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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본 시댁과 한국 친정

엄마의 어리광과 아빠의 구박

by 동경 미짱 2019.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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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한국에 다녀와서부터 내가 매일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있는 일이 있다 

매일 매일 친정에 전화하기가 바로 그 일이다 

지난번 한국 갔을때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엄마를 보고 왔다 

작년에도 엄마는 어깨 수술을 했었고 

몇년전엔  대상포진으로 고생을 엄청 하셨다 

이런 저런 잔병으로 병원을 내 집 처럼 드나드신 친정엄마 


하지만 이 모든걸 전해 들었을 뿐 

해외에 산다는 이유로 엄마가 얼마나 아프셨는지 

직접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한국 가 있는 1주일 내내

병원 입원중인 엄마를 보고 와서인지 

나의 무심함이 죄송해서 그 죄송함의 댓가로 

매일 전화를 드리고 있다 

어쩌면 내 맘 편할려고 전화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요즘 매일 한국에 전화를 하면서  드는 생각! 


옛날이랑 달리 요즘엔 카톡으로 무료로 통화를 할수있어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부모님께 전화 드리는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자주 전화도 안 했는지

참으로 정 나미도 없는 막내 딸이였구나 싶다


요즘 집에 전화를 하면서 매일 웃는다 

엄마랑 아빠랑 나누는 대화가 너무 재미있어서다 


 내가 너거 아버지 때문에 죽을 맛이다 

 왜?

 내가 아직 허리 수술  한지 한달도 안 되었잖아 

근데 맨날 내 보고 운동 안 한다고 구박한다


엄마가 아빠 흉을 보는데  옆에서  아버지가 끼어 드신다 


  무슨 소리 ...

야 말도 마라

너거 엄마  엄살도 엄살도 얼마나 심한지 

장난 아니다 


어느날은 전화를 했더니

엄마 저녁은 ?

 아직 안 먹었다 

 7시가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저녁도 안 먹고 뭐해?

 너거 아버지 밥도 안 채려 준다 


엄마랑 통화 하는걸 옆에서 들은 울 아버지 

카톡으로 사진 한장 보내 주셨다




한손에 핸드폰 그리고 옆에는 TV리모컨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쉽다는 

누워서 떡 먹기 중  ㅋㅋㅋ


 요즘 내가 살림 다  사는데 무슨 소리?


어느날은 


  너거 아버지 요새 잔소리가 얼마나 심한지...

맨날 구박한다 


옆에서 울 아버지 끼어 드신다 


무슨 소리 하나 

맨날 이거 먹고 싶다 사 온나  

저거 먹고 싶다 사 온나  

맨날 이것 저것 사 오라고  얼마나 시켜 먹는지 아나? 

귀찮아 죽겠다 

누가 들으면  애 가진 줄 알기다 


어느날은 

엄마 오늘은 아빠랑 안 싸웠나 ?

 우리가 맨날 싸우는건 아니고 가끔 싸운다 


ㅋㅋㅋ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울 엄마 아빠 맨날 싸우고 

노부부 사이가 심각하겠구나 .. 

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근데 내가 전화 할때마다 

엄마는 아빠가 구박 한다고 나에게 일러 바칠때도 

아빠가 너거 엄마  엄살이 장난 아니라고 

나에게 일러 바칠때도 

옆에서   스피커 폰으로 서로가 다 듣고 있다는 ...

없을때 흉보면 정말 심각한거지만 

당사자가 있는곳에서 흉보는 것은 정말로 흉보는게 아니라 

걱정이 되는게 아니라 그런 엄마 아빠와의 일상을 

매일 전화로 듣는게 즐겁고 재미있다 



아픈 엄마 옆에  투덜 투덜거리시면서도 

다 챙겨 주시고 받아 주시는 아빠가 계셔서 좋고 

아빠가 맨날 구박 한다고 하면서도 

엄마 대신 살림 사는 아빠에게 고마워 하며

그러면서도 막내딸에게 아빠의 구박을 일러 바치는 

엄마가 귀엽기도 하고 ...


수술 마친지 한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아직은 경과를

더 지켜 보아야겠지만 

죽을것 처럼 아팠는데 수술을 하고 나니 살만 하다는 

엄마의 말에 안심이 된다 


오늘도  엄마는 아빠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아빠는 그런 엄마를 구박하고 

일본에서 전화 한 막내 딸에게 

서로가 일러 바치기 바쁘고  .. 


그런데 구박 받는다는 엄마의 목소리도

엄마의 엄살과 어리광 때문에 귀찮아 죽겠다는 아빠의 목소리도 

밝고 힘이 있어 보인다 


내일은 또 어떤일을 나에게 일라 바칠려나 

살짝 기대도 된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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