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터울 언니가 있다
어릴 적 많이도 싸웠던 것 같다
자매지만 우리는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우선 외향을 보면 작고 항상 머리를 허리까지 길게 (어릴 적 얘기다) 늘어 뜨린 여성스러운 언니
언니에 비해 덩치가 크고 항상 짧은 쇼트커트의 나
성격으로 보면 조용 조용 여성스럽고 조금은 내성적인 천생 여자인 언니
목소리 크고 말 많고 대담하고 선머슴 같은 나
항상 치마나 블라우스 같은 여성스러운 옷을 즐겨 입던 언니
바지에 티셔츠가 편하고 좋았던 나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러셨다
언니가 설거지를 하면 느리지만 조용히 깔끔하니 하지만
내가 설거지를 하면 우당탕 탕탕 접시를 다 깨 부수나 싶을만큼 요란스럽지만
후따닥 해 치운다고...
두 살 터울이니 가끔 언니 옷을 몰래 입고 나갔다 오면 언제나 언니에게 들켰다
왜냐하면 내가 입었다는 표가 나니까
뭔가를 묻히거나 꼭 그렇게 티가 났었다
언니는 내가 언니 물건에 손대는 걸 끔찍하게도 싫어했었다
옷 이건 신발 이건 너무 험하게 입는다고
어릴 적 참으로 많이도 싸웠던 언니인데 성인이 되고 나서의 추억은 그다지 없다
난 일치감치 성인이 되자마자 집을 떠나 서울살이를 했었고 그러다 일본으로 와서
이십 년을 넘게 살고 있으니....
지금은 가끔 지독히도 싸웠던 그 시절이 오히려 그리울 때가 있다
지금은 가끔 만나니 싸울래야 싸울 거리가 없다
울 언니는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참 많았다
성격이 여성스럽고 차분하니 꼼꼼한 작업도 곧잘 했었다
재주 많은 사람이 대부분 그렇듯 이것저것 자격증도 참으로 많고
이것 저것 배우기도 많이 배운다
언니가 보내온 카톡 사진이다
요즘 언니가 배우고 있는 것인가 보다
떡 케이크
이쁘다..
역시 울 언니 손재주 하나는 인정!
물론 분야는 다르지만 내 직업은 케이크를 만드는 일이다
성격이나 취향으로 보면 나랑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직업
오히려 차분하고 꼼꼼한 울 언니에게 더 잘 어울릴것 같은 직업인데 그런 걸 생각하니 픽 웃음이 나온다
난 성격상 마당 가꾸기나 조경 같은 와일드한 노동이 가미된 일이나 아니면 사람 좋아하고 말 많고 그런 외향적인 성격을 보면 사람을 만나고 대하는 영업이나 판매가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정작 하고 있는 일은 사람을 대하는 일이 아닌 케이크 만드는 일이다
그런데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는 케이크 만드는 일이 의외로 나랑 잘 맞는 것 같다
이 일을 벌써 15년째 해 오고 있는 걸 보면..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는 일인 듯...
아직은 배우는 단계인 것 같은데 내 눈에는 너무 이쁘고 너무 잘 만든 것 같다
역시 울 언니야다 ㅎㅎ
아직 배우는 단계이지만 어쩌다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울 언니의 돈 받고 파는 첫 작품이다
나 : 첫 주문이가?
언니 : 응.. 소개 많이 좀 시켜도
나 : 언니야 우짜노 .. 내가 한국에 있었으면 소개 많이 시킬 수 있었을 텐데
일본이라서..
내가 나름 발이 꽤 넓은 편인데 일본에서 주문을 넣을 수도 없고
미안해서 우짜지
코로나 끝나고 한국에 가면 내가 큰 거 하나 주문할께
예약 안 해도 만들어 줄꺼제?
음 ... 그냥 한국 가서 언니야랑 가게 하나 차릴까
언니야는 떡 케이크 만들고 난 케이크 만들고 떡 케이크랑 케이크가 있는 카페
커피 좋아하는 우리집 자기야는 커피 내리고
생각만 해도 재미있다 ㅎㅎㅎㅎ
떡 케이크와 케이크의 조합이 영 안 어울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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