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고 붙임성도 좋고 울 부서 직원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준 스물살 청년이었다
동료들은 그 청년을 욱군이라고 부른다
0욱이란 이름인데 일본 사람들에겐 발음이 어려운데다
욱이란 발음이 국이라 들리는지
다들 욱군 내지는 국군으로 부른다
일본은 5월 초에 열흘간의 황금 연휴가 있었다
남들 다 놀때 바쁜 직업이니 무지 무지 바쁠 황금 연휴를 대비한
한달간의 아르바이트 계약이었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워낙 평판이 좋아서 ...)
욱군은 한달간의 아르바이트 계약이 끝난후
울 회사에 파트타임으로 계속 근무하게 되었다
욱군은 스무살이니 울 아들녀석 히로보다 두살 형이다
욱군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누구집 아들인지 참 잘컸다
무엇보다 인사성 밝고 항상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먼저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활짝 웃는 얼굴로 먼저 말을 걸어 온다
게다가 인물도 좋다
울 아들녀석이 딱 욱군처럼만 커 주면 세상 부러울게 없을것 같다
누구에게나 좋은 인상을 주는 이쁜 한국 청년
울 부서 모든 아줌마들에게 사랑을 받는 욱군이다
욱군이랑 한 공간에서 근무를 하지만 업무가 다르니
잠깐 잠깐 업무에 관한 이야기만 잠깐씩 한다
대부분 신입인 욱군이 회사일이나 사규등등
모르는 것들을 내게 물어 오는게 욱군과 나의 주 대화 내용이다
" 안녕하세요 . 오늘은 바쁘세요?"
" 저 .. 오늘 초과 근무 했는데 타임 카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좀 알려주세요 ?"
" 저 오늘 일이 한가한데 제가 뭔가 도울이 없을까요?"
" 저 .. 이것 좀 알려주세요"
" 먼저 퇴근할께요 . 수고하세요 "
위 대화 내용처럼 욱군은 아주 예의가 바르고
또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올때 나를 부르는 호칭이 없다
일본에선 흔히들 나이에 상관없이 부르는 호칭이
00상 (00씨) 이다
이건 내가 일본에 처음 왔을때 곤란했던 것 중 하나인데
나이가 스무살도 더 차이 나는 어른에게
00씨라 부르는게 영 어색하고 선뜻 00상이란 말이 나오지 않았었다
회사에서 동료들이 부르는 내 호칭은
아주 친한 동료는 블로그의 닉네임 그대로 "미짱" 이라 부르고
후배나 남자동료나 그런 일반적인 동료들은
나를 김상이라 부른다
스무살 한국 청년 욱군 입장에선
나를 미짱이라 부를수도 없고 그렇다고 김상이라 부르기도
어색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호칭없이 저 ...
아니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는데
그런데 바로 어제다
욱군을 이쁘게 보던 미치꼬상이 나에게
미짱 ! 미짱이 욱군에게 이야기 좀 해 줘
??? 뭔 이야기 ?
욱군이 불쌍해서 ..
뭐가? 뭔 일 있었어?
딱히 뭔 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니시군이랑 가즈유까상(욱군이랑 같은일을 하는 선배다)
일 잘 하다가도 욱군이 출근하면 자기들 하기 싫은 일은
욱군에게 다 미루고 땡땡이 쳐
그니까 욱군에게 너무 시키는 대로 다 하지 말고
아니다 싶은 건 말 하라고 해
미짱은 같은 한국사람이니까 욱군에게 얘기 하기 편하잖아
미치꼬상이 욱군이 꽤 맘에 들었나 보다
평소의 미치꼬상이라면 남을 위해 이런 이야기를 해 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미치꼬상은 일을 아주 똑 부러지게 잘 하고
본인이 그렇다보니 다른 사람들 일 하는게 눈에 차지 않아 하는 편인데
나에게 욱군을 위해 이야기 해 주라고 하는걸 보니 ...
그런데 미치꼬상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전에도 한번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미치꼬상 성격에 나에게 두번이나 말 하는걸 보면
니시군과 가즈유까상이 좀 심하긴 한가 보다
욱군 이런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혹 욱군도 그런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참지 말고
매니저에게 이야기 하는게 좋아
참고 하다보면 나중엔 당연한것 처럼 되어 버려서
힘든 일은 욱군에게 다 미루게 될거야
미치꼬상 말을 들으니 니시군은 일 잘 하다가도
욱군이 오면 자기 일을 욱군에게 미루고 베카(빵 굽는 파트)에
가서 일을 도운다며 ?
전 원래 그런건줄 알았죠
아니야. 니시군은 베카(빵 굽는 파트)가 자기 일이 아니야
혹 한가해서 시간이 남아서 돕는거라면 모를까
자기일을 다 마치지 않고 욱군에게 시키고
베카일을 하는 건 아니지
미치꼬상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욱군에게
조금의 조언을 해 주었다
파트 타임인 욱군은 6시간 근무를 한다
나보다 먼저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서
누나 고맙습니다 먼저 갈께요
그리고 타임 카드를 찍어야 하니 급히 달려 나가는데 ..
어 ? 응 .. 욱군이 지금 나에게 누나라고 한거?
지금껏 나를 부르는 호칭없이 대화를 나눴는데
갑자기 누나 라고?
결혼을 빨리 한 내 친구 아들은 지금 군대에 갔다는데
내가 자기야랑 결혼 20년째이니 결혼후 바로 아이를 가졌다면
욱군은 내 아들과 같은 나이가 되는데 말이다
엄마 뻘인 나에게 누나라 ...
욱군도 아마도 얼떨결에 누나라 했을테지만
누... 나 .. 라 ...
얼마만에 듣는 말인지 모르겠다
엄마는 아니더라도 이모뻘은 되는데 그런데
아들뻘인 욱군에게 누나라 불리고 나니
아닌걸 뻔히 알면서도 아줌마 보다는 훨씬 듣기도 좋고
기분이 좋긴하다
일본에 살면서 누나란 소리를 듣는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년전에도 한번 들었었다
누나라 불리는 아줌마
http://blog.daum.net/mi_chan1027/840
내가 일본에서 처음으로 누나라 불렸던 사연이다
나를 누나랄 불렀던 중국인 청년 이상은
그 후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다
같은 회사이지만 지역이 달라 그 후로 만나지 못했는데
나를 누나라 부르던 이상은 잘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 진다
갱년기 아줌마가 스무살 예의 바르고 잘생긴
스무살 청년에게 누나라 불리고 나니
기분상 열살은 젊어진것 같다
그런데 욱군은 얼떨결에 나를 누나라 불렀겠지?
다음에 만나면 또 다시 호칭없이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아니면 누나를 부를까 궁금해 진다
그래도 그렇지 누나는 아니지
그런데 뭐라고 불러라고 해야 할까?
김상이라 부르라 하기도 그렇고 나는 00씨라고 부르지만
내 이름을 부르라 할수도 없고 ...
애매하긴 하다
그냥 계속 누나라고 부르라 할까보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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