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 여기에 ../일본 시댁과 한국 친정

시어머니의 잘못된 기억

by 동경 미짱 2021. 4. 30.
반응형
728x170

 

자기야 :  엄마한테 라인이 왔는데 난  솔직히 기억에도 없는데

내가 예전에 엄마한테 꽃을 보냈었나 봐 

엄마가 올해도 그 꽃이 폈다고 매년 그 꽃이 피는 걸 기다리는 게 즐거움 중 하나라고 하면서 

꽃 사진을 보내왔어 

; 그거 보라색 꽃이지?

자기야 : 응. 어떻게 알았어?

: 어머니가 잘못 알고 계시네 

그거 어머니 아들이 보낸거 아니고 며느리가 보낸 건데...

 

벌써 15년도 더 전에 일이었던 것 같다 

난 이렇게 소소한걸 귀신처럼 기억하는 능력이 있다 

그 옛날 시댁에 갔을 때 어머니랑 외출을 했다가 어떤 집 담장에 핀 보라색 꽃을 보시며 

시어머니 : 저 꽃 참 이쁘지.. 난 저 꽃 보면 참 좋더라 

 

좋으면 사다가 심으시면 되지 뭘 저리 아련해 하시나 했었다 

나란 여자 또 저런 말 한마디 안 놓치고 기억하는 능력이 있다 

그다음 해 어머니날에 카네이션 대신 저 꽃을 찾아서 꽃 바구니로 보내 드렸었다 

판에 박힌 카네이션보다는 이왕이면 어머니가  좋아하는  꽃을 보내 드리자 싶었다

예상대로 어머니는 참 좋아하셨고

어머니는 그 꽃을 마당에 심으셨고 다년초인 그 꽃은 매년 시댁 마당에 이쁘게 피고 있다 

시댁 마당에 핀 클레마티스

 

어머님이 당신 아들이 보냈다고 기억하시는 꽃 사진이다  

자기야 : 그렇지? 내가 보낸 게 아니지?

: 당연하지 자기가 저런 거 보내는 남자가 아니잖아 

어머니가 잘 못 기억하고 계시네.. 당신 아들이 아니라 며느리가 보낸 건데 말이지 

매년 저 꽃 피면 " 아이고 저 꽃 울 큰 아들이 엄마에게 보내 준 건데.." 하고 울 아들 최고다 

그러시고 계신 거네 

 

저 꽃은 클레마티스라고 하는 덩굴성 다년 꽃이다 

한국에선 으아리라는 이름이 라고 한다 

무성한 덩굴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어 처녀의 휴식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는 저 꽃을 시어머님을 통해 처음 알았다 

시어머니에게 선물로 보내드린 후 우리 집 마당에도 한 포기 사다가 심어서 키우고 있다 

 

 

 

이 꽃은 우리집 마당에 핀 클레마티스다 

시어머니가 활짝 피었다고 사진을 보내주신 후 시댁보다 일주일 늦게  우리 집에도 피었다 

 

 

우리집에 핀 꽃 사진을 찍어서 어머님께 보내 드렸다

그리고 어머니께 그 꽃 15년 전에 당신 아들이 아닌 며느리인 내가 보내 드린 거예요 라고 말하지 않았다 

시어머니의 잘못된 기억을 굳이 바꿀 필요가 없을것 같고 

그냥 어머니는 매년 당신 아들이 보내 준 꽃이라 행복함을 느끼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게 참 그렇다 

우리 시어머니는  개인주의가 강한 일본의 일반적인 엄마들이랑 달리 

아들 사랑이 참 지극하신 분이다 

울  시어머니는 손주인 히로보다 당신 아들이 더 좋으신 분이다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아들인 자기야도 인정한 부분이다 )

그런 시어머니가 아들이 보내 줬다 굳게 믿고 계시는데 

굳이 며느리가 보냈어요 라며 어머니의 좋은 기억을 깨고 싶지 않아서다 

어머니 며느리로 산지 20년이 더 지났는데  이제 서로 성격이고 취향이고 알 것 다 아는데 

며느리가 보낸 거라 어필할 필요도 없는 것 같고 

어머님에겐 당신 아들이 보낸 추억의 꽃으로 남겨 드릴까 싶다 

매년 이맘때 저 꽃을 피기를 기다리며 " 아이고 저 꽃 울 아들이 날 위해 보내준 건데..." 

하면서 행복함을 느끼시라고..

 

그래도 자기야에겐 한마디 했다 

"자기가 안 보냈으니 기억을 못 하는 거지 

아들인 자기가 보낸게 아니라   며느리인 내가 보낸거야 "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