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 엄마한테 라인이 왔는데 난 솔직히 기억에도 없는데
내가 예전에 엄마한테 꽃을 보냈었나 봐
엄마가 올해도 그 꽃이 폈다고 매년 그 꽃이 피는 걸 기다리는 게 즐거움 중 하나라고 하면서
꽃 사진을 보내왔어
나 ; 그거 보라색 꽃이지?
자기야 : 응. 어떻게 알았어?
나 : 어머니가 잘못 알고 계시네
그거 어머니 아들이 보낸거 아니고 며느리가 보낸 건데...
벌써 15년도 더 전에 일이었던 것 같다
난 이렇게 소소한걸 귀신처럼 기억하는 능력이 있다
그 옛날 시댁에 갔을 때 어머니랑 외출을 했다가 어떤 집 담장에 핀 보라색 꽃을 보시며
시어머니 : 저 꽃 참 이쁘지.. 난 저 꽃 보면 참 좋더라
좋으면 사다가 심으시면 되지 뭘 저리 아련해 하시나 했었다
나란 여자 또 저런 말 한마디 안 놓치고 기억하는 능력이 있다
그다음 해 어머니날에 카네이션 대신 저 꽃을 찾아서 꽃 바구니로 보내 드렸었다
판에 박힌 카네이션보다는 이왕이면 어머니가 좋아하는 꽃을 보내 드리자 싶었다
예상대로 어머니는 참 좋아하셨고
어머니는 그 꽃을 마당에 심으셨고 다년초인 그 꽃은 매년 시댁 마당에 이쁘게 피고 있다
어머님이 당신 아들이 보냈다고 기억하시는 꽃 사진이다
자기야 : 그렇지? 내가 보낸 게 아니지?
나 : 당연하지 자기가 저런 거 보내는 남자가 아니잖아
어머니가 잘 못 기억하고 계시네.. 당신 아들이 아니라 며느리가 보낸 건데 말이지
매년 저 꽃 피면 " 아이고 저 꽃 울 큰 아들이 엄마에게 보내 준 건데.." 하고 울 아들 최고다
그러시고 계신 거네
저 꽃은 클레마티스라고 하는 덩굴성 다년 꽃이다
한국에선 으아리라는 이름이 라고 한다
무성한 덩굴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어 처녀의 휴식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는 저 꽃을 시어머님을 통해 처음 알았다
시어머니에게 선물로 보내드린 후 우리 집 마당에도 한 포기 사다가 심어서 키우고 있다
이 꽃은 우리집 마당에 핀 클레마티스다
시어머니가 활짝 피었다고 사진을 보내주신 후 시댁보다 일주일 늦게 우리 집에도 피었다
우리집에 핀 꽃 사진을 찍어서 어머님께 보내 드렸다
그리고 어머니께 그 꽃 15년 전에 당신 아들이 아닌 며느리인 내가 보내 드린 거예요 라고 말하지 않았다
시어머니의 잘못된 기억을 굳이 바꿀 필요가 없을것 같고
그냥 어머니는 매년 당신 아들이 보내 준 꽃이라 행복함을 느끼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게 참 그렇다
우리 시어머니는 개인주의가 강한 일본의 일반적인 엄마들이랑 달리
아들 사랑이 참 지극하신 분이다
울 시어머니는 손주인 히로보다 당신 아들이 더 좋으신 분이다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아들인 자기야도 인정한 부분이다 )
그런 시어머니가 아들이 보내 줬다 굳게 믿고 계시는데
굳이 며느리가 보냈어요 라며 어머니의 좋은 기억을 깨고 싶지 않아서다
어머니 며느리로 산지 20년이 더 지났는데 이제 서로 성격이고 취향이고 알 것 다 아는데
며느리가 보낸 거라 어필할 필요도 없는 것 같고
어머님에겐 당신 아들이 보낸 추억의 꽃으로 남겨 드릴까 싶다
매년 이맘때 저 꽃을 피기를 기다리며 " 아이고 저 꽃 울 아들이 날 위해 보내준 건데..."
하면서 행복함을 느끼시라고..
그래도 자기야에겐 한마디 했다
"자기가 안 보냈으니 기억을 못 하는 거지
아들인 자기가 보낸게 아니라 며느리인 내가 보낸거야 "
'나 여기에 .. > 일본 시댁과 한국 친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시국의 손님 접대 (13) | 2022.03.13 |
---|---|
시이모님 사랑 받는 나는야 외국인 조카 며느리 (3) | 2022.02.03 |
2년간 만나지 못한 시부모님 (1) | 2021.12.03 |
떡 케이크 만드는 언니와 케이크 만드는 동생 (13) | 2021.06.18 |
사촌 동생이 장가 간다는데 ..넘 가고 싶은 한국 (7) | 2021.06.04 |
시아버지 생일을 잊어 버린 시어머니 (1) | 2021.04.02 |
친정 부모님이 일본의 지진 소식을 몰랐던 이유가 .. (0) | 2021.02.15 |
시이모님이 보내온 새해 첫 택배 (4) | 2021.01.04 |
정기적으로 시댁으로 보내는 택배 (10) | 2020.10.10 |
시댁 오지 말라는 시어머니 (3) | 2020.07.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