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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히로 이야기

엄마가 제대로 뿔났다

by 동경 미짱 2018.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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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였다 

히로가  입을 만한 가을옷 (긴팔)이  없다며 옷을 사야겠다며 

엄마 주말에 시간 되냐고 ..


 히로의 학교는 교복이 없는 학교다 

평소의 등하교복이 자율 복이다 보니 사내녀석이지만 옷이 좀 필요한 편이긴 하다 

요즘 옷에 대해 신경을 쓰는걸 보니 잘 보이고 싶은 여학생이라도 있나 

조금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주말에 히로 옷을 사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금요일날 

엄마 이번 주말에 친구랑 영화보기로 가기로 했으니까 

옷 사러 못 갈것 같아 다음에 가자 


여기서 부터 난 빈정이 상했다 

지난주 내내 중간고사 기간이라 한동안 친구랑 놀지 못한건 사실이지만 

약속은 나랑 먼저 한것인데 

게다가  내가 한 약속도 아니고 자기가 필요해서 약속을 한것인데 

아무리 친구가 좋다지만  엄마와의 약속을 깨 버리는  아들녀석에게  난 단단히 뿔났다 


 니가 필요해서 엄마한테 옷 사러 가자고 약속을 하고선 

친구랑 영화 보러 간다고?

엄마 다음에 시간 없으니까 옷을 사던 말던  니 맘대로 해 


내가 이렇게 까지 말 했는데도 결국 얄미운 아들녀석은 

엄마를 버리고  친구 만나러 룰루 랄라 ...


진짜 진심 짜증난다 



빈정 상할대로 상한 나 죄 없는 자기야에게도 툴툴 ..

아니 죄가 없진 않지 

선약을 깨 버리는 아들에게 그럼 안 된다고 했어야 하건만 

엄마가 뿔 났건 말건 친구 만나러 간다고 집을 나서는 히로에게 

잘 갔다 오라고 빠이 빠이  까지 해 준 죄가 있긴 하다 

울 자기야 제대로 괘씸죄  추가다 



뿔이 나도 배는 고프다  

짜증이 나니 매운게 땡기더라

그래서 매꼼하니 떡강정을 만들어  기분 전환도 할겸 

마당에 나가  떡강정이랑 어울리지 않게 음악까지 틀어 놓고 냠냠냠 ..

떡 강정을 먹고 자기야가 내려준 커피 한잔 마셔도 짜증이 가시지 않는다 

괘씸죄인 자기야에게 다다다다다 ....

나의 불만을 털어 놓았다 


 자기야 생각을 해 봐 

나랑 먼저 약속을 한거 아냐?

게다가 히로가  자기가 필요하니까 나한테 옷 사러 가자고 하고선 

어떻게 친구랑 영화를 보러 갈 수 있어 

그래 친구랑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좋다 이거야 

친구 좋아할 나이니까 .. 

근데 그럼 나 한테 먼저 이러 저러 해서 친구랑 영화 보러 가고 싶은데 

그래도 되냐고 나한테 먼저 양해를 구해야 할 것 아냐 

아무리 가족이지만 지켜할 할 예의가 있는거야 

나는 뭐 시간이 남아 돌아 

나도 바쁜 사람이야 

자기가  가지고 하면  나는 대기하고 있다가 언제 든지 가야 하는 사람이야

나도 바빠 


그외에도 이런 저런 쌓인 것들을 다다다다

마누라 제대로 열 받은걸 겨우 알아 들은 눈치 없는 울 자기야

아니 아침부터 마누라가 퉁퉁  불어 있으면 마누라가 말을 안 해도 

대충 알텐데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건지 

아니면 진짜로  모르는 건지 ....

 히로에게 뿔난 화살이 자기야에게까지 향하고 말았다 




마눌 달래기 작전에 나선 자기야 

 자기야 이자카야 가자 

 내가 뭐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이자카야

 이자카야가 술만 먹으러 가는  곳인가 

분위기지 

가끔 이자카야 같은 분위기도 기분 전환되고 좋아 




이자카야 가기엔 조금 이른 시간 오후 6시 

왁자지끌  이자카야 분위기 

다들 마시고 떠들고 기분 좋은 듯하다 

생맥 한잔 마시고 나니 술 기운 탓인가 조금은 기분이 풀리는 것 같기도 하고 

기분이 풀리는가 하다가도 

히로 생각하니 또 확 짜증이 올라온다 

이렇게 감정이 왔다 갔다 하는걸 보니 나 제대로 갱년기인가 보다 



그래... 내가 술을 즐기는건 아니지만 이렇게 가끔 

분위기에  젖어 기분 UP 시키는 것도 가끔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결혼전에도 그랬고  결혼후 지금까지 난 너무 바른생활을 해 왔다 

결혼전엔 술을 마셔 본 적이 없었고 

결혼후에도 이런 이자카야조차도 자기야와 함께가 아니면 온 적이 없다 

회사 동료들과도 항상 런치모임만을 했었다

내가 술을 즐기지 않는게 제일 큰 이유이긴 했지만 ...


사람들이 이래서 술을 마시나 싶다 

두 잔의 알코올이 들어가자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기분이 풀린건 알코올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잔 하면서 자기야에게  내 불만을 전부 토해 냈기 때문이다 

속에 든 말들을  다 쏟아 내고 나니 내가 왜 뿔이 났을까?

별것도 아닌것 같고 나 이렇게 속 좁은 여자였나 ?

우습기 까지 하더라는 ...




알딸딸 기분 좋은 마누라 

하지만 마누라가 지금 기분 좋은건 알코올 탓이라 생각했을까?

아니면 갱년기인 마누라 또 언제 터질지 모르니 

미리 미리 예방하고자는 마음에서 였을까


저녁에 히로에게 자기야가 한마디 한다 

그것도 단호한 어투로 


 히로 넌 앞으로 밖에 나가면 집에서 저녁을 먹을지 밖에서 먹을지 

늦어도 5시까지는 집에 연락 해. 알았어?

그건 엄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야 

늦어도 5시까지야 


 네 


두말도 필요없이 히로는 "네" 라는 한마디! 

더 이상 어떤 토도 달지 않는다 

 

다른 집은 모르겠지만 우리집은  자기야가 히로에게  단호한 어투로 

이정도 말을 하는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자기야는 히로에겐 친구같은 아빠다 

그러다 보니 히로는 아빠를 전혀 무서워 하지 않는다 

평소에 친구같고 형 같은 아빠가 단호하게 말 할때는 

히로도 알아서 눈치껏 기는 편이다 

평소에 순한 아빠가 화나면 정말 무섭다는걸 아니까 ...

그래서 내가 화를 내면 가끔 말대답을 하는 히로지만 

아빠가 가끔 한소리 할때면 절대로 말대답 않는 히로다 


난 진짜 뿔났었는데 정말 정말 화가 났었는데 

이자카야에서의 술 한잔에 그리고 자기야에게 다다다다 

속에 든 불만을 다 털어 놓고나니 내가 왜 뿔이 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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