는 첫돌 전이라 아직 걷지를 못했다)
긴장해서 어쩔줄 몰라 하며 가만히 서 있는 디나에게 기어 가
서 있는 디나의 다리를 양 손으로 잡고 일어나
디나 다리를 양팔을 크게 벌려 꼬옥 안아 주었다고 한다
그때 자기 다리를 꼭 안아 주는 히로를 보면서 디나가 느낀 감정은
디나 ! 괜찮아 .. 아무 걱정 하지마 ..
그렇게 히로가 디나를 안심시키며 위로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 후로 아이를 너무나 싫어하던 디나는 히로의 포로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뭘 해도 이쁘고 아무리 얄미운 짓을 해도 모든게 용서가 되어졌다고 한다
아이를 싫어하던 디나가 히로의 똥 귀저기를 갈고
히로가 먹다 흘린 음식까지 자기 입으로 가져가 먹는 엄마 같은
아니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이모가 되었다
업어주고 안아주고 목욕은 물론 잠까지 함께 자는
디나와 히로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일본에서 친정도 시댁도 멀리 멀리 살아서
주변에 일가 친척 하나 없이 히로를 낳아 키우는 현실
내 나라도 아니고 남의 나라에서 아이 키우는 육아 스트레스
육아 우울증 .... 그런게 나에겐 없었다
제일 힘든 한살부터 3살까지 디나가 전문 베이비시터 보다 더 히로를
지극 정성으로 돌 봐 주었기 때문이다
내 사전에 육아 스트레스 그게 뭔데? 라고 할 수 있었던건
제일 힘들때 디나가 있어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든든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디나를 만난건 나의 복인지 아님 히로 복인지 모르겠지만
나라가 다르지 피거 섞이지는 않았지만
디나는 하늘이 우리 가족과 인연을 맺어준 귀한 인연이라고 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도 디나는 아이들이 싫다고 한다 오직 히로만 좋다고 한다
내가 가끔 디나에게
히로는 요즘 반항기라 안 이뻐
라고 하면
애들이 다 그렇지. 마마가 너무 극성인거야
히로가 하고 싶은대로 그냥 냅둬
조그만 일에도 무조건 히로를 칭찬을 하고
히로를 보며 짓는 그녀의 은근한 미소는 꾸며서 되는 그런 미소가 아닌
히로를 바라보면서 저절로 지어지는 자연스런 미소이다
힐머니들의 손주 사랑보다 더 한 무조건적인으로
히로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디나다
그런 디나에게서 오늘 라인으로 사진을 몇장 보내왔다
옛날 사진을 정리하다가 몇장 보낸다면서 ...
원래 디나가 다닌 일본어 학원은 홈스테이는 기본 3개월을하고
그 이후엔 기숙사에 들어 가야하는 학교였다
그런데 디나는 학교에 특별히 부탁을 해서 우리집에서 3년을
함께 살았다
디나는 우리 가족을 일본 가족이라 부른다
나는 그녀를 여동생이라 부른다
디나는 일본어 공부를 마치고 대만으로 귀국하고도
지금까지 매년 일본 우리집에 오고 있다
일본 가족을 만나러 ..
디나가 라인으로 보내 온 옛사진을 보며
모처럼 추억 여행을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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