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더워도 너무너무 덥다
비가 안 와도 이렇게 안 올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햇볕은 쨍쨍이다
불쌍한 것은 식물들...
마당에 직접 심은 식물들은 그나마 어찌어찌 견딜 수 있는데
화분에 심어진 식물들은 죽기 일보 직전이다
매일 저녁 물 아까운 줄 모르고 매일매일 식물들에게 물을 쏟아붓고 있다
요즘 같은 날씨면 이 삼일 화분에 물을 안 주면 아마도 전부 말라죽어 버릴 것 같다
엄청 뜨겁고 무더운 여름을 보내면서 이번 여름이 끝나면 화분 수를 대폭 줄이겠다
다짐을 했다
절반 이상 반드시 줄이리라...
오늘도 38도 ㅠㅠㅠㅠ
내일 시어머니가 우리 집에 오신다
지난달 오신 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내가 울 시어머니 며느리로 산지 몇 년이더라...
워낙 오래되다 보니 이젠 손가락으로 세어야 할 정도다
세어보니 햇수로 25년은 된 것 같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난 25년 건 시어머니가 우리 집에 오시는걸 한 번도 싫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착한 며느리 코스프레를 하는 게 아니라 진짜다
울 아버지가 장남이었고 삼촌이랑 고모가 결혼하기 전까지 함께 사는 대 가족이었다
막내 고모가 결혼한 게 아마도 내가 중 3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후로도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울 엄마는 맏며느리 할머니를 줄곧 모시고 사셨다
그런 환경에서 살다가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온 게 25년이다
2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내 사고방식은 25년 전 그대로다
나 또한 맏며느리인데 25년 동안 아직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 본 적이 없다
같이 살자고 해도 할 말이 없는데 1년에 서너 번 오시는 걸 싫다고 하면 그건 사람 도리가 아니라 생각했다
울 엄마도 전화를 할 때마다 시부모님께 잘해라고 항상 말씀하시니..
어쩌다 한번 오시는 거 길어야 1주일인데 그게 뭐 어렵다고 싫은 내색을 하겠는가
오시면 맘 편히 있다 가시도록 최선을 다 했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좀 달랐다
지난주부터 연일 37도 38도
장난 아닌 무더위에 시어머니가 오신다니 걱정이 된다
지난달에도 그랬지만 그냥 아들네 오시는 게 아니라 동경에 교육이 있으셔서 교육 참석차 오시는 거라
오시지 말라 할 수도 없다
내년이면 80인 울 시어머니는 배우는 게 너무 좋으시단다
그러니 오시지 말라 할 수도 없고 이 무더위에 어쩐다냐 하는 걱정만..
시어머니에게서 라인이 왔다
저녁은 신간선에서 드시고 오신다 하고 9시쯤 도착하신다고
오늘도 38도
정말 불 타 올랐던 하루였다
하늘이 나를 돕는 것 같다
내일은 최고 기온 33도 그런데 밤에 도착할 테니 걱정 없고
목요일은 비가 내리고 그 후론 31도
일요일까지 계신다는데 계시는 동안 31도 정도니 더위 걱정에서는 해방! ㅎㅎ
일주일 내내 각장 했는데 정말 하늘이 나를 돕나 보다
끝까지 착한 며느리 코스프레 하라고 ㅎㅎ
아마도 이번에 왔다 가시면 연말에나 다시 오 실 텐데 어차피 오시는거 싫다는 마음 훌훌 벗어던져 버리고
기분 좋게 맞아 드려야 할 것 같다
울 친정 엄마의 말이 떠 오른다
" 사시면 얼마나 사신다고 계실 때 잘해 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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