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다녀오는 길이다
우리 집 자기야는 시댁에 남겨 두고 나랑 히로만 돌아오기로 했다
우리 집 자기야는 주말에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다고 하길래 주말까지 시댁에서 보내고
신간선으로 돌아오기로 하고 히로와 나는 차로 집으로 고! 고!
히로가 " 고속타고 쭉 가면 되는 거지? " 리고 묻길래 알아서 하라고 했다
고속도로를 타고 돌아 오면 4시간 30분 거리이지만 국도로 온다면 8시간쯤 걸리는 거리다
고속으로 쭈욱 가면 되냐는 히로에게 고속을 타도 되고 국도로 가도 되고 알아서 하라고
어차피 다음 날도 회사 쉬는 날이니까 시간 구애를 받지 않아도 되니까 맘 대로 하라고 했다
대신 국도로 가면 고속도로비는 너 줄게라고 했더니
고민도 없이 국도로 가겠단다 하하하
일본은 고속도로비가 좀 쎈 편이다
4시간 30분 거리인 나고야와 동경은 8000엔쯤 된다
8000엔의 용돈을 위해 8시간 국도로 가겠다는 아들 녀석이다 ㅎㅎ
8시간이란 기나긴 시간 운전하다 피곤하면 말하라고 언제든지 교대 하겠다고 했지만
운전을 좋아하는 히로는 단 한번도 나에게 운전대를 넘기지 않았다
내내 히로가 운전을 했기에 난 편안하게 드라이브를 즐겼다
8시간 아니 중간에 휴식도 취하고 밥도 먹었으니 10시간쯤 걸린 귀경길이었지만
아들과의 10시간의 드라이브는 짧게만 느껴졌다
석양이 참 고왔다
운전을 하지 않으니 더 즐길수 있었던 고운 석양..
히로는 곧 집을 떠난다
10여일 후면 히로는 호주행 비행기를 타게 된다
다른 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모자는 음... 뭐랄까
같이 있으면 내내 토닥토닥 싸운다
오죽 했음년 우리집 자기야가 " 왜 둘은 붙어 있으면 맨날 싸우냐고" 할까
그런데 따로 떨어져 있으면 애틋까지는 아니지만 걱정되고 보고 싶고 그렇다
히로와 나는 같이 있으면 안 되는 관계인지도 모르겠다 ㅠㅠㅠ
비자가 나오기 전, 비행기표를 예약하기 전에는 시간이 왜 이리 더딘지
빨리 갔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막상 떠나는 날이 결정되고 나니 심란하다
아들과 좁은 차 안에서 단 둘이서 10시간을 보냈다
히로는 내내 노래를 불렀다
지치지도 않는지 음악을 틀어 놓고 그 음악에 따라 흥얼 흥얼이 아닌
큰 소리로 진심으로 부르는 아들의 노랫소리..
사실 언제 이런 아들의 노래를 오랫동안 들을 기회가 있겠는가
그냥 농담 삼아 고속으로 가던지 국도로 가던지 국도로 가면 도속도로비 주겠다고
툭 던진 말인데 설마 히로가 국도로 가겠다고 할 줄은 예상도 못 했다
아마도 히로가 호주로 떠나기 전에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하는 건 마지막일 것이다
아들의 노래를 들으며 보낸 10시간의 드라이브 길...
내 인생에서 이 10시간의 드라이브 길은 영원히 잊히지 않은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아들의 뒷모습
앞으로는 아들의 얼굴보다 이 날처럼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일이 더 많겠지..
히로가 자기 인생길을 당당히 걸어가는 그런 뒷모습을 바라보고 싶다
이번 호주행이 히로에게 정말 가치 있는 일이기를....
약속한 고속도로비는 8000엔이었지만 만 엔을 주었더니 좋아라한다
이럴 땐 정말 아직 어리구나 싶은데 혼자서 호주에서 잘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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