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코로나 음성 결과가 나오자마자 바로 다음날부터 토요일, 일요일
주말 이틀 근무를 했다
설마 바로 출근하라고 할줄은 생각도 못했다
3주간 집에서 할일없이 침대 위를 뒹굴며 보냈으나 근손실이 꽤 많이 된 것 같다
어째 영 힘이 없다
몸에 힘이 없는 건지 아니면 코로나 걸렸다가 첫 출근이라
동료들 시선이 걱정이 되어서 마음이 무거운건지 모르겠지만 첫 출근날의 발걸음이 참으로 무거웠다
그런데 막상 출근을 하고보니 반갑게 맞아주는 동료들
모른 척 아무 말도 않는 동료들 반반인 것 같다
반가이 맞아주는 동료들도 고맙고 모른척 하는 동료들도 고맙고 그렇다
출근 첫날부터 평소와 다름없는 업무의 시작
출근 첫날이니 반만 근무하고 반차로 퇴근해도 된다는 상사...
하지만 반차는 무슨 ....
재고관리부터 엉망진창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
3주간의 공백을 느낄 새도 없이 첫날부터 평소처럼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했다
오래 쉬어서인지 평소보다 더 빨리 피곤함을 느꼈다
하지만 좋았다
3주를 쉬고도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게 그리고 내가 빨리 복귀하기를 손 꼽아 기다렸다는
후배들의 그 말 한마디가 너무 기뻤다
3주간 집안에서 무기력하게 보내다가 내가 돌아갈 자리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이렇게 감사한 일인지 전에는 몰랐었다
코로나 걸려 맘고생하며 보낸 3주간의 시간이 결코 헛된 시간 만이 아니었나 보다
일요일인 오늘은 태풍이 오고 있는 영향인지 새벽부터 비가 오락 가락 했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다 멈추다를 반복하더니 늦은 오후가 되니 비는 그치고
햇살이 살짝
아직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지만 저 멀리 살짝 석양이 보였다
오래간만에 업무에 복귀해서 주말 이틀을 근무를 하고 나니 저녁밥 할 맘이 전혀 안 난다
이럴 때 제일 좋은 방법은 마당에서 고기 구워 먹기다
마당에서 고기 구워 먹자 하면 숯불 피우기부터 재료 준비까지 우리 집 두 남자가 다 하니까
난 가만히 기다렸다 먹기만 하면 되니 사실 우리집 두 남자가 " 오늘 바비큐 할까? "
라고 해 주기를 은근히 기다릴 때도 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예전에 숯불 피우기부터 고기 굽기까지 우리 집 자기야가 다 했는데
요즘엔 히로에게 모든 걸 넘겨주었다
우리 집 자기야가 닭고기를 썰어 고치에 끼우고 소시지에 칼집을 내고 그렇게 바비큐 재료들을 준비하는 동안
숯불을 피우는 일은 히로가 한다
숯불이 잘 달궈지면 이젠 굽는 것도 히로 몫이다
자기야 랑 나는 히로가 구워 주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고기 굽는데 모꼬가 빠질 수 없다
고기 몇 점 얻어먹기 위해 얌전히 기다리며 간혹 이쁜 짓도 한다
우리 집 자기야가 직접 끼운 닭꼬치에
캔 맥주 한잔에 주말 근무의 피곤함을 날려 버렸다
코로나 확진을 받았지만 몸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었다
다행히 경증으로 가볍게 넘긴 것 같다
하지만 격리 생활을 하는 동안 정신적으로 힘들었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첫날은 거의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왜 내가 코로나에 ? 혹 검사가 잘못된 거 아닐까?
완치가 된 후 어떤 얼굴로 회사에 출근을 해야하나
나 때문에 혹 자기도 걸리지 않았나 불안에 떨고 있을지도 모를 직원들에게 미안 하기도 하고
내 잘못이 아니라 생각하면서도 뭔가 큰 잘못을 한것 같은 죄책감등등
여러 가지로 맘이 복잡하고 괴로웠었다
그 기간 동안 전화로 라인으로 상사와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이 편해졌었다
내가 없는 3주 동안 일이 엉망진창이라 힘들었다고 하루빨리 출근하라는 상사의 말에
많은 위로가 되었었다
너 없이도 일은 잘 돌아간다 라는 말 보다 내가 없어서 힘들다는 말이 솔직히 기분 좋았다
그래도 막상 출근을 하려고 하니 무거운 내 발걸음...
나의 그런 걱정과는 달리 평소와 똑같은 분위기에 안도했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게... 3주를 쉬고도 내가 돌아 갈 곳이 있다는게
내가 빨리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고맙고 좋고..
3주간 집에서 꼼짝 않고 있었기 때문에 근육도 많이 빠졌고 그래서 몸에 힘이 없다
하지만 마음적으론 힘이 넘쳐 난다
역시 일을 하던 사람이 집에만 있으면 병이 난다고 내가 딱 그랬다
분명 집에서 쉬는데 왜 이리 힘이 없고 의욕이 없는지...
자가격리 기간 중 힘들었던 정신적 멘털이 오히려 코로나 걸리기 전보다 더 UP이 되고 있다
지금보다도 회사 일을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걸 고진감래라 했던가 ...
'나 여기에 .. > 일상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과 다투고 처음으로 한 혼술 (2) | 2021.09.03 |
---|---|
20년만에 먹은 호박잎찜 (9) | 2021.08.27 |
8월 마당에 핀 꽃 그리고 오늘의 일본 코로나 (3) | 2021.08.20 |
코로나 백신 접종 해야할까 ? (6) | 2021.08.14 |
추억의 엄마의 손맛 (0) | 2021.08.11 |
한참 뒤 늦은 한국 드라마 정주행 (10) | 2021.08.06 |
그냥 질러 버렸다 (1) | 2021.08.05 |
일본의 PCR검사 방법 (2) | 2021.08.03 |
돌아온 식욕과 작은것에 대한 감사함 (2) | 2021.08.02 |
코로나 자가격리중 제일 힘들었던 점 (4) | 2021.08.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