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울 모꼬짱 사료를 사기위해 홈센타에 들렸다
홈센타에 갈때면 입구에 있는 지역 농산물 특판장을 들리곤 한다
농산물 특판장은 작은 코너라 그래서 다양한 상품이 있지는 않지만
지역 농산물이라 조금 더 신선하다는 것이 제일 큰 매력이다
가끔은 모양이 일정치 않는 것들을 마트보다 싼 가격에
살수있다는 것도 매력중 하나이고
마트에서 팔지 않는 것들을 살 수 있는것도 매력중 하나이다
예를 들면 일본 마트에서 팔지 않는 고춧잎 달린 고추를
줄기채 꺽어서 판다거나
(일본 마트에선 고춧잎을 팔지 않는다 )
그리고 운이 좋을땐 일본 마트에서 팔지 않는 깻잎도 가끔 나와 있을때도 있다
오늘 들린 농산물 특판장에서 열무를 발견했다
열무 또한 일본의 일반 마트에서는 잘 볼수 없는 채소중 하나이다
쉬히 살수 있는게 아니기에 열무를 그냥 지나칠수가 없다
담글까? 말까 ?
당장 담그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퇴근후 피곤한 몸으로
집에 가자 마자 또 열무를 담궈야 하나
하지만 잠깐의 망설임후 내 손에는 열무가 들려 있더라는 ..
열무의 유혹에 지고 말았다 ㅎㅎ
열무 한단에 한국돈으로 1300원 정도면 너무 싼 가격이다
그래서 집어 든게 열무 3단
집에 오자마자 사 들고 온 열무는 던져두고
일단 저녁을 만든후 피곤해서 잠시 눈을 부쳤다
잠시 눈을 붙인다고 한게 깨어보니 10시가 넘었다
피곤해서 잠든 내가 깰까봐 우리집 두 남자는 귀가후
조용히 조용히 내가 만들어 둔 저녁을 챙겨 먹고
식탁에 두 부자가 앉아 커피에 간식을 챙겨 먹고 있었다
아니 시간이 몇시인데 저녁 먹자마자 이 시간에 커피에 간식인지 ..
잠깐 눈을 붙인다는게 우리집 두 남자가 귀가하는 것도 모를 정도로
곤히 잤나 보다
같이 식탁에 둘러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1시가 훌쩍 넘었다
거실 바닥에 던져 둔 열무가 눈에 들어 온다
싱싱한 열무를 사다가 저대로 두면 시들 시들 해 질텐데
지금부터라도 열무를 담궈 말어?
이 고민 또한 잠시
나란 여자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지 못하는 아주 피곤한 성격이다
그래서 밤 11에 열무와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열무가 너무 깨끗하고 싱싱한게 넘 좋다
열무를 씻어서 소금에 절이는 동안 찹쌀풀을 쑤고
양파랑 마늘을 까고 믹서에 갈고 ....
내가 이 오밤중에 뭘 하는지 모르겠다
내일도 아침 일찍 출근인데
한국에서 가져 온 고춧 가루가 얼마 안 남았다
봄이면 항상 한국에 가는데 이번 봄엔 코로나 때문에 한국엘 가지 못했다
지난 11월에 한국에 갔을땐 엄마가 고춧가루 가져 가라고 하셨는데
아직 많이 있다고 그리고 봄에 또 나올텐데
그때 가져 가지 하면서 가져 오지 않았던것이 후회막심이다
엄마 말 듣도 못 이기는 척 가져 올걸 ....
내년 봄에는 한국에 갈수 있을까?
현재 코로나 상황을 봤을땐 아마 어렵겠지
아껴 먹다 떨어지면 번거롭지만 부쳐 달라고 해야 할까 보다
열무에 달린 무우가 너무 튼실해서 무우도 같이 썰어 넣었다
밤 11시에 시작한 열무 김치 담그기는 날이 바뀔때까지
계속 되었다
이런 출근인데 ..
바로 잠이 든다해도 2시간밖에 못 자는데 ...
저녁에 단잠을 자서 이기도 하지만
열무 담그느라 부지런히 움직었던 몸과 정신은
분명 피곤한데도 쉬이 잠이 들지가 않았다
출근인데 1시간이라도 눈을 붙여야지
자야 되는데 라는 압박감에 오히려 정신은 더 말똥 말똥
결국 이불속에서 뒤척이다 잠들지 못하고 그대로 출근을 했다
당연히 오늘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어찌나 잠이 오던지 ...
그냥 오늘 퇴근후에 담글껄
왜 오 밤중에 김치를 담근다고 생난리를 피웠는지 ..
그래도 막상 담그고 잘 익혀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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