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면 바보가 되어버린다

이번에 한국에 가서 병원과 집을 왔다 갔다 하느라 

가까운 친척이외에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데도 안 가고 아무것도 못했다 

내가 유일하게 한 일은 바로 통장 만들기이다 

지난번 한국에 갔을때 재외 국민이라 통장을 만들수 없다고 

거절을 당하고 

 "왜 한국 국민인데 통장도 못 만드냐고 .."

혼자로 불평만 하며 법이 그렇다는데 내가 뭐 할수 있는 일이 없기에 

완전 포기를 하고 있었는데 

같은 일본에 사는 사랑맘님이 나랑 똑 같은 조건인데 

한국가서 통장을 만들어 왔다는 성공담을 듣고 

다시 한번 도전을 하기로 했다 

난 일본 영주권자이기에 한국 주민등록이 말소가 되어있다 

제일 먼저 할 일은  주민센타에가서 주민등록 회복 하기 !

주민센타 담당 언니야가 곤란해 한다 

왜 주민등록증을 발급 하려 하냐고 ?

나는 아무말도 안 했는데도 한다고 하지 않았는데도

주민센타 담당자가 먼저 

"어차피  재외국민이라 주민등록증을 만들어도 

통장같은 것 만들수 없는데 

소용도 없는 주민증을 왜 만들려고 하냐고?"

소용이 있던 없던 쓰던 못쓰던 난 대한 민국 국민이니까 

 무조건  주민증  만들어 달라고 했다 

담당자가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옆에 언니야에게 상담 

둘이서 머리 맞대고 뚜꺼운 책(법령 책인지 뭔지 ...)

뒤적이다가 그 옆에 언니야까지 가세 

3명의 언니야가 내 주민등록 발급에 메달렸다 

 국적은 한국이세요?

아 .. 이 질문 진짜   답답 하다

 한국 사람이니까 대한 민국 여권을 가지고 있죠 

영주권이랑 국적이랑 별개란걸 모르는 답답한 공무원 언니야 ...

 재외 국민 등록 하셨어요 ?

 재외 국민 등록이 되어 있으니까 한국 대사관에서 

여권을 연장 해 줬겠죠 ?

여권 번호 보면 알수 있지 않나요?

옆에 있던 다른 언니야가 여권이 재외 국민 여권이 맞네 라고 

하고서야 고개를 끄떡 끄떡 

 세대주 신분증과 도장 없으면 안되거든요..

 아빠 ! 

뒤에서 조용히 앉아 기다리시던 아빠를 당당히 불러 

여기 세대주 직접 대령이요 ..

결론을 말하면 재외 국민이란 제도가 옛날엔 없었던

새로 생긴 제도인데

내가 영주권을 받을 때는 재외국민 제도가 없어서 

외국에서 영주권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주민등록 말소가 되었다고 한다 

주민센타 언니야들도 나 같이 영주권 취득으로 인한 

말소권자의 주민등록을 한번도 안 해 봐서 잘 모르겠다며 

여기 저기 뒤지고 사례를 찾아보고 

3명이서 법령 책 뒤져가며 세대주인 울 아빠 얼굴 직접 

보여 줘 가며 

1시간 20분만에 주민증을 발급 받았다 

그래서 내가 한마디 해 줬다 

대한 민국 국민인 나는 영주권  받았다고

내 허락도 없이 아니 통보도 없이 주민등록을 말소해 버리면서 

이중 국적자인 내 아들 (히로)는 

한국에서  초등학교도 입학도 안 했는데 왜 

주민증록 말소도 안하고 당당히 주민등록이 되어 있나요?

얼마전에 학교 입학하지 않은 아이들 전수 조사를 한다고 

뉴스에서 본 것 같은데 

우리 애는 초등 입학도 않고 당연히 한번도 학교에 간 적이 없는데 

왜 확인 연락도 없나요?

정말로 이 해 불 가 임 !!

이중국적자는 주민등록이 되어 있고 

영주권자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인 난 말소되고.... 

그래도 주민센타 언니야들  1시간 20분이나 걸려서 골머리 앓았을텐데도 

정말로 친절하더라는 ..

임시 주민증을 받자 마자 바로 은행으로 고 ! 

주민증만  있다고 통장 발급이 안된다고 들었다 

통장의  사용용도가 분명해야 한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공과금 납부용이면 내 이름으로된 공과금 영수증을 

들고 가야하고  

모임의 회비 같은 거면 그 모임의 정관 등등 ....

아 ... 머리 복잡하다 

복불복이라고 같은 조건이라도 

은행에따라 담당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하니 

그냥 부딪혀 보지 뭐 

10군데 다니다 보면 한군데는 되겠지 

그렇게 찾아간  집에서 제일 가까운 첫번째 은행 

 통장 만드실려구요?

신분증 주세요

임시 주민증을 내 밀었다

 재 발급 받으셨네요 

 네 

말을 최대한 아꼈다 

재외국민이란게 들통나면 통장 발급이 안된다 들었었고 

조금전  갔었던 주민센타 공무원 언니야도 통장 발급 안된다고 했으니까 

말을 아끼며 조마 조마  기다리는데 

내 임시 주민증으로 내 신상 정보를 검색하던 은행 언니야가 

재외 국민이시네요?

주민번호로 내가 재외국민임이 들통나 버렸다 

아 .. 끝이구나 

이젠 난 한국에서 통장을 만들수 없구나 ...

 어디 사세요?

 일본요 ..

무슨 용도로 쓰실꺼에요 ?

블로그 수입 입금용으로요..

 블로그 잘 되시나 봐요 ?

말로는 블로그 수입 입금용이라 했지만 

증명 서류도 없고 또 재외 국민인게 들통도 났고 ...

어차피 안 만들어 줄거면서 꼬치 꼬치 묻긴 왜 물어 

그런데 이 착한 은행언니야가 통장을 만들어 주었다 

포기 했는데 완전 대박이다 

그러곤 체크 카드가 어쩌고 인터넷 벵킹이 어쩌고 

핸드폰으로 어쩌고 하며 이것 저것 물어 보는데 

통장 발급된게 믿기지가 않아서 아무것도 필요없으니까 

통장만 만들어 달라고 하고 혹시나 

"역시 통장 발급이 안되네요 "하면서 

취소 시켜 버릴까봐 통장만 받아 들고 도망치듯 얼른 은행을 나와 버렸다 

통장 만든것 자랑할려고 인증 샷 찍어서 

형제들 카톡방에 사진을 올렸다 

체크 카드 ??? 그게 뭔데???

완전 바보 인정 이다 

한국말인게 분명한데 내가 모르는 말 투성이다 

 

체크 카드가 뭔지 이번에 처음으로 알았다 

한국 떠나 일본에 산지 20년

한국에 올때마다 느끼는건 

난 한국말 할 줄 아는 외국인이다 

한국이 너무 많이 변해서 아무것도 모르겠다

일본은 바로옆 나라이기에 

비슷한것 같으면서도 다른것 투성이다 

만약에 내가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온다면 

살아 갈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

그래도 통장 만들고 오빠 말 듣고 체크 카드도 만들었다 

그래서 좋다 

이번에 만든 내 통장과 체크 카드는 엄마 손에 뒤어 주고 왔다 

물론 비밀 번호도 알려 드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