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지독하게도 더웠다
내 기억상 일본에 와서 겪은 25번째 여름 중 제일 더웠던 것 같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지독히도 더웠던 여름이 서서히 물러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 옴을 느낀다
시끄러웠던 매미 소리가 언제부터인가 들리지 않더니 이젠 정겨운 풀벌레소리가 들려 오는 걸 보니..
그리고 매일 하는 모꼬짱이랑 산책 코스인 울 동네 작은 신사 앞의 커다란 은행나무에서
은행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배 부른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요즘 권태기인가 보다
아무 일 없는 평화로운 일상이 지루한 걸 보면..
매일 아침 일어나 출근을 하고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
일이 너무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8시간의 근무시간이 흘러가 버린다
집에 와서 집안일 좀 하다가 주 서너 번 운동하러 가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고 그리고 일주일이 훌쩍 지나버린다
변함없이 주말마다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일주일을 마감하는 게 요즘 나의 일상이다
가족이 모여 마당에서 바비큐를 하며 평화롭게 한 주일을 마무리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면서도 매주 반복 되는 이런 생활에 지루함을 느낀다
엊그저께 엄마랑 통화를 했다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나는 변함없이 아무 일 없이 잘 지낸다고 했더니
울 엄마 말 " 요즘 남자들 애 먹이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렇게 별 일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그래 나도 안다
내가 전생에 뭔 복이 많아서 도박 안 하고 마누라 두들겨 패지 않고
여자 문제로 속 석이지 않고 꼬박꼬박 월급 딱딱 가져다주고
그렇다고 속 썩이는 시댁 식구들이 있나
다 이상 뭔가를 바란다며 내가 욕심이 너무 많은 거지....
복에 겨워서 이런 평화로운 일상에 지루함을 느낀다....
시골로 가서 꽃 심고 나물 캐고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시골 생활을 모르는 도시 여자인 내가 정작 시골에서 살아라고 하면 한 달도 못 버티고 도망 나올 거란걸...
나도 나지만 우리 집 두 남자는 시골 생활 절대 못 한다
확 사표를 집어던지고 나 혼자 시골에 가 버려?
하하하 뭘 먹고살려고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절대 지금의 안정적인 생활울 난 절대 버리지 못할 거란걸 알고 있다
가끔 유튜브를 보면 인적 드문 산골짜기에 들어가
집 짓고 정원 가꾸며 멋지게 사는 영상들을 보면 어쩌면 저리도 재주가 좋은지..
난 절대 못 한다는 걸 알지만 일단 어쩌면 나도 10년 후 어느 이름 모를 산골짜기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 본다
울 회사는 정년이 없다
원한다면 70이 넘어서도 일을 할 수가 있다
나는 언제쯤 꼬박꼬박 들어오는 이 안정적인 수입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을까?
회사를 다니면서도 남는 시간에 지루함을 느끼는데 일을 그만두고 나면 뭘 하며 보낼까?
후회하지는 않을까?
생각만 많아진다
나이가 들어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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