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마당에서 바비큐를 했다
자가격리 기간중 잃어 버렸던 식욕 탓에 먹고 싶은 것도 없었고 대충대충 살기 위해 먹었었는데
이젠 먹고 싶은게 이것저것 막 떠 오른다
어제 자기야가 한국 드라마를 보다 자장면이 먹고 싶다고 했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자장면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자장면도 먹고 싶고 짬뽕도 먹고 싶고
부대찌개도 먹고 싶고 버섯 칼국수도 먹고 싶고 추어탕도 무지 생각이 난다
당장은 먹을수 없는 것들이니까 오늘은 바비큐로 살아 돌아온 식욕을 잠재워 볼까 한다
지금까지 닭꼬치는 파는것을 사다가 굽기만 했었는데 오늘 우리 집 자기야는
기합이 팍 들어갔다
국산 닭다리를 사다가 직접 잘라서 밑간을 하고 꼬치에 구워서 준비를 했다
귀찮으니 그냥 꼬치에 끼워둔거 사다가 굽자고 했더니
오래간만에 식욕이 돌아 왔으니 제대로 해 먹고 싶단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우리집 두 남자가 닭꼬치를 만든다는 조건하에 시작한 닭꼬치 만들기
우리 집 두 남자가 제대로 만들었다
마당에서 금방 따다 잘라 놓은 오이랑
그리고 한국 고추 2개
오늘은 고추를 달랑 2개밖에 못 땄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일본에서 한국 고추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봄에 우연히 홈센타에서 한국 고추 모종 파는것을 보고 2포기 사다가 심었었다
거름도 하지않고 비료도 주지 않으니 주렁 주렁 열리지는 않고 가끔 두어개씩
딸 정도로 찔끔 찔금 열리고 있는데 그래도 마당에 나가면 겨우 한두개라도 한국 고추를
딸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좋다
삼겹살도 구워서 마당에서 따 온 깻잎에다 쌈 사먹고
옥수수도 간장을 쳐 가며 구웠다
간장 타는 냄새가 정말 구수하다
우리집 자기야는 오늘 술도 한잔 아니 석 잔 정도 마셨다
그리곤 두번 연거푸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 건강하고 그리고 집에서 이렇게 맛 있는 고기 구워 먹고.. 이게 행복이지
나 참 행복해 ..."
그러더니 술을 한잔 더 마시고 나더니
" 건강하니 먹고 싶은 것 먹고 참 좋다 나 정말 행복한 것 같아
더 이상 바라는 것 없어 "
작고 소소하지만 이런 작고 소소한 게 행복이란 걸 평소에 잊고 살 때가 많은 것 같다
정말 오늘은 건강한 몸으로 식구들이 모여 앉아 고기 구워 먹는 이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평소엔 내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함을 잊어 버리고 덜 가진것에 대한 부러움과 동경이 더 많았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된다
가지면 가진것에 만족을 못 하고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당연함에 빠져 지금 가진 나의 소중한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어버리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오늘의 이 행복함을 잊지 말고 항상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지....
한번 앓고 나니 뒤 늦게 철이 드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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