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난리나는 동경

나는 일본오기 전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었었다 

서울살이 6년쯤 했었나 보다 

서울의 겨울은 눈도 많이 왔었고 한강 바람은 정말 말 그대로 살을 에일 듯했었고 참으로 추웠었다 

롱코트에 장갑과 머플러는 기본이었었는데 동경에 외서 살아 보니

동경은 참으로 따뜻한 곳이었다 

한겨울에도 영하로 내려 가는 날은 거의 없었고 눈은 오는 둥 마는 둥 하는 게 두어 번 

눈이 쌓였다 싶을 정도로 오는건 1년에 한 번 정도..

동경에서 살면서 장갑과 머플러를 놓고 살았다 

올 겨울엔 아직 눈이 오지 않았었다 

월요일 오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펑펑 쏟아지고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월요일 우리 집 자기야는 5시쯤 퇴근을 했었다 

너무 빠른 퇴근에 뭔 일이냐고 했더니  그 대답은 

" 눈이 와서였다"

일기예보상 눈이 꽤 온다고 하고 눈이 많이 오면 퇴근하는데 곤란을 겪으니까 일치감치 퇴근을 했단다 

게다가 다음날은 재택근무를 할 거라며 회사의 노트북까지 챙겨 들고 왔었다 

갑자기 웬 재택근무?

" 아침에 눈이 많이 쌓였을 테니까 출근하는데 곤란할 거니까 " 란다 

눈 좀 온다고 웬 호들갑..

월요일 오후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 게 자정이 넘도록 눈이 내렸었다 

 

아침에 눈을 치우며 봤더니 이 만큼이나 쌓였다 

적어도 15센티는 쌓인 것  같았다 

 

눈이 쌓인 아침 

우리 집 자기야는 재택근무고 히로도 집에 있고 나만 출근이다..

출근을 했더니 세상에나 울 부서에 출근한 인원이 통틀어 5명이다 

20명 출근인원 중 15명이 쉬고 5명만 출근을 했다 

우리 팀엔 나 혼자만 ㅠㅠㅠ

알고 봤더니 매니저가 어제저녁 미리 전화를 돌려 출근하지 말고 쉬어라고 했단다 

출근한 5명은 아무 연락도 받지 않았고 그래서 정상 출근을 한 사람들이었다 

나를 비롯 출근한 혹시  5명은 왕따?

왕따는 아니고 집이 가까워서 도보로 출근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ㅎㅎ

전화를 받고 출근하지 않은 유미상이 내가 출근했는지 궁금해하며 라인을 보내왔길래 

누가 출근했는지 알려 주었다 

 

결원이 많으니 평소보다 바쁘긴 했지만 조용하니 나름 괜찮았다

동경은 평소에 눈이 많이 오지 않는 곳이라 눈이 쌓일 정도로 왔다 하면 난리다 

뉴스를 보니 화요일 하루 만에 관동지역 눈으로 인한 부상자가 270명이 넘고 

하루동안 교통사고만 1300건이 넘는다고 한다 

눈에 익숙하지 않으니 이 정도 눈에도 쩔쩔매게 되는 것이다 

 

 

동경의 주택가는 눈아 그치면 누가 말을 하지 않아도 전부 나와 자기 집 앞의 눈을 치운다 

자기 집 앞 눈을 치우는 데다가 웬만하면 눈 내린 다음날 영상의 날로 돌아오니 

눈도 금세 녹아 버린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그늘진 곳은 눈이 남아 있지만 햇살이 드는 양지나 

사람이 다니는 골목길은 한나절 만에 원상복구다 

15센티 정도 쌓였던 눈이 반나절만에 말끔히 치워진 골목 

 

눈 좀 왔다고 난리 난리 이런 날 리가 없다 

아마도 이번 눈이 동경에 내리는 올 겨울 첫눈이요 마지막 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