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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본 시댁과 한국 친정

할아버지와 손자의 첫 술자리

by 동경 미짱 2022.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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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부모님을 모시고 3대가 떠난 여행 중 우리 가족에겐 조금은 뜻깊은 첫 경험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인 히로의 첫 술자리였다 

울 시아버지는 담배는 피지 않는데  술은 참 좋아하신다 

저녁 식사시간의 울 시아버지의 식사 모습은 

일단 맥주로 시작이 된다 

밥은 드시지 않으시고 맥주와 반찬으로 저녁 식사를 시작하신다 

기분 좋게 마시고 나시면 마지막에 밥을 조금 드신다 

울 친정 아버지는 평소에 술을 잘 드시지 않으시기에  처음엔 그런 시아버지의 모습이 참 낯설었었다 

반주라는 의미를 잘 몰랐었는데 이제는 그런 시아버지의 모습이 익숙하다 

히로가 이제 스무살이 넘은 성인이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3년간 만나지 못했으니 히로가 성인이 되고는 처음 만나 떠난 여행이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 처음으로 술을 좋아하시는 할아버지와 손자가 처음으로 건배를 했다

 

히로는 술을 마시기는 하는데 할아버지를 닮지 않았는지 술을 좋아하진 않는다 

아시는 분은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 집은 여름엔 매주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바비큐를 너무 좋아하는 가족인데 매주 하는 바비큐에도 히로는 거의 술을 마시지 않는다 

어쩌다 한번씩 마실 때도 한잔 이면 만족을 하는 아이다 

가끔 친구들과 만나서 마실 때도 있는데 친구들과 마실 땐 지에서 보다는 조금 더 마시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많이는 마시지 않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태어나서 처음으로 건배를 했다 

기분이 좋아서 얼큰하게 취할정도로 마시는 할아버지와는 달리 할아버지와 함께 마실 때도

히로는 딱 두잔으로  끝냈다 

처음 첫 잔은 생맥주로 건배를 하고 그다음은 각자 취향껏 

시아버지는 맥주를 좋아하시니 맥주를 마시고 시어머니는 두 번째 잔부터는 와인

우리 집 자기야는 당연히 위스키  히로는 츄하이 

알코올과 친하지 않은 나는 스파클링 와인

하지만 날이 날인 만큼 평소 같으면 한잔 많아야 두 잔으로 끝내는 나도 이 날은  날이 날인만큼 넉 잔쯤 마신 것 같다 

아마도 시부모님의 며느리로 20년 넘게 살아 오면서 

며느리가 알딸딸하니 기분 좋게 취한건 처음 보셨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술에 관해선 히로가 나를 닮았나 보다 

히로가 술을 많아 마시지는 않지만 그래도 손자랑 함께 건배를 하고 함께 술자리를 가지는 게 

시아버지는 기분이 좋으신지 내내 웃으시며 즐거워 하셨다 

 

시아버지는 내가 또 언제 너네들이랑 같이 여행 오겠냐고 이번이 마지막 여행일지도 모르는데 하시며 웃으셨지만 

히로는 할아버지가 그런 말을 하시는것에 적잖게 놀라는 것 같았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히로가 망설이는것 같아서 평소에도 시아버지에게 잔소리를 꽤나 하는 며느리인 내가 

또다시 잔소리를 했다

"그러니까 술 적당히 드시고 건강 관리 좀 하세요. 이까짓 여행 또 오면 되지 그게 뭐가 어렵다고 그러세요 

약도 스스로 좀 챙겨 드시고 그래야 히로랑 또 여행 올거 아니에요. "

며느리가 잔소리를 해도 기분이 좋으신가 보다 

시부모님과 히로까지 대동하고 여행 오기를 참 잘했다 싶다 

 

내년 봄에 다시 가족 여행을 계획 해야 할까 보다...

나중에  좀 더 잘 해 드릴껄 하는 후회가 남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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