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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상

소박하지만 외롭지 않은 일본에서의 설

by 동경 미짱 2019.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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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5일 화요일이 설이라고??

설이면 뭐해..

일본은 양력설이니까 2월 5일은 아무날도 아니다 

당연히 회사 출근에 학교 등교 하는  날 

하지만 어쩌다 보니 내 근무 시프트가 oFF

자기야는 출근, 히로는 등교 , 나만 노는 날 

딴 날도 아니고 설인데 혼자서 집에서 뭘 하라고??

차라리 출근해서 바쁘게 일을 하다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 버릴텐데 

일본에 살고 있는 나로썬 서글픈 설이 될게 뻔한데 


그렇다고  혼자서 서글프게  설을  보낼 내가  아니다 

나랑 친한 한국 언니야에게 전화를 했다 

꽤 먼 거리에 살고 있는 언니야인데 

게다가 시어머님 모시고 아이가 셋에 

둘째가 2주일 후엔 고입 시험을 앞둔 명색이 수험생 엄마인데 


 언니 내일이 설이래 ..

떡국이나 끓여 먹자. 와라


나의 갑작스런 전화였지만 내일이 설이라고 하니까 

만사 제쳐두고 무조건 콜! 을 외치는 언니 


그렇게 일본에서 한국 아줌마 둘이서 소박한 설을 보내게 되었다 




지난주 한국 갔다 올때 챙겨온 떡으로 떡국을 끓였다 

 언니는 충청도 언니인데 

떡국은 지방마다 국물 맛 내는게 다 다르다는데 어쩐다 ...

소고기 육수는 내가 싫다 

난 고기가 휘젓고  지나간 국물이 제일 싫어한다

설렁탕 육개장 곰탕 등등 ... 

남들은 구수하다는데 난 유달리 뛰어난 후각 덕분에 

누릿한 소고기 돼지고기 냄새를 귀신같이 느낀다 

내가 유일하게  냄새를 극복하게 먹을수 있는게 닭 육수이다

고기 냄새가 싫어 고기를 싫어하는 여자인지라 

소고기 육수는 NG


멸치 다시를 낼까 하다가 닭육수로 결정 

어찌 어찌 떡국을 끓여 냈다 



언니랑 수다를 떨면서 꼬치랑 고구마전도 구워내고 

김치랑 밑반찬을 곁들여 

정말로 소박한 설  명절상을 차렸다

한국 언니야랑  나 둘 만을 위한 상을 ..



언니랑 마지막으로 만난게  11월말이었으니  

두달 2주만에 만났다 

밀린 수다를 반찬 삼아 맛있게 떡국을 먹었다 


 이거 한국에서 가져온 떡이지?

역시 일본에서 산 떡이랑 달라 

넘 쫄깃하고 떡이 맛있어 

신오쿠보에서 (코리아 타운)에서 사면 

이렇게 안 맛 있어 


 응 한국에서도 마트에서 산게 아니라 

 큰 고모가 방앗간에서 빼 온 떡이라 그런가 봐 

떡국 잘 안 끓여 봐서 자신이 없었는데 먹을만 하다 그치?


 아니야 진짜 맛있어 



이 언니는 일본에서 만난 언니가 아니라 

한국에서부터 알고 지낸 언니다 

언니가 울 고모도 만난적이 있고 

나도 언니네 오빠랑 올케  언니의 조카 까지도 만난적도 있고 

그러다 보니 이야기는 자연스레 한국 가족 이야기도 하게 되고 

내가 지금은 언니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선배다 

그렇다보니 선배랑 나랑 공통으로 아는 지인들도 있다 보니 

옛 이야기를 해도 그 이야기를 서로 공유 할수가 있다  

일본에 살면서 한국의 오랜 지인이랑 

함께 소박한 명절을 보낼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처음엔 차라리 설엔 외롭다 어쩐다 딴 생각 안하게 

출근해서 근무를 하는게 낫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언니(선배)랑 보낸 설이 

한국에서의 옛 추억 이야기도 하면서 오히려 힐링이 된 하루였다


내년부터는 아예 한국 설은 휴가를 내고 회사를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년에도 언니랑 둘이서 소박한 설을 보내야지 ..


아니 내년 설 부터가 아니라 

당장 올 추석에도 휴가를 내고 한국 언니들이랑 

일본에서의 추석을 즐기는것도 좋을것 같다 



우리집 자기야는 고기 산적을 참 좋아한다 

한창 근무중일 자기야에게 맛잇게 먹어 

배불러 죽겠다고 라인을 보냈더니 

조금 남지 않았냐고  불쌍 한척 ...


걱정마시게 .. 내가 어찌 당신꺼  안 남겨 두고 

나 혼자 배불리 먹겠는가 


울 자기야 저 꼬치가 먹고 싶었는지 다른날 보다 

훨씬 일찍 퇴근 해 왔더라는 ..

그리고  울 자기야 꼬치를 맛있게 먹고 

저녁 설거지도 깨끗하게 해 주더라는..


 일본에서 맞이한 설 

달랑 떡국 한 그릇에 꼬치 뿐인 소박한 명절 상이었지만 

외롭지 않고 참 즐거운 설을 보냈다 



 한국에 계신 모든 분들 

아니 일본을 비롯 전 세계에 계신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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