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의 대표주자
봄나물을 논할 때 달래를 빼면 섭하지
나는 매년 봄만 되면 달래를 뜯으러 다녔었다
물론 올해도 봄나물 뜯는 여자로 변신해서 쑥도 뜯고 달래도 뜯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래를 많이 뜯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집 마당에 달래가 쑥 쑥 자라났기 때문이다
올봄에는 재미 삼아 두어 번 정도 달래를 뜯으러 갔었고 달래가 필요할 땐 마당에 나가 뽑아다 무쳐 먹곤 했었다
올봄에 즐겨 먹었던 달래랑 오이랑 넣고 무친 생채 나물
식초를 살짝 넣어서 새콤 매콤한 게 입 맛을 살리는데 최고의 봄나물이었다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서 쌈을 싸 먹기고 했었고
양푼이에다가 쓱쓱 비벼 달래 비빔밥도 만들어 먹었고
원 없이 달래를 먹었었다
마당에서 금방 뽑은 달래는 향이 진한 게 아주 맛있었다
달래 나물에 고기 한 점에 행복해지는 밥상이었다
우리 집 마당에 작년부터 달래가 나기 시작했다
재작년에 달래를 뽑아다가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흙을 털어 내며 손질을 했었다
너무 잔 것은 다듬기도 힘들고 해서 마당에 휙 하니 던졌었다
심은 것도 아니고 그냥 휙 하니 던져두면 거름이라도 되겠지 싶어서 던져둔 것인데 그게 작년 봄에 몇 뿌리의 달래가 나왔었다
마당에서 달래가 나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몇 뿌리도 안 되는 거 한 끼 거리도 안된다 싶어서 그냥 두었는데 그게 올해는 엄청 많이 쑥 쑥 자라났었다
그래서 올해는 서너 번 뽑아서 먹었었다
다 뽑아 먹어 버리면 내년에 혹시나 나지 않을까 싶어서 서너 뿌리는 남겨 두었었다
뽑아 먹지 않고 남겨둔 서너뿌리의 달래가 씨를 맺었다
태어나서 달래 씨는 처음 본다
달래가 이렇게 크게 자랄 줄은 몰랐다
60센티는 될 것처럼 키도 크고 줄기도 아주 굵직하다
게다가 씨도 엄청 크다
라즈베리만 한 정도의 크기다
우리 집엔 지금 라즈베리가 잘 익어서 한참 수확 중인데
달래 씨가 라즈베리 크기와 거의 비슷하다
가만 보니 생김새도 비슷하네 …
달래 씨는 그냥 그대로 가만히 두고 있다
달래 씨를 처음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가만두면 저절로 땅에 떨어져 내년에 싹을 틔울 테니까 그냥 두고 있다
작년에도 그랬다
작년엔 몇 뿌리 안 되어서 그냥 두었는데 올봄에 그 자리에 엄청 많이 난 걸 보면 아마도 씨가 떨어져 개체를 늘린 게 아닌가 싶다
아! 작년에는 달래 씨를 보지 못했었다
아마도 씨는 맺었겠지만 내가 미처 못 봤던 것 같다
세상에 제일 편한 농사가 달래 농사가 아닐까 싶다
그냥 몇 뿌리 남겨두면 알아서 쑥 쑥 자라나 주니까 아무 관심도 사랑도 정성도 그 어떤 노력과 수고도 필요 없는 그냥 잊어버리고 있다가 내년 봄에 뽑아 먹으면 되는 달래 농사!
마당에서의 달래 농사는 누워서 떡 먹기보다 더 쉽더라는 …
씨가 이렇게 튼실한 걸 보면 내년에 달래 농사는 대 풍작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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