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기간이 힘들지 않았던 이유

자가격리 해제 3일이 지났지만 난 오늘도 자발적 자가격리 중이다
간간히 나오던 기침이 많이 잦아들었다
이 상태로 2,3일이 지나면 완전한 컨디션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10일 이상 집안에 콕 박혀 있다 보니 이젠 나가는 것도 귀찮게 느껴질 정도다
10일 이상 집콕을 하다 보면 할 일도 없고 몸살이 날 만도 한데 의외로 10여 일이 금방 지나간 것 같다

자가격리 중 땅 부잣집 며느리인 동네 친구가 자기 집 뒷마당에서 딴 블루베리를 잔뜩 가지고 왔었다
직접 대면은 하지 않았고 인터폰으로 인사를 하고 집 앞에 두고 갔지만..

아침에 금방 다 가지고 왔다는 블루베리 양이 꽤 많았다
절반은 냉동을 시켰고 나머지 절반은 블루베리 잼을 만들었다

블루베리 씻고 다듬어 보글보글 졸이며 잼을 만들다 보니 한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이웃사촌인 가즈꼬 언니는 친정아버지가 농사 지은 거라며 옥수수를 3개를 삶아서
우리 집 현관 앞에 두고 갔었다

몇몇 지인들은 나의 자가 격리 소식을 듣고 장을 못 볼 테니 필요한 것 있으면
사다 주겠다고 했지만 필요한 것 없으니 걱정 말라고 했더니 간식을 사다가
우리 집 현관 앞에 두고 가는 회사 동료도 있었다
자가 격리 중이니 피해도 될 것을 굳이 집 까지 와서 현관에다 살포기 두고 가는 지인들 덕분에
하루하루가 지겹지가 않았다

자가격리 중이지만 딱히 증상이 없는지라 몸은 딱히 힘들지 않았다
우리 집 뒷마당은 골목이랑 접하지 않아서 정말 프라이빗한 공간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당에 나가 풀도 뽑고 시원한 그늘 아래서 바람도 쐴 수 있었다

올해는 정말 깻잎이 너무 잘 자란다
그래서 깻잎도 따다가 깻잎 장아찌도 담갔다

마당에 나가 매일 다르게 피고 지는 꽃들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 회사에 근무를 하면서 10일 이상 쉬어 본 적이 없었다
꼼짝 않고 집 안에서 어떻게 보내나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자가격리 기간이 끝이 났다
격리 해제가 되면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3 일째 자발적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블루베리, 옥수수, 간식거리까지 챙겨 주고 가는 지인들 덕분에 마음적 부담감을 꽤 달수가 있었고
아무도 없는 뒷마당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꽃을 보고 하루에도 몇 번씩 풀을 뽑았더니 요즘 우리 집 마당이 그 어느 때 보다 깔끔해졌다
앞으로 회사는 일주일 정도 더 쉴 예정인지라 낼부터는 집 안 구석구석 정리를 할 생각이다
그동안 일 한다고 바쁘다고 여기저기 쌓아만 두고 쓰지도 않는 물건들 싹 다 정리해서
갖다 버릴까 생각 중이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던 자가격리
하지만 두 번 다시 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


히로는 여전히 건강하다
우리집 자기야는 현재 완전 회복이다
다음주부터는 완전 자택 근무가 아니라 주 3일 정도는 직접 회사에 출근을 하겠다고 한다
나는 열도 없고 다른 증상은 없지만 간간히 기침은 하는 편이다
하지만 어제보더 훨씬 횟수는 줄었다
앞으로 1주일 정도는 더 회사는 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