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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차 부부의 한밤의 야외 극장 데이트

by 동경 미짱 2022.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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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 

우리 집 자기야가 영화 보러 가자고 제안을 했다 

얼마 전 히로까지 대동하고 함께 탑건을 보러 갔었는데 또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니 

뭔 좋은 영화가 있나 하는 조금의 궁금함은 있었지만 나는 시큰둥...

그런데 극장이 아닌  넓고 넓은 잔디밭에서의 야외극장이라는 말에  데이트 결정!

신혼초에 자동차 극장을 가 본적은 있지만 야외극장은 처음이라 

기분 좋은 가을밤의 야외극장이라는 말에 혹 했다 

상영 1시간하고도 30분 전에 도착을 했는데 주차장 들어서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고 공원에 있는 유일한 카페 레스토랑에도 긴 줄이..

내 이럴줄 알았다 

그래서 미리  따뜻한 차랑 햄버거랑  간단한 스넥 몇가지에 귤까지 챙겨 왔다 

챙겨 오길 정말 잘한듯 ..

1시간 30분 전인데 사람이..

야외 상영이란 말에 우리도 돗자리에 두툼한 방석에 담요까지 챙겨 갔다 

물론 옷도 두툼한 옷을 겹겹이 껴 입었고 

아무래도 저녁엔 쌀쌀할 것 같아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상영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해가 지면서 이쁜 노을이.

나오길 잘했다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야외극장이기에 모꼬짱도 함께 올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오늘 상영하는 영화가 바로 개가 주인공이 영화다 

2017년의 미국 영화인데 반려견 베이리가 몇 번이나 강아지로 다시 태어나면서 첫 주인 이산을 다시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개가 주인공인 영화 

울 모꼬짱 착하게도 단 한 번도 짖지 않고 조용히 영화 관람을 했다 

이런 야외가 아닌 영화관에도 반려견이 동반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미리 준비해 간 따뜻한 차와 햄버거를 먹으며 영화 관람 

우리 앞자리에 앉은 러브 러브 한 커플 ㅎㅎ

사실 히로에게도 함께 오자고 했었다 

히로의 반응은  분명 커플들이 많이 올 텐데 이 나이에 엄마 아빠랑 함께 러브 러브 한 커플들 사이에서 영화를 보고 싶지 않다며 거절을 했었다 

여친 없는 설움을 느끼고 싶지 않다고...

울 아들 녀석 오늘따라 왜 이리 짠한지 ㅠㅠㅠㅠ

이젠 아들에게도 여친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히로는 눈이 너무 높다 

히로는 아니라고 하는데 히로는 얼빠다 

그러니 여친이 생길수가 있나 ( 너 자신을 알라 ㅋㅋㅋㅋ)

히로의 말을 듣고 더 이상 권하지 않았는데 역시나 히로 말대로 러브러브 한 커플들이 ㅎㅎㅎ

점점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넓고 넓은 잔디밭이 빈틈없이 꽉 찼다

처음 경험하는 야외극장...

꽤 괜찮았다 

영화를 보는 것 자체도 좋았지만 탁 트인 넓은 야외에서 서로 기대고 앉아서 따뜻한 차를 나눠 마셔가며 

보는 영화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또 이런 기회가 있으면 주저 없이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음.. 우리가 올해로 25년 차인가..

꽤 오래 살다 보니 이젠 결혼 몇 년 차인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2022년 - 결혼한 게 몇 년도더라..

24년? 25년? 

이렇게 오래 이 남자랑 함께 살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24, 5년의 세월이 이렇게 빠르구나....

 

영화를 보다 잠깐 쳐다본 하늘엔 구름이 가득했지만 그 구름 사이로 반짝이는 별이 하나 보였다 

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20대에 이 남자를 처음 만났는데 

이젠 갱년기를 논할 나이가 되어 버렸다 

시간이 왜 이리 빠른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변함없이  시간만 나면  마누라 데리고 나가고 싶어 하는 이 남자..

내가 이 남자랑 결혼을 결심했던 이유가 착하다는 거 하나였는데 

그 착함을 25년간 변함없이 간직한 이 남자 

역시 난 사람 보는 눈이 있었다 ㅎㅎ

25번째 결혼기념일이 다가온다 

25년 전이라...

나도 자기야도 참 풋풋했었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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