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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집에서 먹기

20년만에 먹은 감동적인 콩국수 맛은..

by 동경 미짱 2021.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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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부터 콩국수를 좋아했었던 것 같다 

좋아했다도 아니고 했었던 것 같다라...

한국을 떠나 산지 20년이 넘었고  20년간 콩국수를 먹어 본 적이 없다 보니

솔직히 콩국수 맛이 정확히 기억도 안 난다

하지만 맛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도  여름만 되면 콩국수가 생각이 나는 걸 보면 

내가 콩국수를 정말로 좋아했었나 보다 싶다 

내가 한국을 떠나 산지 어느새 20년을 훌쩍 넘었다 

한국에 살 땐 내가 워낙 면을 좋아해서 칼국수나 잔치국수 여름이면 열무국수 콩국수를 즐겨 먹었었다

일본에 살고 있는 지금 칼국수는 일본에도 칼국수 비슷한 생면이 있어서 비스무리하게 끓여 먹고 

잔치국수나 열무김치도 가끔 만들어 먹지만 콩국수는 단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었다 

일단 만들 줄을 모르고 대충 아는 만드는 방법을 보면 

콩을 불리고 삶고 껍질을 벗기고  갈고.... 

아이고 복잡해라... 만드는 과정을 보고 그냥 포기!

나로선 콩국수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는 건 생각도 할 수 없는 최고수의 레벨의 음식이었다 

 

나는 코로나 전에는 매년  한국에는  3월에  나갔었다 

3월 외엔 11월이나 연말에 가는 정도였는데 한국 친정집 근처에 손칼국수 집이 있어서 

한국 갈 때마다 가서 먹는데 메뉴판에 콩국수라 쓰여 있길래 얼씨구나 좋다 싶어 

콩국수를 주문했더니 돌아오는 답이 

" 콩국수는 여름 메뉴라 없어요 " 

헐....  왜 콩국수는 여름에만 먹는 거지? 

맛난 건 사시사철 언제라도 먹을 수 있으면 좋잖아 ㅠㅠㅠㅠ

난 지난 20년간 여름에 단 한 번도 한국에 나간 적이 없었다 

내 친정이 그 악명 높은 대프리카이기 때문이다 

1년 12달 좋고 좋은 계절도 많은데  그 무더운 여름에 대프리카를  피하고 싶은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여름에 한국에 가지 않으니 당연히 콩국수는 내가 먹을 수 없는 메뉴 중 하나다

시원하고 고소한 콩국수를 안 먹은 지 20년이 훌쩍 지났다 

 

얼마 전 마트에 가서 이걸 발견했다 

삶은 콩이다 

발견했다고는 하지만 전부터 이런 상품이 있는 건 알고 있었고 가끔 사다가 

일본식 니모노(조림요리)에 쓰기도 했는데 

그런데 갑자기 이 삶은 콩을 보다가 문득 "이걸로 콩국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첨가 무표백에  100% 국산 콩이라는 믿을 수 있는 문구들..

콩국수가 먹고 싶다는 욕망이 너무 커서 무작정 이 미지의 요리에 도전을 해 보기로 했다

직접 콩을 사다가 불리고 삶고 껍질 까고 하는 그런 과정이 생략이 되니 

실패해도 손해 볼 건 없다 싶었다

삶아져 있고 껍질도 벗겨져 있고 하니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조금 더 맛있을까 싶어서 물이 아니라 두유를 넣고 갈아주었다

걸쭉하니 잘 갈린 것 같다 

기대에 부풀어 국수를 삶았다

잘 갈아진 콩국에 국수를 삶아 넣고 

토마토랑 오이를 채 썰어 넣고 

조금 더 고소할까 싶어서 땅콩을 갈아서 올렸다

얼음도 몇 개 동동 띄우고 나니 

비주얼이 완전 최고다

 

이건 기대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비주얼 인정!

지역에 따라 콩국수에  설탕을 넣어 간을 하는 지역도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당연히 짭조름한 소금 간이다 

마당으로 콩국수 배달 

차양막을 쳐 뜨거운 햇살을 막은 시원한 그늘에 앉아 시식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식 시간!

이럴 수가 엄청 무지 맛있다 

100% 콩에 두유로 갈아서인지 아주 진하고 걸쭉하다 

땅콩이 고소한 맛을 배가 시켰다 

지금까지 먹어 본 콩국수 중 단연 최고라 여겨질 만큼 진짜 완벽하다 

한국을 떠난 지 20년 동안  매년 한국을 오가면서도 단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했던 콩국수

이렇게 간단하니 이렇게 진심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왜 이제서야 깨달았는지 

후회막심이면서도 이제서라도 알았다는 게 감격스럽다

완벽 그 저체였다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 

 

이 제품은 기획 상품도 아니고  1년 365일 언제 가더라도 항상  있는  제품인데

다시 마트로 가서 몇 개 더 사다 놓았다 

아제부터 날씨는 더워질 테고 그럼 콩국수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금방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한국을 떠난 지 20년 만에 먹어 본  콩국수는 만드는 법은 라면 끓이기보다 더  간단하고 

가게 가서 내 돈 주고 사 먹는 콩국수보다 더 맛있는 감동 그 자체였다 

올여름엔 콩국수를 엄청 자주 만들어 먹을 것 같은 예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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