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언니 K 가 우리집에 왔다
언니네는 히로보다 두살 아래 아들이 있어서
히로가 작아서 못 입게 된 옷도 줄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내가 바빠지면 한동안 언니를 못만날것 같아서 겸사 겸사 언니를 우리집으로 불렀다
우리집에서 화장실에 갔다 온 언니가
조화인줄 알고 만져 봤더니 진짜 국화네
화장실에서 너무 좋은 냄새가 나
나도 우리집 화장실에 국화꽃 꽂아 둘까 봐
언니네 집 마당에 넘쳐나는게 꽃일텐데 뭔 걱정이야
하긴 ... 근데 그것도 성격이야
난 우리집 마당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몰라
자기집 마당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른다고?
무슨 그런 거짓말을 ...
아니다 언니는 절대 거짓말을 할 사람도 아니고
언니네 집에 가 본 나로썬 언니말 그대로 인정 !
언니네 시댁이 땅 부자다
집이 워낙 워낙 넓다
동경 중심가 신주쿠 新宿에 전차로 25분 밖에에 안 걸리는
우리 동네랑 비교도 안될 땅 값 비싼 곳의 땅 부자다
그런 땅 부잣집 언니가 항상 하는 말
" 그게 내 꺼니 . 시어머니꺼지 ..."
부잣집 며느리인 언니는 너무나 소박하다
히로가 작아서 못 입는옷 있다고 했더니 얼른 달려와
한보따리 챙겨 갔다
다시 이야기는 우리집 화장실 국화꽃으로 돌아가서 ..
국화 꽃 향기 너무 좋다 미짱 마당에서 꺽은 거야?
언니는 우리집 마당이 언니집 마당처럼 넓은줄 알아
일본 친구집 가서 꺽어 왔어
우리집 근처의 일본인 친구집
이 친구 또한 땅부자집 며느리다
일본 친구집 들어 가는 입구 양 옆으로 국화꽃이 가득 !
종류도 참으로 다양하다
집 마당 구석에 있는 창고로 쓰는 건물인데
창고 주변도 전부 국화
시어머님이 국화를 좋아해서 집 주변에다가
전부 국화 꽃을 심었다고 한다
정면에 보이는 게 일본 친구 집이고
집 뒷쪽에 남아 도는 땅을 주차장으로 만들어 수입을 얻고 있다
주차장 주변도 전부 국화꽃
그리고 집 옆 땅에 다가는 집을 지어 딸네가 살고 있다
( 즉 내 친구의 시누이)
정말 국화꽃 종류가 이렇게 다양한 줄 몰랐다
보통 꽃을 좋아하면 사랑 듬뿍 주며 열심히 가꾸고
아무리 남아 돌아도 꺽지 않는게 일반적인데 일본인 친구가
맘대로 꺽어 가라고 해서
이렇게 예쁘게 키우셨는데 꺽으면 안 좋아 하실텐데 ..
지금 시어머님 안 계셔
게다가 주차장 뒷쪽에거 꺽어도 표도 안나고 모르셔
친구의 말에 에라 모르겠다
향기 좋은 국화꽃 듬뿍 꺽어 왔었다
현관 신발장 위에다가도 꽂아 두고
부억과 거실 사이에 있는 카운터에도 꽂아 두고
거실 창가에도 국화꽃이 가득
그리고 화장실에도 ..
온 집안이 국화향기로 가득하다
그래서 요즘 난 행복하다
잠시의 짬을 내서 거실 창가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은은하게 풍겨오는 국화 향기를 맡고 있는 시간이 ..
내 주변엔 부자들이 참 많다
하나같이 땅 부자들이다
초록이들을 좋아하는 나는 가끔 부러울때도 있다
어떤때가 부러운가 하면
우리집 마당은 너무도 작아서 내가 심고 싶은걸 다 심지 못하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하지 못할때다
내 개인적인 욕심은 집은 안 커도 되는데 마당이 조금만
더 넓었으면 좋겠다 싶다
땅 부자네 친구들의 공통점은 아깝게도 놀고 있는 땅 그냥 방치한다는거다
나 같은면 이렇게도 꾸며보고 저렇게도 꾸며 보고
다 할텐데 말이다 ...
근데 그게 이유가 있더라는
" 그게 내꺼니 시부모니꺼지 .."
땅부자집 며느리인 일본인 친구는 꽃 하나도 마음대로 못 심는다고 한다
이뻐서 심어 두면 시어머님들이 꼭 입을 댄다고
이걸 왜 여기다 심었니? 라고
시어머님은 그냥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며느리인 그녀는 눈치가 보인단다
한두번 그러다 보니 이제는 아예 손을 안 댄다고 ..
땅 부자 일본 친구는 아이들도 크니 그만큼 씀씀이도 커지고
남편 월급만으론 부족하다 싶어
동네 홈 센타에서 하루에 몇시간 정도 파트 타임일을 해 볼까 했는데
같이 사는 땅부자 시어머님의 반대에 부딪혀
하루종일 집안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땅부자 시부모님의 며느리 파트 타임 반대 이유는 간단했다
동네 사람들이 보고 누구네집 며느리 홈센타에서 일하더라는
말을 듣는게 체면이 안 선다는 이유다
보통 땅부자들은 아주 오랫동안 그 동네에서 대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며느리가 파트 타임 일 하는게 마음에 안든다는 ...
아무리 그래도 나도 땅 좀 있어 봤으면 좋겠네
" 모르는 소리 하지마 미짱 처럼 따로 사는게 행복이야
내 집에서 내 맘대로 할수 있는게 하나도 없어 "
우리 동네 땅 부자들을 보면 아들 딸 들이 그 땅에다 집을 지어
모여 사는 집들이 꽤 된다
한국도 그렇겠지만 집 짓는데는 사실 별로 돈이 들지 않는다
물론 장소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시골로 갈수록 땅 값은 싸니까 ..)
우리 동네의 경우 집 값의 60%가 땅 값이다
울 동네 땅부자집 며느리인 내 일본인 친구의 속내
시부모님 집에 살다보니 냄비 하나 마음대로 살 수 없다고 ..
이가 빠진 접시가 있어도 시어머니 허락 없이는 버릴수 없고
마당에 꽃 하나 내 맘대로 못 심는다고 ..
바로 옆에 시누이집이 있으니 맘대로 언제든지 들락날락 하는 시누이 식구들 ..
집은 비록 땅 부자일지 모르지만
회사원인 남편의 수입만으로 여유가 없어서
(그녀는 시부모가 부자지 남편은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라
부자가 아니라고 ...)
한 푼이라도 아쉬워 파트 타임이라도 일을 하고 싶은데 누구 누구집 며느리
파트 타임으로 일 한다라는 소리 듣기 싫어 일도 못 하게 하니
커다란 집에 살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고 한다
그래도 땅 부자집 며느리라 부럽다 싶었는데
땅부잣집 며느리는 내가 모르는 고민들이 있더라는 ..
비록 땅은 없지만 내 맘대로 하고 살고 있으니
그 친구는 내가 부럽단다
일본인 친구가 시어머니가 애지중지 키운 국화꽃을
시어머님 몰래 나에게 꺽어 준 건 아마도 시어머님에 대한
작은 반항인것 같다
표 안나게 하는 소심한 반항
그나저나 땅부잣집 일본 친구 덕분에 우리집 여기저기
국화꽃기 가득
은은한 향기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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